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대 남성의 보수화 경향이 주목되고 있는데요, 혹시 10대 청소년 남학생들도 비슷한 정치 성향을 보이고 있을까요?
오늘날 10대 청소년들이 정당정치에 진지하게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에게는 정치적 동기보다 또래 집단과 온라인 문화의 영향력이 더 큽니다.
다만, 10대 남학생들과 20대 남성들 사이의 공통점을 하나 꼽자면 젠더 문제에 대한 인식이 아닐까 합니다. 이들은 군 의무 복무, 부모세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진 양질의 일자리와 과열된 경쟁문화 등을 논하며 자신들이 사회적으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믿음을 가집니다. 이 믿음은 매일 똑같은 또래 집단을 만나는 학교와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라는 비교적 제한된 사회생활을 통해 강화되고, 이 안에서 자신들이 차별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며 분노와 피해의식을 키우게 됩니다. 이러한 ‘젠더 역차별’ 인식이 밑바닥에 깔린 채 성인기로 접어들면서 보수적 정치 성향을 형성하는 것이지요.
‘남자가 역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에게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읽어낼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주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단지 ‘남자만 군대 가니까 역차별이다’ ‘남자들도 먹고살기 힘들다’며 남녀를 가르는 이분법적인 관점으로 현상을 이해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남자들은 왜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야 할까? 무엇 때문에 언제부터 이랬던 걸까?” “요즘 취업이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왜 다들 먹고살기 힘든 걸까?”와 같이 사회 전체의 구조적 불균형에 관해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사고의 방향을 바꿔줘야 합니다.
성차별에 관한 이야기를 아이와 진솔하게 나눈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적극적으로 ‘불편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이야기하지 않으면 아이들의 젠더 인식은 유튜브나 온라인 커뮤니티의 편향된 관점을 그대로 답습할 테니까요.
일단 아이들이 불만과 소외감을 느낀다면 이를 공감하고 인정해주고, 이후 자연스럽게 논점을 확장해 역차별의 본질이 ‘남성 대 여성’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구조적 과제라는 점을 이해하게 해주세요. “엄마는 이런 차별을 겪어 보았어” “그때는 그 사람 개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나라 제도에 미흡한 점이 있던 것이더라고”라며 부모님의 경험담을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한번의 대화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부모님의 생각을 강요하지 마시고 자녀가 자신의 생각이나 가정을 직접 되돌아볼 수 있도록 인내하고 기다리며 대화하는 것입니다.
-권정민, <극우 유튜브에서 아들을 구출해 왔다>, 창비 2025, 103-10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