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이게 반려견 놀이터라고?

by 한들눈나 이수현

강아지들에겐 산책과 놀이는 정말 중요한 요소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개들도 충분한 산책과 놀이가 있어야 몸과 마음이 건강한 강아지가 된다. 반려 문화가 얼마 되지 않은 한국에서는 반려견 산책의 중요성을 이제야 체감하며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엔 여러 매체들의 힘이 컸다. 산책의 중요성을 알렸고, 그 결과 많은 강아지들이 밖에서 걷게 되었다. 요즘 개 키우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되는 것에는 물론 반려 인구의 증가도 있겠지만, 예전보다 강아지들과 산책하러 밖으로 나오는 반려인들이 훨씬 늘었기 때문에 더 자주 목격되는 것일 수 있다.


넘치는 에너지를 소모 중인 보더콜리! (스냅&한들)

강아지 문제행동의 많은 부분은 활동량이 채워지지 않는 것에서 기인한다. 넘치는 에너지를 소모시켜줘야 하는데, 집에만 있는 개들은 답답함에 결국 저지레를 하고 마는 것이다. 사람도 집에만 있으면 마음에 그늘이 생기며 건강에 이상이 오는 것처럼 말이다. 밖에서 냄새를 맡고 바람을 쐬며 주인과 함께 걷는 것은 개들에게 행복과 만족감을 안겨주고 이로 인해 개들은 안정감을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반려견에게 산책은 필수다. 그런데 개가 가진 에너지를 다 쓰기에 산책은 역부족일 때가 많다. 예전에 본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소개하자면, 미국 해병대를 은퇴한 건장한 장군에게 딱 맞는 산책 메이트는 의외로 소형견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한다. 사람이 적당히 걷고 뛰는 활동을 함께 즐길만한 체력을 가진 강아지는 덩치 큰 개가 아닌 작은 소형견이란다. 따라서 우리가 반려견과 집 앞 공원을 살짝 걷는 것은 개들에게 있어서 그 운동량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물론 각 개체의 성향과 체력의 차이는 있다).



운동장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아주 만족하신 한들군! (한국입니다^^)


따라서 걷는 것 외에 적당한 신체적 활동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각 시, 군, 구에서는 '반려견운동장'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그럴 만한 대지가 허락되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에 흔히 접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내가 속한 시에 반려견운동장이 있다는 건 오아시스 같다. 개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일부러 멀리 차를 타고 타 도시로 원정을 가는 사람도 많고, 사설 업체를 찾는 사람도 많다. 늘어가는 반려인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시설과 비반려인들의 민원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설이 더 생겨야 하는 이유는 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 '다 같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기 위해서이다.


미국 맨해튼의 거대한 센트럴 파크를 사진이나 매체에서 한 번쯤 보았을 것이다. 그 비싸고 인구도 많은 땅에 집이나 건물이 아닌 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에 처음에는 반발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조경을 담당한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는 "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이만한 크기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건물과 도로의 삭막한 대도시일수록 정서적 휴식 공간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반려견 운동장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필요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집에서 짖고 나가서도 짖고, 때론 공격적인 행동으로 개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이유 중 하나는 개들의 제한된 야외 활동으로 정신이 피폐해져 있음도 한 몫한다고 볼 수 있겠다.


엄청 넒어서 서로 마주칠 일이 없었던 시애들의 운동장


캐나다는 '개나다'답게 몇 블록마다 작게라도 반려견 놀이터가 있었고, 그 '작게'는 한국에서 크다는 놀이터만 했다(그곳은 땅이 넓어서 가능한 것 같다). 그래서 북미의 개들은 '산책은 산책! 놀이는 놀이!'로 개념이 잡혀있었다. 산책할 때 모든 에너지를 다 풀어야 하는 한국의 반려견들은 산책 시 그 흥분도가 높은 편인데, 캐나다의 강아지들은 산책은 놀이 공간까지 걸어가는 과정, 즉 '이동'일뿐이었다. 차분히 걸으면 곧 신나게 뛰어놀 장소로 갈 수 있으니, 걸으며 에너지를 다 소모할 이유가 그들에겐 없다. 걷기 산책과 신체적 놀이 활동이 구분되어 있으니 북미의 반려견들을 대게 산책 메너가 더 좋았다. 흥분해서 줄을 당기며 헥헥거리고 주인을 끌고 가는 반려견을 그곳에서 본 적이 없었다.



반려견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훈련이라는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사회 시스템적인(환경적인) 요건도 받쳐줘야 하는 부분이 분명 있다.
캐나다의 이 점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캐나다의 반려견운동장은 그 크기만 어마어마한 게 아니라, 다양한 자연환경을 접할 수 있게 지역마다 특성 있는 운동장이 많았다. 도시 가운데 작게 조성되어 접급성을 높인 곳도 있고, 커다란 산림 가운데 위치하고 있어서 강아지들이 큰 나무들 사이로 신나게 뛰놀 수 있는 곳도 있었다. 그리고 항구 바로 옆, 바닷가 자갈 해안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는 곳도 있었다! 특히 출국 전 멈머들의 에너지를 좀 소모시키고 배변도 충분히 시켜줘야 했는데, 공항 바로 옆에 거대한 운동장이 있어서 한들이와 스냅이는 앞날을 모른 채 신나게 뛰고 놀았다.(ㅋㅋㅋ)

한치 앞을 모르고 신난 멈머들(공항 근처), 그리고 항구 옆 멋진 해안 운동장


한들이는 한국에서 열심히 훈련한 가정견이다.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최대로 노력했다고 감히 말해본다. 어릴 적 1:1의 퍼피 트레이닝을 시작으로, 생애 전환기마다 훈련사님을 찾아가서 부족한 점을 배웠고, 지금도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경기도 반려문화센터인 '반려마루'에서 하는 예절교육도 초급, 중급, 고급 그리고 심화반까지 통과했으며 경기도지사 인증 수료증도 받았다. 그에 이어 3급 훈련사 자격증도 한들이와 함께 취득했다. 훈련사님 말씀으로는 상위 5% 안에 들 거라는 농담 섞인 칭찬도 들었을 정도여서 캐나다 여행을 가면 한들이가 매우 돋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이곳에 오니 한들이는 그저 '평범한' 강아지였다. 캐나다에서는 이 정도의 예절은 당연한 것이었다!


한들이가 젠틀멍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위와 같은 훈련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지만, 불꽃같은 화력의 보더콜리인 한들이가 맘껏 뛰놀 수 있는 반려견놀이터가 바로 집 앞에 있었기 때문이 크다고 생각한다. 만약 반려견놀이터가 집 근처에 없었다면, 감히 에너자이저 보더콜리를 가족으로 맞이할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정말 하루에 3~4시간씩 매일같이 놀이터로 출근도장을 찍었다. 일단 입장하면 한들이는 혼자 운동장을 크게 10바퀴는 돌고 시작했다. 친구들이 하나씩 나가떨어지면 다른 친구로 바꿔 다시 놀았다. 퍼피 한들이는 늘 친구들의 침으로 온몸이 적셔져 있었다. 그렇게 뛰는 활동 말고도 개별 산책을 3번 이상은 했다. 퍼피 트레이닝을 받을 땐 사회화를 위해 하루에 5~6번씩 산으로, 들로, 도심으로 다녔다.


한국에서 보호자인 내가 시간적, 체력적, 물질적으로 매우 애를 써야 만들 수 있었던 젠틀멍을, 캐나다에선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라니 놀랍고 부러운 지점이었다. 물론 캐나다의 반려인들의 노력이 굉장히 중요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개인적인 노력들을 빛나는 결실로 맺어지게 할 수 있는, 사회적인 여러 체계와 상황도 함께 있었기에 소위 '선진 반려 문화'를 빚어낼 수 있었다고 본다. 노력 없는 결과는 없다. 찌는 듯한 여름의 태양을 견디지 않고 달콤한 열매만 취하고 싶은 마음은 도둑놈 심보다. 하지만 내가 그 태양을 견딜 때, 나에게 물을 주고 가지를 쳐주며 작게 열린 과실에 종이를 씌워주는 도움의 손길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개인과 사회 모두가 같이 협력하여 더욱 안정적이고 살기 좋은 곳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그것이 반려 문화이든, 다른 영역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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