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적인 선택의 종착지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비교에 멍든 마음.
유난히 결혼하는 사람이 많은 요즘이다.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들 중 꼭 한두 명은 결혼을 준비하고 있거나, 결혼을 몇 달 앞두고 있다. sns 피드는 최고급 호텔과 값비싼 브랜드의 목걸이가 꼭 있어야 하는 프러포즈들로 가득 차있다. 몇백만 원 옵션을 더한 웨딩 사진과 예물들. 이제는 부러워하는 마음을 넘어 비교에 지쳐버린 느낌을 받았다. 나는 사람들의 끝이 없는 자랑거리에 잘 무너진다. 이제부터의 사랑은 순수하지 않으려나. 사람들은 시기에 걸맞은 사람, 끌림보다는 안정을 지켜줄 사람, 취업공고를 들여다보듯 사람들은 분석하고 평가한다. 끝나지 않을 싸움 같았다. 결혼으로 시작해 신혼여행, 신혼집, 육아까지도 모든 것이 저울에 올려져 누군가는 부러움을 사고 누군가는 부러워해야 했다.
사실 결혼 생각을 하면서 난 보통 가정의 반도 가지지 못했는데 저울 위에 올려지지도 못하겠다 싶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번지르르한 직장이 없으면 당당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가득했다. 분명히 가진 것이 없으면 솔직하지 못할 것이다. 솔직하지 못한 마음은 지옥이다. 결혼문제를 표면 위로 올리면 숨길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나는 그때의 나를 창피해하지 않을 수 있을까 비교당해야 하는 순간이 두려웠다. 자주 산책하는 곳에 사는 오리가 자기 몸에 대가리를 묻고 잠을 청한다. 나도 내 몸에 기대어 오랜 잠을 자고 싶다. 잠에서 깨어나면 결혼할 시기가 이미 훌쩍 지나서 가능성도 보이지 않아 아무도 뭐라 하지 못하는 때였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대학교 입시부터, 취준, 좋은 직장에서의 커리어를 쌓는 것, 더 좋은 회사로 이직. 그리고 이제 결혼이라는 미션을 앞에 두고 있다. 결혼으로 끝날 리가 없다. 아이들을 키워서 좋은 대학을 보내고, 또 좋은 사람과 결혼시키는 것. 여유로운 노년생활을 보내는 것까지. 이 모든 과정을 비교하라면 얼마든지 비교할 수 있다. 하지만 숨 돌릴 틈 없이 달렸지만 건강을 잃고 마음그릇이 깨져버렸을 때, 목적지에 너무 큰 의의를 두지 않기로 다짐했었다. 좋은 회사에 가면 행복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과는 다르게, 나는 하기 싫은 일을 새벽 세시까지 했었기 때문이다. 행복에는 형태가 없어서 목적지에 다다르면 사실상 허무하거나 기대에 못 미칠 때가 많다. 그래서 흐르는 시간 속에서 행복을 충분히 누리는 자가 가장 행복한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더욱이 비교는 의미가 없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여러 번 곱씹으며 내 인생을 관철했기에, 결혼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결혼에 대한 걱정도 비교도 모두 무의미하다. 시기에 맞는 결혼이라는 것은 없다. 시간에 쫓겨서 남들이 하기에 하는 건 취업으로 끝을 내자. 입시와 취준은 부모님의 자랑이 되고자, 그리고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했었다. 하지만 결혼은 내 인생에서 가장 필사적으로 자주적인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깊은 밤 속의 수많은 걱정이 무색하게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결혼하게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