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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Aug 24. 2023

그래도 가을이다

그래도 가을이다. 다행이라고 말하는 것이 거시기하지만 그래도 가을이 와서 억수로 다행이다. 때를 잊지 않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자연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시간을 흐르고 있는 것이리라. 입추立秋라는 것을 입증하듯 언제 그랬냐는 듯 아침저녁으로 찬 공기가 찾아들더라.


올여름 지난해에 비해 조금 더 뜨거워졌음을 느꼈다. 아열대기후라고 하던데 지구의 온도가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일까 몸이 그 뜨거움을 더 뜨겁게 느끼더라. 그래서 제때 가을이 올까. 이러다 아예 열대기후를 살게 되는 건 아닐까. 더워서 그랬는지 그런 생각도 들더라.     


자연은 자연의 때에 맞춰 어떻게든 자연스럽게 흘러갈 것이고, 혁명은 때가 되면 어떻게든 일어날 것이고, 한국은 경제적으로 선진국이 되었으니 어떻게든 분배만 잘하면 될 것이고. 여성, 장애인, 소수자 차별은 어떻게든 계속 없애 나가면 될 것이고, 정치는 권력투쟁이니 투쟁하는 가운데 어떻게든 바뀌어 갈 것이다. 다만 세상의 모든 어린아이들이 빠짐없이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흙과 햇빛과 물과 바람과 더불어 자라나 자신의 에너지를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모든 식물이 각자 자신의 왕王인 식물의 세계. 다른 동물들을 잡아먹어 살아남은 강자가 왕王이 되는 동물의 왕국. 인간으로서, 인간이라는 동물로서 나는 동물의 왕국을 살고 있지만 식물의 세계를 추구한다. 식물의 세계를 사랑한다. 사랑의 에너지가 넘치는 평등의 조화 속에 공존하는 식물의 세계를 사랑한다.


그런 식물의 세계를 바라보며 ‘밥’을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동 이외에 ‘나’도 그런 세계에 어울리도록 자기 활동을 해 나가는 것, 그것이 이미 존재하기도 하는 그런 세계를 돌보는 노동이 되기를 바라본다. 그래도 가을이다.           


2021.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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