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타이탄의 도구들> 로 생각 열기
<타이탄의 도구들> 책을 읽다가 발견한 한 줄.
"돈을 벌려면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원하는 곳에 있어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
작년 말 퇴사를 결심할 때, 내가 어디에 있는지 조차 깨닫지 못했던 것이 떠올랐다. 야근할 때면 저녁은 회사에서 나눠주는 간식으로 때우고 다리를 달달달 떨며 일을 멈추지 못했다. 실망시킬 수 없다는 마음과 기한에 맞춰 제출해야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었을 때, 나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분명 강남에서 제일 크고 화려한 빌딩에 누구나 일하고 싶어 하는 곳이었을 텐데. 묘한 자부심으로 일하며 스스로를 괜찮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으로 생각했었을 텐데. 그럼에도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닌 일들도 그때만큼은 생사를 오가는 일들이었고, 남들에게는 사소한 사건들이 나에게는 큰 산처럼 마주하기 힘들었다. 사람들은 모른다. 내가 어떤 시간과 싸워왔는지, 뼈가 떨리는 고통은 나만 알 수 있다. 소중한 일상과 소소한 감정들을 잃어버렸고, 지나가 버린 시간들에는 미련이 가득하다.
요즘 나는 매일 내가 사랑하는 글을 쓴다. 이 글이 나에게 복을 가져다줄지 아니면 빛바랜 일기장처럼 세상에 나오지도 못한 채 썩어갈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안다. 새로 이사 온 우리 집, 햇살이 잘 들어서 빨래가 잘 마르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아파트 벽면을 타고 올라온다. 웃는 소리, 우는 소리, 햇살이 몰래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차가운 커피를 마시고 싶어진다.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요리도 열심히 해 먹는다. 새로운 요리도 개발해 가며, 사부작사부작 열심히 요리를 하고 있으면 시간이 조금씩 뜨는데(예를 들면 파스타가 익기까지 가만히 서서 기다리기), 그때마다 나는 책을 읽는다. 그러다 끓는 물이 넘치기라도 하면, 나는 읽던 책을 그릇 건조대에 급하게 올려놓고 다시 요리에 집중한다. 건조대 위에 놓인 책을 보고 있자니, 있어서는 안 되는 곳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떠올린다. 그 책은 어디에 있는 줄도 모르는 과거의 나 자신이 아니었을까.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돈을 벌려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수없는 실패와 좌절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나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안다. 어디에 있어야 하며, 무엇을 원하는지도 안다. 잔인하도록 불안한 이 공백이 나를 원하는 곳으로 인도할 것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