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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Oct 02. 2023

공정한 구조

내 능력껏 사는 것인데 왜 나누라고 하는 것인가. 정당하게 노력해서 얻은 것인데 나누라니 억울할 것이다. 불편부당함에 분노마저 치밀 것이다. 세상은 공정한 곳이 아니다. 그런데도 마치 세상이 공정한 것처럼 거짓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불공정한 구조는 심화되고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내 것을 나누라고 하는 그런 불공정한 구조에서는 불평불만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구조의 문제는 모두가 스스로 자초한 결과이니 억울할 것도 없다. 나누기 싫으면 나누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들면 되는 것이다. 나누지 않고도 모두가 각자의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살 수 있는 구조 말이다.


그런 공정한 구조를 만들려면 동의도 구하고 설득도 해야 하고 공감도 얻어야 하고 때론 싸우기도 하면서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 공정하게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공정하지 못한 구조를 공정한 구조로 만들기 위한 공정한 경쟁 말이다. 내 것을 나누지 않아도 되는 공정한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경쟁 말이다.


공정하지 못한 구조에서는 ‘괜찮아, 패배할 수도 있지’가 아니라, ‘넌 패배자야’라는 열패감을 갖게 만들고 자꾸 패하면 승리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다가 부패하거나 아예 승부를 포기하게 된다. 공정한 경쟁은 사라지고 어느 순간 오직 승리하는 것만이 목적이 된다.      


그런 공정하지 않은 구조에서는 나누자는 말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공정하게 경쟁해서 패배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 패배를 인정할 수 없으니 억울하고 그래서 나누자는 것이다. 그런데 승자는 승리했는데 나누라니 더 억울하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모두가 패배자일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공정을 말하자면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구조부터 만드는 게 우선이겠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대단히 어려워 보이는 공정한 구조를 말하겠다면 자본독재의 집행기구 노릇을 하는 국가권력과 정치권력의 성격을 공정한 국가기구, 공정한 정치구조로 바꾸는 게 우선 해야 할 일이겠다. 그것은 국민의 절대다수인 노동자들의 크고 작은 연대에 의해 국민들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구조를 만듦으로써 가능할 일이겠다.


나는 이상적인 사회 구조에 관심이 있는 것이고 어떤 체제든 제대로 알기 위해 연구하는 것이고 어떤 체제의 좋은 점이 있으면 배우는 것이고 없으면 그만이다. 자본주의 체제는 노동자를 착취해서 자본가가 독점하는 생산구조일 수밖에 없는데 그러한 불공정한 자본주의의 무엇을 긍정해야 할지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           



2021.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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