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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연장 중단이 ‘내란’ 종식

by 영진

하지만 대만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 수명연장을 한 핵발전소는 단 한 기도 없었다. 모든 핵발전소가 정해진 설계수명까지만 운영되고 문을 닫았다. 반핵아시아포럼 기간인 5월 17일, 대만의 마지막 핵발전소인 핑둥현의 마안산 2호기가 발전을 멈추고 영면의 길에 들어섰다. 아시아의 반핵 활동가들은 타이베이에 있는 대만전력공사 앞에서 야간 집회를 열고 대만의 탈핵을 자축했다.


심지어 대만은 새로 건설 중이던 제4핵발전소인 룽먼 1·2호기를 공정률 98% 단계에서 건설을 중단하고 폐쇄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신고리 5·6호기(현 새울3·4호기)의 폐쇄 여부를 두고, 이미 28%나 공사가 진행된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하면 손실이 크다며 건설을 강행하면서 ‘탈핵’의 꿈은 물 건너갔다. 그러나 대만 외에도 필리핀과 오스트리아는 준공을 마친 핵발전소를 가동하지 않고 탈핵으로 전환했다.


아오키 미키가 앞의 책에서 밝힌, 일본이 핵발전소를 멈추지 않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핵산업에서 정치권 및 언론으로 흘러 들어가는 검은돈과 흰돈이 핵발전 정책을 지탱한다. 둘째, 핵폐기물의 처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핵발전을 유지한다. 중단하면 핵폐기물 처리를 본격적으로 요구받게 되기 때문이다. 셋째, 잠재적 핵보유국 지위를 포기할 수 없어 핵발전을 유지한다.


한국이 탈핵 사회로 진입하지 못하는 이유도 아오키 미키의 지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검은 정치자금, 언론 매수, 핵폐기물 방치, 핵무장 유혹 등은 모두 국민 앞에 정직하지 못하고 비민주적인 근거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대만은 어떻게 핵발전의 유혹을 끊고 탈핵 사회로 나아가고 있나?


민주주의가 대만의 탈핵을 가능케 했다면, 역으로 원전과 가까운 한국과 일본은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은 자민당 유일 지배 체제가 반세기 넘게 지속 중이고, 한국은 군사독재 시절에 핵발전을 본격 도입한 이후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정부에서 광적으로 핵발전에 집착했다.


-경향신문, 2025.6.12. 기사 <수명연장 중단이 ‘내란’ 종식> 중에서




"검은 정치자금, 언론 매수, 핵폐기물 방치, 핵무장 유혹 등은 모두 국민 앞에 정직하지 못하고 비민주적인 근거로 여겨진다."


"민주주의가 대만의 탈핵을 가능케 했다면, 역으로 원전과 가까운 한국과 일본은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2025. 6. 13.




수명연장 중단이 ‘내란’ 종식[핵 없는 아시아②]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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