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저녁 집으로 가는 버스 안 라디오에서 경북 북부지역에서 집중 호우로 인해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에 이어 흘러나오는 노래가 몇 해 전 그곳의 기억으로 이끈다.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함께 간다면 좋겠네. 이리저리 둘러봐도 제일 좋은 건 그대와 함께 있는 것’
몇 해 전 지방 소멸의 맨 앞에 있다던 경북 북부지역에서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드는 일을 도와준 적이 있다. 주 2회 3주에 걸쳐 마을 주민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일을 도와준 것이다.
마을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어 마침내 이끌어낸 결과들을 주민들 앞에서 발표하고 질의응답도 하고 음식도 나누어 먹으면서 웃고 떠드는 시간은 그 자체가 하나의 흥겨운 잔치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 시간들에 의해 주민들이 살고 싶은 마을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함께해서 행복한 마을, 그곳이 주민들이 살고 싶은 마을일 테니 말이다.
주민들의 잔치가 끝날 즈음 그 시간을 사진으로 담아 영상으로 만들었다. 그때 배경음악으로 넣었던 것이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었다. 사진 속에서 주민들의 사뭇 진지한 얼굴, 활짝 웃는 얼굴, 세월을 말해주는 깊게 팬 주름과 검게 그을린 얼굴, 새하얗게 센 머리카락, 손수 장만한 음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몇 곳의 마을을 다니면서 어린아이는 말할 것도 없고 청년조차 보기 힘들었다는 것이 지방 소멸을 실감하게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사진 속 주민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라고 노래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의 소망이 낳은 착시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함께 간다면 좋겠네/ 우리 가는 길에 아침햇살 비치면 행복하다고 말해주겠네/ 이리저리 둘러봐도 제일 좋은 건 그대와 함께 있는 것/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때론 지루하고 외로운 길이라도 그대 함께 간다면 좋겠네/ 때론 즐거움에 웃음 짓는 나날이어서 행복하다고 말해주겠네/ 이리저리 둘러봐도 제일 좋은 건 그대와 함께 있는 것/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해바라기)
2023.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