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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Dec 03. 2024

사랑하기 때문에


이 계절엔 역시 유재하 일 듯싶다.


가을을 지나 겨울로 가는 이 계절엔 말이다. 이제까지와는 좀 색다른 늦가을, 초겨울이긴하다. 이제 또 익숙해지겠지. 아니, 익숙해져야겠지. 




1987년 11월 1일. 스물다섯 나이에 단 한 장의 음반에 아홉 곡을 남기고 떠나다니. 그 한 장의 음반이 ‘명반’, ‘보석’과 같은 찬사를 받으니. 미인박명이라고 하지만 천재야말로 박명인가 싶다.     


처음 느낀 그대 눈빛은 혼자만의 오해였던가요. 내 곁을 떠나 가던 날..     


참 많이 불렀던 노래, ‘사랑하기 때문에’     


처음 느낀 그대 눈빛은 혼자만의 오해였던가요

해맑은 미소로 나를 바보로 만들었소

내곁을 떠나가던 날 가슴에 품었던 분홍빛의

수많은 추억들이 푸르게 바래졌소

어제는 떠난 그대를 잊지 못하는 내가 미웠죠

하지만 이제 깨달아요 그대만의 나였음을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 내 모든 것 드릴테요

우리 이대로 영원히 헤어지지 않으리

나 오직 그대만을 사랑하기 때문에          




2018년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에서도 이 앨범을 1위로 놓으며, '한국 대중음악 사상 가장 중요한 단일 작품'이라는 평을 내리기도 했다. 오늘날 들어도 훌륭한 세련미와 단아함을 지녔으며, 어눌하지만 정직한 보컬, 절제를 아는 세션, 간결하고 담백한 노랫말 등이 고루 인상적이다.(나무위키)     


‘세련미와 단아함’, ‘어눌하지만 정직한’, ‘절제를 아는’, ‘간결하고 담백한’. 누가 쓴 평인지 너무나 공감 가는 평을 읽고 있으니, 그의 음악에 나의 귀가 길 들여진 호사를 누린 것만 같아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 정도다. 그가 떠난 이 계절에 그가 남겨 놓은 음악들이 이 계절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것만 같다.


이 앨범에 실린 모든 곡이 자전적인 사랑이야기라고. 작곡과를 다니던 그가 대학 1학년 때 바이올린, 오보에, 플루트 연주자인 여인에게 첫눈에 반해 그녀를 위해 쓴 곡들이라고. 그녀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해 약혼 후에 함께 영국으로 유학을 떠날 계획이었는데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만 것이다.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붙들 수 없는 꿈의 조각들은 하나 둘 사라져 가고

쳇바퀴 돌 듯 끝이 없는 방황에

오늘도 매달려 가네 거짓인줄 알면서도

겉으론 감추며 한숨 섞인 말 한 마디에

나만의 진실 담겨 있는 듯

이제와 뒤늦게 무엇을 더 보태려 하나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달리 보면 그만인 것을

못 그린 내 빈 곳 무엇으로 채워 지려나

차라리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려가리   


       

2024. 12. 3.



사랑하기 때문에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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