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랑 웅이는 참 안 맞다. 극과 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전교 1등(연수)과 전교 꼴등(웅)이라는 것에서부터 19살인 그들이 바라는 10년 후의 삶에 대한 모습에서도 그렇다.
아무 것도 안하고 평화롭게 조용히 살고 있을 거라는 웅이, 언제나 앞에서 이끌어 가면서 주도적인 성공한 삶을 살고 있을 거라는 연수.
그런 그들이 사귀게 된 건, 웅이의 말대로라면 ‘모든 게 이상했던 날’ 때문이다. 소설 ‘소나기’에서처럼 갑자기 쏟아진 빗속에 둘만 남겨진 그런 날이었다. 그날 그 상황의 그 분위기가 둘 사이를 그렇고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 둘 사이에 쌓인 게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합리적 추측일 것이다.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전교 1등과 전교 꼴등의 슬기로운 학교생활’이라는 청춘 다큐를 함께 촬영하면서 그들 사이에 정이 들어버린 것이 아닌가하고 말이다. 그것도, ‘고운 정’보다 더 무섭다는 ‘미운 정’ 말이다. 참 안 맞는 그들이 매사에 티격태격 하는 것이 이상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사회성 결여,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소시오패스(웅이가 연수에게), 집중력 결여, 더 떨어질 성적이 없는, 쓸데없이 나태한(연수가 웅이에게)
그런 둘이 사귄다는 게 말이 돼? 라고 묻는 것도 이상해 보이지 않고, 그런데도 그 이상한 날부터 사귄 지 1일이 되었고, 그 상황에서도 연수는 말한다. 우리 사귀는 거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난 무조건 공부가 1순위야. 그렇게 그들은 5년 동안 연애를 하며 다섯 번을 헤어지다 끝내 헤어지고 만다.
내가 버릴 수 있는 거 너밖에 없어!(연수) 우리가 헤어져야 하는 이유가 뭔데!(웅이)
만남에서 헤어짐까지 지극히 현실적으로 보이던 그들이 5년이 지나 다시 만난다.
드라마 <그해 우리는>을 종종 꺼내 보는 이유는 연수와 웅이만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환경이 지난 날들을 떠올려주기 때문일 테다. 그들의 모습이 현실적인 아픔을 담고 있으면서도 '따듯한 잔상'으로 남은 때문일 테다.
앞으로도 그들의 이야기를 종종 꺼낼 것 같다.
‘사랑’의 여러 모양들 중 하나를 만나는 시간일 것 같다.
2024.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