목욕탕 하맘(Hammam)에서

묵은 때를 벗기다

by 빅토리아

모로코 여행을 계획하는 딸이 물었다.

" 꼭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요"


고맙게도 여행을 같이 할 때마다 꼭 묻는 질문이며 내가 원하는 걸 여행지에서 꼭 해주려 한다.

그래도 그냥 몸만 따라 가는 것과는 다르게 인터넷 검색을 통해 모로코에 대한 여러 가지 지역적 특색이나 문화적인 부분을 즐기기 위해 이것저것 찾아본다.


1. 하맘에서 목욕하기

2. 현지 유명 가수의 콘서트에 가기

3. 로열 만수르 호텔에서 식사하기


내가 하고 싶은 3가지를 알려줬다. 이 중에서 1, 3번은 미션완료. 2번은 딸애의 허리문제로 추진하기 어려워 포기했다.

튀르키예를 여행할 때도 그 유명한 터키탕을 경험하고 싶었지만 혼자서 한 베낭여행이었고 40대였던지라 겁이 많던 시절이어서 감히 경험하지 못했다.

이번 모로코에선 2번을 다녀왔다. 검색을 통해 가격도 알아보고 관광객을 위한 하맘이 아니라 현지인용 하맘을 이용하려고 했다.


처음 방문은 마라케시에서 이다.

메디나 안의 숙소 가는 길에 삐끼(?)를 따라 방문했다. 그 하맘은 우리 리아드숙소 바로 뒤에 위치한 곳이라 별다른 우려 없이 밤시간인데도 바로 이용할 수 있었다. 일인당 300 디르함, 우리나라돈으로 4만 원이 넘는 가격이다. 세신에 마사지까지 1시간 30분 소요.

지역마다 하맘의 구조와 운영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곳이 더 좋은지 구별하기는 어렵다. 가장 좋은 하맘은 관광객을 위한 비싼 하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 같은 몸을 담그는 탕은 당연히 없다. 물을 담는 작은 욕조만 있고 우리 목욕탕과 같은 세신을 위한 베드가 있다. 하맘을 경험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건 탕에 몸을 담그지 않아도 때가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거의 매일 스포츠센터에서 운동 후 탕에 입수하여 목욕해 때가 없을거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블랙 soap를 바르고 10분 정도 있으면 때가 슬슬 잘 나온다는 것이다.

옷은 다 벗고 일회용 팬티를 제공하며 팬티를 입은 채로 세신베드에 올라가면 그 블랙액체를 바르고 기다린다. 10분 정도 기다리면 이태리타월 같은 장갑을 끼고 때를 밀어준다.

실력? 우리나라 세신사를 절대 따라갈 수 없다. 물론 관광객을 위한 업소이기 때문에 현지인이 받는 서비스는 아닐 수 있지만 그래도 섬세하게 세신을 하진 않는 것 같다. 마사지도 글쎼...릴렉스 위주라 누워있기만 한 듯?

세신베드는 타일로 된 것인데 바닥이 아주 따뜻해 그날 한 세신으로 딸애는 허리가 많이 풀어졌다고 했다.

마사지를 하는데 처음엔 다른 방에서 남자가 들어와 딸애가 깜짝 놀라 거절하고 모녀가 같은 방에서 마사지를 받았는데. 그걸 받았다고 해야 할지....... 암튼 마라케시에서의 첫 번째 하맘경험이다.


두 번째 방문은 쉐프샤우엔에서 이다.

이 지역의 현지하맘을 찾아 이용했는데 관광객은 요금표를 보여준다. 이전 검색할 때 우리나라 여성은 100 디르함으로 했다는데 마사자 없이 그냥 세신만 200 디르함이라고 적혀있다. 이곳은 공중목욕탕과 같은 옷장이 있어 옷을 벗고 넣은 후 열쇠를 소지한다.

마라케시와 다른 점은 마라케시는 거의 1인용 구조인 반면 이곳은 여러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구조였다. 그리고 팬티를 입고 욕장으로 들어가게 하고 팬티를 입은 채로 물을 끼얹고 블랙액체를 바르고 앉아서 기다리게 했다. 우선 탕이 없기 때문에 따뜻한 기운이 없어 살짝 감기걱정을 할 정도의 낮은 온도였다.

그곳엔 이미 2명의 현지인이 몸을 씻고 있었고 수도꼭지는 하나에 조그만 욕조 같은 곳에 물을 받아 놓고 각자의 세숫대야에 물을 담아 팬티를 입은 채로 몸을 씻고 있었다. 팬티는 마지막 헹굼 후에 벗고 타올로 몸을 가린다.

아마 타인에게 벗은 몸을 보이는 건 실례라고 생각하는 듯 싶다. 아님 종교적으로 허용이 안되는 범주라는 게 나의 의견.

세신베드는 차가웠고 종종 따뜻한 물을 부어주었지만 서늘하게 느껴지는 온도였는데도 불구하고 때가 아주 많이 나왔다. 이게 무슨?

더운물에 몸을 불리지 않아도 되게 하는 블랙액체의 효능이 얼마나 우수한 지 깨닫게 되어 나는 모로코에서 그 비누 1킬로를 사 왔다. 재료는 아르간 오일, 올리브 오일 기타 등등 그렇게 화학적 재료는 없는 듯했다.

메디나 전통시장에 가면 조청액체같이 담아놓고 파는 것이 있는데 바로 그 black soap이다. 아마 현지인은 때를 밀어내기 위해 욕조에 몸을 담그는 것이 아니라 이 액체를 바르고 기다리면 때가 불려지는 원리인 듯하다. 슈퍼에 가면 화장품용기에 담아 놓고 파는 것도 꽤 있다. 그 가격은 포장 안된 시장제품의 10배 정도.


모로코의 하맘은 튀르키예 하맘보다 시설면에서 뒤떨어지는 건 확실하다. 호텔에서도 그렇게 시설면에서 고급스럽진 않더라고 딸이 알려줬다. 그래도 현지체험은 여행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메디나라는 이름을 가지려면 3가지의 조건이 필요하다고 한다.

공공 목욕탕, 공공 화덕, 모스크.

몸을 깨끗이 하고 기도를 올리며 가난한 이가 뭔가를 조리할 수 있도록 하는 화덕이 구비되어야 메디나가 되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기 위해서는 청결, 신을 위한 기도 그리고 빈자를 위한 자선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학교도 반드시 메디나 안에 존재한다.

그렇듯 현지인에게도 하맘은 몸을 깨끗이 하기 위해 필요한 중요한 장소이며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건지 아님 관광객이라 제대로 경험을 못한 건지 알 수는 없다.

암튼 우리가 모로코에 가서 하맘을 경험하듯이 우리나라 목욕탕 문화는 그래서 외국인들이 와서 경험할 만한 자원이란 생각이다. 게다가 관광객용 요금이 따로 있지 않아 고민거리도 없고 세신사의 기술력도 뛰어나고.

우리나라 목욕탕, 세신사분들 감사드립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탑승구 앞 휠체어, 왜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