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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작

느끼며, 알아가는

by 영진

영화 <아는 여자>의 야구선수 동치성은 ’사랑이 대체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살아간다.


영화에는 여러 모양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새벽길을 걸어 본 사람은 안다. 사랑이 위대하다는 것을‘ 치성의 말이다. 그 위대한 사랑도 변한다. ‘치성씨, 나 다른 남자 생겼어‘


치성은 집에 든 도둑이 남기고 간 장물 때문에 살인 용의자로 몰려 경찰 조사를 받는다. ’사랑하면 사람을 죽이기도 해요‘ 형사님의 말씀이다.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목숨까지 해칠 수 있는 ’강한 힘‘을 가진 것이 사랑이기도 하다.


’여보, 나 배 속에 셋째 가졌어‘ 치성의 집에 든 도둑 아내의 말이다. 남들 다 잘 때 일하는 게 힘들어서 그만두려던 도둑은 눈물을 머금는다. 아이들을 위해 힘들어도 일을 그만둘 수 없는 것이 사랑이기도 하다.


치성의 집에 찾아든 도둑이 치성이 던진 질문에 답한다. "사랑하면 그냥 사랑 아닙니까? 무슨 사랑, 어떤 사랑 그런 게 있나요? 그냥 사랑하면, 사랑하는 거죠."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숫자만큼이나 사랑의 모양은 다양하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는 여자 많아요?" "거기가 처음이에요, 한 명도 없어요" "다행이네“

자신이 짝사랑하는 치성에게 아는 여자가 한 명도 없다는 말에 세상 다 가진 듯 행복해하는 이연.


치성 "날 왜 좋아하게 됐어요?" 이연 "까먹었어요, 오래돼서"

치성 "지금도 내가 그렇게 좋아요?"

이연 "나란 사람이 있었는지조차 몰랐잖아요. 내가 누군지 나란 사람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내가 언제부터 얼마나 가까이에서 아저씨 느끼고 있었는지 몰랐잖아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뭘 싫어하는지도..."

치성 미안해요,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서 미안해요




치성은 자신을 어릴 적부터 짝사랑해 온 이연의 사랑을 통해 비로소 사랑을 만났다고 고백한다. 오늘 치성은 ’사랑이 뭘까‘는 질문 대신 누군가를 위해 공을 던지며 살아간다고 한다. 내일 다시 ’사랑이 도대체 뭘까‘ 질문을 던질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연처럼, 사람들 사이에는 사랑을 느끼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 느낌, 그 모양은 다르더라도 말이다. 왜 좋아하게 됐는지 까먹더라도, 그 사람을 느끼며, 알아가는 것도 사랑이 아닐까 싶다.



2024.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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