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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Feb 06. 2024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때가 되면 결혼하고, 결혼하면 아이를 출산하는 사회 형태는 점차 사라져 가는 듯하다.      


여성의 몸이 건강할 때 결혼을 해서 재산을 대물림할 ‘남성’을 출산하는 것이 사람구실 하는 것이라는 남성중심의 가부장주의 사회 형태는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때가 지나도록, 결혼하지 않으며(비혼주의), 부모님 집에 얹혀살거나(캥거루족), 결혼해도 의도적으로 아이를 낳지 않거나(딩크족), 이혼하는 것이 결함이 되지 않거나, 결혼과 가족의 구성에서 개인의 선택이나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로 변해 가고 있는 것이다.     




엥겔스가 모건의 <고대사회>라는 책에 기반하여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에서 쓰고 있듯이, ‘군혼제’(번식), ‘대우혼’(타 혈족 간 교차 혼인)의 아버지를 뚜렷이 알 수 없는 모계사회를 거쳐, 생산력 증대에 따른 사유재산의 소유와 그를 지키기 위한 남성 중심의 부계사회의 출현, 그와 함께 형성된 일부일처제는 사유재산을 대물림하기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에 이른 일부일처제라는 결혼제도가 사유재산을 물려주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엥겔스가 쓰고 있듯이, 경제활동이 아니라 ‘사랑’에 기반한 결혼은 재산이 없는 가난한 이들에게나 가능하다는 말도 일리 있어 보인다.     




건강한 두 남녀가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언젠가 재산을 물려주는 일부일처제의 결혼제도가 문제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결혼이 경제적 조건이냐, 사랑이냐는 이분법은 진부해 보이기도 한다. 두 남녀의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 경제력 때문에, 외모 때문에, 또 다른 이유 때문에 서로를 선택하거나 ‘사랑’할 수 있다고 본다.        


어떤 이유에서든, 언제가 되었든 결혼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자녀를 출산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결혼을 했지만 이혼할 수도 있고, 재혼할 수도 있다. 재산을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남성이 아니라 여성에게 물려줄 수도 있다, 고 본다.     


문제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는가에 있다고 본다. 한 사회의 남성과 여성이 경제적인 활동을 통해 결혼과 출산을 하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가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는 것이다.     




토마스 모어는 자신의 책 <유토피아>에서 ‘생계에 대한 걱정 없이 가족, 이웃들과 즐겁게 살아가는 곳’을 ‘유토피아’라고 규정한 바 있다.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생계를 해결하기가 힘들다면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겠다는 생각을 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럼에도 사랑하여 결혼에 이른다 해도 생계를 해결하기 급급하다면 부부가, 부모가 자식을 돌보며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분히 원론적인 이야기라고, 일반화할 수 있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개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각자의 사정이 복잡해서 다양하고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기도 하다. 나 역시 그런 개인들이 선택하는 삶을 중요히 여기는 입장이라서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삶이라는 것이 물질적인 풍요만이 전부일 리 없고, 물질과 정신이 서로를 보완하면서 상승해 가는 것이기도 하고, 남녀가 자신들이 선택한 ‘사랑’으로 행복과 고통을 나누며 결혼도 하고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엥겔스의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을 다시 읽으며 이와 같은 글을 쓰게 된 것은, ‘생계 걱정 없이 가족, 이웃과 즐겁게 살아가는 곳’이 ‘유토피아’라는 토마스 모어의 말이 생각 나서다. 토마스 모어가 말하는 ‘유토피아’를 여전히 꿈꾸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덧붙인다면, 그러한 유토피아에 이르기 위해서는 ‘국가의 성격을 민주적이고 평등하게 바꾸어 가는 것’, ‘생산수단의 공유화를 확장해 가는 것’, ‘사이토 고헤이의 ‘탈성장 코뮤니즘’의 구상을 실현해 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2024. 2. 6.  



*사이토 고헤이의 ‘탈성장 코뮤니즘’의 다섯 가지 구상은 ‘사용가치 경제로 전환’, ‘노동 시간 단축’, ‘획일적인 분업 폐지’, ‘생산 과정 민주화’, ‘필수 노동 중시’이다.(사이토 고헤이,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2021)


*<유토피아>, 토머스 모어, 주경철 옮김, 을유문화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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