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자식을 먼저 앞세운 부모의 슬픔은 비견할 바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부모를 먼저 보낸 후 남은 자식의 슬픔은 그보다 못한 것일까.
다행히도 나의 부모님은 어린 나이에 나를 낳아 또래에 비해 젊은 편이고 건강하셔서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알지 못하고 있다.
엄마가 나의 걱정거리는 뭐가 있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나는 피할 수 없는 생로병사라고 말했다.
엄마는 그런 생각을 왜 하냐고 했다. (역시 st...)
자식을 낳는 것은 순전히 부모의 선택과 욕심이다.
부모가 먼저 갈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자식을 낳고 싶은 욕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세 아이는 인간이 아니다. 그래서 아마 먼 훗날의 일이겠지만, 나보다 먼저 떠날 것이다.
(반대의 경우가 더 큰 문제겠지만)
나는 늘 현재만 살려고 노력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먼 훗날의 일이 어제보다 가까워질까 봐 몹시 두렵다.
그래서 해가 지날수록 행복보다 슬픔이 더 커져간다.
나의 번뇌와 불행의 거의 90%는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간을 돌린다면 내 인생의 최대의 약점을 다시 만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인간을 낳는 것은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아마도 큰 문제가 없다면) 인간자식이 나보다 오래 살 것이며
남겨진 자의 슬픔과 불행은 자식의 몫으로 미룰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은 지독히도 이기적이다.
탄생부터 시작하여 살아내는 고통, 상실의 고통을 겪을 것을 생각하면,
자식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태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 아닌가?
만약 자식을 낳고 싶어 하는 이가 본인이 굉장히 장수하여
100살까지 살고 자식은 70살쯤에 먼저 보낸다는 미래를 알고 있다면
그래도 자식을 낳을 텐가?
부모는 반드시 자식을 더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자식이 부모를 더 사랑하기를 바라서는 절대 안 된다.
남겨진 자가 후회로 점철된 여생을 보내길 바라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리고 너무 나이가 많은, 50세 60세에도 자식을 낳기를 바라는 이들이 있는데
그것이 자식을 위한 일일지, 순전히 나의 욕심으로
미래의 내 자식을 불행하게 하진 않을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