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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Jan 13. 2024

책속에서_마음사전

9

은은한 것들은 향기가 있고, 은근한 것들은 힘이 있다. 

은은함에는 아련함이 있고, 은근함에는 아둔함이 있다. 

은은한 것들이 지닌 아련함은 그 과정을 음미하게 하며,

은근한 것들이 지닌 아둔함은 그 결론을 신뢰하게 한다. 

은은한 사람은 과정을 아름답게 엮어가며, 

은근한 사람은 결론을 아름답게 맺는다.

[김소연, 마음사전, 68]          



10

경청은 그 어떤 침묵보다 신중하고, 그 어떤 말보다 순정하다. 

경청은 열중하며 인내하며 증류한다. 

경청은 가장 열정적인 침묵이다. 

누군가의 속 깊은 말 한마디에 빙그레 지어지는 미소, 

이것은 경청에 대한 별미다. 경청은 다리를 건너는 것과 같다.

건너고 나면, 그 어떤 유대의 표현들보다 훨씬 더 자애로운 힘을 지닌, 

튼튼한 다리 하나가 너와 나의 뒤에 놓여 있다.

[김소연, 마음사전, 159]



11 

기대하는 마음은 기대하는 대상을 조금씩 갉아먹어 가면서 무너뜨리며 

동시에 자신도 무너져 내리게 한다. 

누군가를 향해, 혹은 자기 자신을 향해 품었던 기대가 

실망의 대가를 치르지 않는 경우는 없다. 

기대는 채워지면 더 커지고 도착하면 더 멀어지는 목표점이다. 

기대하는 무엇은, 애초부터 먼 곳에 있다면야 손쉬운 포기도 가능할 터인데, 

팔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은 곳에서 깃발처럼 펄럭인다. 

그렇지만 도착하고 나면 늘 거기에 없다. 

한 걸음 더 뒤로 물러나서 다시 다가오라고 손짓한다. 

늪처럼, 허우적거리면 거릴수록 더 깊이 빠져들게 한다.

[김소연, 마음사전, 173]



12

‘이기심’은 타인에게 사랑받는 그 순간을 가장 기뻐한다면, 

‘자기애’는 자신 바깥을 둘러볼 때에 스스로를 사랑할 힘이 생긴다.

이기심은 상대적이고 동시에 타산적이며,

자기애는 자기중심적이고 동시에 이타적이다.

이기심은 자기 함정에 빠져 있고, 자기애는 자기 사랑에 빠져 있다. 

곤란한 상황에서, 이기심은 타인을 써먹고 자기애는 스스로를 사용한다. 

이기심은 계산하고 시샘하느라 바빠서 자기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불친절하지만,

자기애는 스스로를 사랑하고 스스로를 사랑해줄 사람을 발굴해내느라 바빠서 

계산하고 시샘하질 못한다.

[김소연, 마음사전, 189]          



13

이기심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에는 모멸감을 느끼지만, 

자기애는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에 다음 기회를 모색한다. 

이기심은 때로는 체면을 내동댕이치지만, 

자기애는 때로는 체면을 지키기 위해 손해마저 불사한다. 

이기심은 칭찬을 이용할 줄 알고, 자기애는 칭찬에 고마워할 줄 안다. 

이기심은 조심성보다는 실천력을 내세우고, 

자기애는 실천력보다는 조심성을 내세운다. 

이기심은 추진력에 관한 한 자기애를 언제나 이긴다. 

이기심은 그래서 성공을 보장하지만, 자기애는 품위를 보장해준다.

[김소연, 마음사전, 189]


     

2024.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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