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씨애틀에 Puppuccino 마시러 가요

육로로 캐나다-미국 국경 넘기

by 한들눈나 이수현
시애틀에 있는 스벅 1호점에서는 강아지한테 무료로 멍푸치노를 준대요!

여행지로 유럽과 캐나다를 고민하고 있는 스냅이네를 흔든 나의 결정적인, 회심의 한마디였다(나중에 알고보니 미국의 스타벅스에선 다 준단다). 한국에서도 강아지를 위한 '멍푸치노: 강아지 우유에 거품을 얹은 것'을 파는 매장이 조금씩 늘고 있어서, 한들이의 취미는 멍푸치노 먹으러 카페 가기다. 한들이와 우아하게 카페를 다니고 싶어서, 한들이가 강아지 때부터 '기다려' 훈련과 '한 곳에서 얌전히 있기'를 정말! 부단히도 연습했다. 젠틀멍이 되어 도시 곳곳을 누리고자 했다. 이제 그 꿈을 이룰 때였다!


KakaoTalk_20250527_225942912_09.jpg 진~한 맛 일품! 스타벅스 1호점 "Puppuccino"


밴쿠버에서 시애틀까지는 차로 약 2시간 거리다. 강아지들과 차로 국경을 넘다니! 게다가 스타벅스 1호점의 퍼푸치노라니! 참을 수 없었다! 처음엔 밴쿠버에서 벤프까지 여행하려고 했는데, 계획을 수정했다. 게다가 이왕 가는 해외여행인데 1개국보다는 2개국이 더 재밌을 것 같았다. 사실 캐나다뿐만이 아닌 미국의 펫스토어까지도 점령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우리는 캐나다 비자와 미국 비자를 신청했다. 의외로 미국 비자는 빨리 나왔는데, 캐나다 비자가 가기 며칠 전까지도 나오질 않아서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그리고 육로로 국경을 넘을 때 출입국 사무소에 보여줄 수 있게, 클리어 파일에 미국 전자 비자 승인서, 미국에 묵을 숙소, 강아지들 검역 서류, 돌아가는 비행기 편까지 꼼꼼하게 프린트해서 넣어 준비했다. '이 정도면 영어를 좀 어버버해도 되겠지!'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캐나다에 이틀 있으면서 내 태도가 바뀌었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 우리를, 아니 정확히는 한들이와 스냅이를 보며 웃어주고 인사해 주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계속 들리는 "Hi, Babies~.", "Hi, Angels~."에 힘입어 나는 제법 뻔뻔해졌다. '그래~ 내 강아지 귀여워. 암! 귀엽고말고.' 한국에선 언제 누가 시비를 걸지 몰라 늘상 날카롭게 신경을 곤두세우며 걸었는데, 여기서는 당당하고 편안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산책할 수 있었다. 이 당당함이 국경을 넘는 내 마음을 좀 더 가볍게 만들어 주었다.


미국의 출입국은 더 경직된 분위기였다. 역시 미국은 다르네..라는 느낌이 들었다. 완벽하게 준비된 서류 뭉치를 손에 들고도 떨렸다. 직원이 뭔가를 물어 봤는데, 긴장해서 못 알아들었다. 하지만 나에겐 귀여운 베이비들이 있으니! 당황하지 않고 뒷자석의 멈머들이 잘 보이게 창문을 내렸다.


미모로 열일한 한들&스냅
"어디 가니?"(이미 뒷좌석 강아지를 보고 웃음)
- 응, 시애틀

"시애틀에 왜?"
- 우리 베이비들 데리고 퍼푸치노 먹으러 가~. 퍼푸치노 먹으러 한~국에서 왔어(멀리서 왔음을 강조)

"OK, Have a nice trip! Sweeties~(당연히 강아지들)"


일사천리였다. 검역의 대상(강아지들)이 있는 우리는 첫 번째 게이트를 지나 두 번째 게이트로 향했다. 친절했던 앞 직원이 알려 준 길을 따라갔는데, 여러 갈래가 나와 우왕좌왕했다. 그곳의 직원들은 경직된 표정과 단호한 손짓들로 나를 다시 긴장시켰다. 거구의 무서운 표정의 직원이 우리 차에 다가왔다. 짜증이 잔뜩 섞인, 고함에 가까운 목소리로 뭐라뭐라 영어로 말하는데 얼음이 된 나는 회로가 멈췄다. 식은땀이 나려는 순간, 우리에게 있는 '베이비들'이 생각났다. 나는 냅다 골든 카드, 프리패스 카드를 내듯이 자연스럽게 차 뒷유리를 내렸고, 귀여운 두 베이비들이 뿅! 하고 얼굴을 내밀었다.


"Hi, Angels~."


파안대소(破顔大笑)! 직원의 얼굴이 급격하게 변했다. 내가 방금 본 사람이 맞나 싶었다. 영어가 안되니 "내 강아지 귀엽지? 우리 시애틀에 강아지들 데리고 퍼푸치노 먹으러 가~"라고 웃으며 능글맞게 말했다. 물론 그 다음부턴 뭘 해도 '오케이'였다. 우리 앤젤스에게 마음이 녹아내린 직원은 웃으며 아주 천천히 쉬운 말로 우리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서류도 내고 지문도 찍어야했는데, 매우 친절하게 "이쪽 손가락 찍어~ 다음은 저쪽 손가락~"하며 하나하나 알려주었다. 사실 그 직원은 우리 얼굴보다 강아지들과 더 눈을 맞춘 것 같다. 그렇게 미국 국경도 스무스하게 넘어갔다.


좁은 길이었는데도 기다리는 강아지들을 배려하여 앞, 뒤로 넓게 공간을 준 친절한 사람들

스타벅스 1호점은 긴 줄에 대기 시간도 길다고 하여 시애틀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퍼푸치노를 먹으러 갔다. 오전 시간인데도 역시 줄이 길게 있었다. 복잡하고 좁은 길에 유동 인구도 많아서, 우리는 당연히 한국에서처럼 강아지들을 한쪽에 잘 서게 하고 줄을 짧게 잡고 있었다. 그런데 지나가는 사람들도 강아지들을 잘 피해서 가주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앞뒤로 강아지들이 있다고 공간을 배려해 주었다. 우리 뒤에는 꼬마 숙녀가 있는 가족이 있었는데, 긴 대기 시간과 내리쬐는 햇빛에 꼬마가 힘들어했다. 몸을 배배 꼬고 움직이다가 아주 살짝 강아지들 건드렸다.




"Be careful!! Honey, 강아지 꼬리 밟잖아. 네가 무례하게 하면 안 돼~!"


아이의 엄마는 차분하지만 '매우 단호하게' 아이에게 말했다. 강아지 때문에 아이에게 저렇게 세게 말한다고? 놀라운 지점이었다. 그리고는 엄마는 우리에겐 연신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지속적으로 아이를 단도리시켰다. 그 꼬마 아가씨는 강아지가 반가웠는지, (한국에서는)큰 대형견인 한들이와 스냅이에게 선뜻 먼저 인사해도 되냐고 묻고는 기다리는 동안 우리 멈머들을 예뻐해 주었다. 햇빛이 너무 따갑다며 강아지들에게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해를 가려주기까지 했다(이모 감동ㅠㅠ). 대기 줄이 길어 사람들이 지칠 때 즈음, 스벅에선 얼음물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직원이 강아지를 보더니 당황하며 털복숭이들을 미쳐 챙기지 못함을 미안해했다(what??). "강아지 물도 줄게!!"라고 후다닥 건네준 얼음물로 두 멈머는 시원하게 목을 축였다. 우리가 대기하는 동안 여러 사람들이 와서 멈머들에게 따뜻하게 인사하고, 우리와 자신의 반려견에 대한 스몰톡을 했다.


매장 안에서도 얌전하고 착하다며 칭찬 듬뿍 받은 멈머들

매장 입구에 도달했을때, 아까 물을 챙겨준 직원이 강아지가 같이 매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 안에 물어봐 주었고, 흔쾌히 함께 들어가도 된다고 하여 강아지들도 매장 안에서 잠시 더위를 식힐 수 있었다. 영어가 짧은 나는 강아지로 인해 더 움츠려 들었고,더 정중히 말하기 위해 "Could I please~" 등의 표현을 연습했었다. 그러나 캐나다와 미국에선 모든 순간마다 사람들이 강아지와 함께하는 우리의 필요를 말하지 않아도 알아차렸고, 먼저 다가와서 물어봐 주었다. 그래서 내가 묻기 보다는 대답을 하게 되는 편이었는데, 보통 우리의 대답은 "Oh!!(어떻게 알았지?) Yes~(당연하지) Thank you.(너무 고마워)"가 다였다.^^ 한국에서는 큰 개를 키우는 죄인 취급을 받다가(그냥 지나가기만 해도 욕을 듣는...ㅜㅜ), '개나다'로 오니 매순간 환대와 따스한 배려로 몸둘 바를 몰랐다.



미국의 퍼푸치노는 우유가 아닌 휘핑크림으로 되어 있었다. 퍼푸치노를 보자마자 평소에 기다려를 잘하는 한들이와 스냅이도 이건 못 참겠는지 코를 먼저 들이댔고, 혀가 날름~ 마중 나왔다. 매장 입구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겸, 한 입 맛을 보여 준 뒤 우리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곳을 찾아가서 멈머들에게 미국의 퍼푸치노의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두 멈머들은 눈이 튀어나올 만큼 맛있었는지, 똥~그래진 눈에 혀로 퍼푸치노를 연신 핥아먹으면서도, 몸은 계속 퍼푸치노를 향해 앞으로 '전진, 전진'을 했다.


미국의 멍푸치노 맛에 점점 전진하는 멈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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