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세출 구성을 보면 정부가 무엇을 중요시하고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는지 알 수 있다. 쿠바 정부 본예산의 세출 항목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항목은 ‘교육비’로 무려 25.1%를 차지한다.(쿠행42) “국민총생산 GDP의 12.84%를 교육에 투자하고 있”(쿠행16)다.
심성보(교육학)는 “전국의 모든 곳, 외딴 농촌의 학교에까지 잘 훈련받은 교사가 배치된다. 이 점은 재정적인 면에서 쿠바교육이 성공한 비결”(쿠춤145)이라면서, “유네스코가 핀란드와 나란히 모델로 추천하는 카리브해의 교육대국, 쿠바에서 “행복하고 풍성한 인생을 준비하기 위한 교육, 인간이 진정으로 해방되기 위한 교육”을 보게 된다(쿠춤138)고 쓰고 있다.
카스트로는 한 나라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학교’라고 생각했다. 쿠바의 교육혁명은 물질적 풍요를 창출하는 것과 이에 부응하는 사회의식을 가진 시민을 동시에 길러내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이를 위해 개별 인성의 발달과 사회의 발달이 동시에 요구되며, 기술과 지식의 계발을 통해 생산력을 발전시키고자 하였다.
쿠바의 교육을 성공적으로 이끈 카스트로는 병영과 경찰서를 학교로 바꾸어 나갔다. 혁명 초기부터 카스트로는 교육을 기본적인 인권이자 평생학습으로 보았다. 이런 이상은 심각한 경제위기의 와중에도 버려지지 않았다. 성공을 가져다준 핵심 요인은 도시와 농촌 그리고 교외 지역의 학교를 통틀어 교육 기회의 접근성과 학습의 질을 평등하게 창출하려는 지대한 노력에 있었다.(쿠춤139-140)
게바라가 실현하고자 했던 세상은 단순히 경제 체제의 변화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부와 소득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간이 소외에서 벗어나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새로운 인간 hombre nuevo’으로 변화해야 하는데, 그 변화는 의식의 변화를 통해서 가능하고 의식의 변화를 위해서는 자발적 노동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게바라는 교육이란 “자기 발전의 수단이고, 나아가 사회 발전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매일같이 엄수해야 하는 지속적이고 역동적인 과정”(쿠행223-224)이라고 주장했다. 게바라는 “새로운 사회는 거대한 인민의 잠재력의 개발 이외에는 기댈 것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는데, 이것은 사실상 마르크스가 새로운 사회는 ‘개인들의 최대한의 발달’을 목표로 하는 사회, 또는 ‘각인의 자유로운 발달이 만인의 자유로운 발달의 조건이 되는 사회’라고 이야기한 것과 일치”하는 것이기도 하다.
심성보는 한국의 정치사회적 국면에서 쿠바교육으로부터 배울 점은 “공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 공교육 강화”(쿠춤161)라고 주장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쿠바의 공교육은 청소년을 사회적으로 책임지는 시민으로 준비시키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삼고 있다. 소비주의, 자기 중심주의, 개인주의, 경쟁 등을 거부하고, 더욱 이타적이고 사회적으로 책임지는 비자본적인 사회를 구성하는 인물의 양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심성보가 쓰고 있는 쿠바 교육 환경의 특징은 “지역사회와 학교가 통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웃, 더 크게는 지역사회가 가족의 사회 자본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교육은 “지역에서 서로 돕는 지역사회의 공동책임이라는 원칙 아래 지역주민들은 학교위원회, 학부모위원회, 학부모학교, 공부의 집, 미성년자대책위원회 등 다양한 형태로 교육에 관여하며, 가족, 학교, 그리고 지역사회, 이 세 요소가 함께 하지 않으면 학교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라고 쓰고 있다.
쿠바인들이 평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평등한 교육 환경을 만들도록 교육받은, 평등한 교육 환경을 실현하려 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의미할 것이다. 그들은 평등하게 살도록 교육받은 것이다. 그들이 교육받은 대로 평등하게 살아간다면 그 사회는 ‘평등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부와 권력을 소수가 독점하고 있는 불평등한 사회에서 평등한 교육이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평등하게 살려는 사람들”에 의해 불평등한 사회는 평등한 사회로 변화해 갈 것이다.
-하영진, '쿠바와 평등사회', <조금은 다른 > 144-149쪽.
어느 사회든 교육의 중요성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쿠바의 교육도 쿠바 사회의 저력을 보여주는 원천이라고 할 만하다. 그들의 교육이 쿠바 사회, 더 나아가 세계 시민으로서 상호 호혜적이고 이타적인 사람들을 길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2025. 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