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등반을 앞두고 베이스캠프에서 산신제를 지낸다. 무사히 등반을 마치게 해 달라며 신神에게 제祭를 올리는 것이다. 신이 길을 내어주지 않으면 정상 등극은 어렵다.
날씨가, 8,000m 이상의 대기에서 일어나는 기상氣象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것이다. 제를 지낸다고 해서 기상이 좋기만 할 리도 없고, 과학에 근거한 기상의 예측대로 날씨가 흘러갈 리도 없다.
그저 정상 등극과 무사 귀환을 위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과학에도 비과학에도 기대는 인간의 마음일 것이다. 수 개월, 수 년을 준비하고 과학의 도움으로 신과 함께 그 곳, 미지의 세계를 오른다.
산이 거기 있으니까. 산에 왜 가느냐는 물음에 유명 산악인이 남긴 말이다. 가 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일 것이다. 땅의 꼭대기, 깊은 바다 속, 남극, 북극, 지구 바깥의 행성에 대한 호기심이 불러온 지구인들의 탐구 생활일 것이다.
탐구 생활은 목숨을 건 도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미지의 세계, 낯선 것에 대한 도전. 철저히 준비하여 목숨의 위협을 무릅쓴 탐구와 도전의 욕구, 혹은 정신이 인간의 몸속에 잠재하는 것이다.
인간의 행위에서 ‘그 자체가 목적인 것’, ‘사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영화 <히말라야>에서 무택은 히말라야 등반을 위해 수영에게 이별을 고한다. 그럼에도 수영의 사랑으로 함께 살게 되지만 결국 무택은 히말라야에 잠든다.
무택의 시신을 찾아 나선 대원들을 따라 수영도 함께하지만 그 과정에서 대원들이 위험에 처하는 것을 보면서 수영은 히말라야에 무택을 내어준다. 무택이 자신보다 히말라야를 더 사랑하는 것 같다면서 말이다.
히말라야의 고산에 사는 주민들은 수천의 신들과 함께 살아간다고 한다. 히말라야를 찾는 수 많은 지구인들이 그 곳에 학교도 세우고 병원도 세우고 주민들과 친구가 되기도 한다. 고산의 주민들은 지구인 친구들과 함께, 신과 함께, 사랑과 함께 살아간다고 한다.
2024. 1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