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3

by 영진

32

외로움은 타인과 나의 관계가 아니라 나와 나의 관계이다.

자신이 몰두하는 대상이 몸이 부끄러울 만큼 아름다울 때 외롭지 않다(“미천한 저의 사랑을 받아주세요”),

예술, 공부, 사회운동, 정치, 자연이 그런 대상이 아닐까.

(정희진,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 154쪽)



33

원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 권력자다. 자기 충족적 삶은 최고로 힘을 지닌 상태다.

인간은 권력 지향적이기 때문에 권력감이 없으면 외로운데,

자기 몰두형 인간은 권력에 무심하다.

사실, 이 행복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된다.

(정희진,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 154쪽)



58

모든 것은 육체가 조종한다. 그러나 정신에 의해

단련될수록 육체에서는 더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성복,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179]



63

안정은 불안 속에서 온다. 폭풍의 눈 속의 새의 고요한 눈,

철들면 잘 안 보인다.

[이성복,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281]



65

위험부담이 없는 해답은 올바른 답이 아니다.

[이성복,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349]



87

자신이 옳다는 확신이 중요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확장이다.

“당신, 뭐가 필요한가요?”

“거기 좀 앉아봐요. 뭐 좀 가져올게요.”

그렇게 주고받는 주의 깊은 시선 안에서 우리는

얼마나 다정하고 서로를 염려하던지.

자기 자신이면서 얼마나 자기 자신 이상이던지.

[정혜윤, 뜻밖의 좋은 일]




2025.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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