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현지병원 치료기
비행기가 도착한 후 메인 문이 열리면 휠체어가 항상 몇 대가 대기하고 있는 걸 보게 된다.
그래서 볼 때마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꽤 탑승하고 있구나 하고 짐작하곤 했다. 그리고 미리 휠체어사용을 등록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 근데
이번 모로코여행에서 예상하지 못한 휠체어사용을 경험하면서 이 항공사 서비스에 대해 지금까지의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인천에서 모로코 카사블랑카까지는 1회 환승까지 했지만 비행기 안에서만 무려 20시간 이상 소요되는 먼 거리였다.
딸이 카사블랑카에 도착하여 좌석(이 구간은 일반석이었음)에서 일어서자마자 갑자기 허리에 통증이 있어 빨리 걷질 못하고 어거정어거정 힘들다고 말을 했다. 사실 출발 전에 살짝 허리에 문제가 있어 허리복대로 가져왔다고 하며 허리에 이미 복대를 하고 있었다.
카사블랑카 항공편은 이 시기엔 늘 풀부킹되어 비즈니스석은 아예 꿈도 못 꾸고 일반석도 간신히 확약을 받았다고 했는데 정말 빈 좌석 없이 카사블랑카까지 운행하고 있었다. 왜 그리 많이 갈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그래도 이때까지 그렇게 심하게 보행이 어려울 줄 몰랐다. 걷기 힘들어하면서 항공기를 빠져나오자 앞에 서있던 휠체어 미는 사람이 타라고 권했다. 처음엔 딸은 그럴 필요 없다고 했는데 그 봉사자는 내리막 오르막이 있어 타는 게 좋을 거라고 했다. 이런 경우는 딸도 처음이라 휠체어를 타고 입국수속과 짐을 찾고 택시 타는 곳까지 정말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알게 된 사실.
휠체어를 신청해서만 타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장시간 비행으로 갑자기 허리에 무리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일이구나.......... 그래서 미리 준비하고 있는 서비스라는 것이다.
도착 이후 딸의 상태는 급격하게 나빠졌다. 발걸음 한 번 떼기도 힘들어했고 의자에 앉는 것조차 무척 힘들어 줄곳 서있어야 통증을 덜 느껴 여행 내내 식사도 서서 하곤 했다.
휠체어를 타면 일단 봉사자가 친절하게 입국수속까지 신속하게 마치게 해 준다. 카사블랑카에서의 입국수속은 사람들도 상당히 많고 속도도 느린 편이라 걱정했는데 휠체어는 대기시간 없이 바로 통과시켜 주었고 짐을 찾고 택시를 잡아 좌석에 앉을 때까지 다 배려해 주었다. 아마 제대로 이 입국수속까지 했다면 아마 최소 1시간 이상 걸렸을 거라 생각된다. 휠체어를 탄 것은 정말 신의 한 수라는 결정이었다고 모녀는 후에 동의한다.
그런데 하나의 궁금점은 휠체어 탄 장면을 사진을 찍으려는데 그 자원봉사자는 자신은 빼고 사진을 찍으라고 얼굴을 감춰버리는 것이었다. 그 이후 병원에서도 의사와 사진을 같이 찍자고 했는데 그 의사도 사진 찍는 것을 싫어해서 같이 찍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잘 모름.
시내에 예약한 호텔에서도 벨보이 분도 바로 휠체어를 가져와서 옮겨주었고 리셉션직원도 친절하게 우리가 필요한 병원을 섭외하여 전화까지 걸어주었다. 알다시피 모로코는 아랍어와 프랑스어가 공용이지만 우리는 영어로 소통해야 한다는 걸 알고 영어가능 의사가 있는 곳으로 예약까지 해주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정형외과로 여겨지는 곳으로 우리는 택시를 타고 찾아갔다. 우리나라처럼 병원간판이 잘 붙어있지 않는 병원이지만 건물 내에는 꽤 많은 개인병원들이 있었다. 우리가 간 병원은 간호사도 없는, 의사 혼자서 환자를 보는 병원이었는데 물리치료실, 진료실, 주사실 정도의 아주 작은 우리나라 농촌지역에 있을 법한 규모의 병원이었다.
우리는 이 병원에서 거의 2시간 이상을 보냈다. 별 하는 것 없이
의사가 진료를 하면서 허리디스크에 문제가 있다고 젤을 바르고 물리치료기를 한참 동안 받게 해 주었다. 그 치료기는 우리나라에서 하는 진동으로 허리 부분을 두들겨주는? 그런 장치였다.
그리고 우리들이 신기했던지 미리 와있던 환자들에게 우리를 인사시키기도 하면서 꽤 재미있어하는 눈치였다.
경험상 나도 한참 전 무리한 일을 한 후에 비슷한 증상을 겪은 적이 있는데 병원에 가면 근육이완제 주사를 주고 한 이틀 약 먹으면 바로 회복되었기 때문에 심각한 병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근데 이 의사는 다른 환자들도 보면서 심각하지 않게 계속 스트레칭을 하라고 어떤 동작을 시키기도 하면서 우리나라 의사와는 다르게 아주 환자친화적으로 진료를 하긴 했다.
한참 동안 의사는 물리치료나 받게 하고 거의 다른 방도를 취하지 않아 나는 번역기를 통해 근육이완제 주사를 놓아 달라고 했더니 허리 위 아픈 디스크부위에 주사를 놓아주었다. 그렇게 물리치료와 근육이완을 위한 젤을 바르고 우리나라돈으로 13만 원 정도 지불했다. 그리고 약처방전도 받고 근처 약국에서 약도 샀다. 7만 원 정도. 여행자보험을 들었기 때문에 부담은 덜었다.
모로코의 공공병원은 모두 무료로 진료받을 수 있다는데 아주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인터넷에서 알려줬다.
여행지에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본 건 처음이었지만 의사를 영어도 아주 유창히 잘해서 딸애랑 소통을 잘하여 다행이었다.
딸은 처음 이삼 일 동안 걸음을 잘 못 걸어 귀국해야 되나 고민도 하고 딸이 결정하게 했다. 본인도 아주 힘들어 이렇게 멀리 왔는데 바로 돌아가야 되지 않나...하고 생각했다 한다.
나는 2,3 일 후엔 좀 나을 거라고 얘기는 했지만 역시 맘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여행을 계속했고 둘이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땐 무조건 택시를 타고 뒷좌석에 딸은 누워서, 앞 좌석엔 내가 앉고 그렇게 다녔다. 누우면 통증이 없어 힘들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여행경비는 좀 더 많이 들었을 것이다. 처방한 약은 여행 내내 계속 먹었고 증상은 완화되었으며 다행히 귀국 며칠 전에 걷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었지만 여전히 앉아 있는 것에는 통증이 있어 불편해했다.
근데 그만해도 어딘가... 다행이라 생각했다.
모로코 사람들은 대체로 친절했다. 동양인에게 호의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길을 물으면 누구든 다들 친절하게 도와주려고 하는 선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우리 모녀를 보면 주로 "니하오" "아리가또"라고 쓸데없이 말 거는 젊은 남자애들이 정말 많았지만 눈빛이 그냥 장난스러워 우리는 별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로코에서 한국말을 들은 적이 없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좀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라서 그런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