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물은 사 먹어도 강아지물은 공짜!
넓은 펫파크에서 맘껏 뛰놀고, 바로 옆 커다란 호수로 향했다. 코발트빛의 호수를 보자마자 한들이는 수영하겠다며 엄청 끙끙거렸다. 하지만 '수영 금지' 팻말이 있어서 아쉽지만 자제시켰다. 대신 우리는 호숫가 산책로를 걸었다. 파아란 잔디와 짙푸른 호수, 아름드리나무가 어우러진 공원은 걷고 쉬는 모든 이들에게 호수 같은 잔잔한 행복을 전해주었다. 잔디에서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 신선항 공기를 마쉬며 뛰는 사람들, 아이들의 꺄르르 웃음소리, 그리고 주인과 함께 걷는 반려견들의 미소까지. 우리 역시 "Hi, Sweeties"라는 인사를 받으며 그 풍경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니 배가 고팠다. 아까 지나오다 본 햄버거 가게가 생각났다. 햄버거를 포장해서 차에서 먹기로 하고는 가게로 향했다. 태양이 너무 뜨거워서 주문하는 동안이라도 개들만 차에 두기가 어려웠다. 다행히 야외 공간에 테이블과 적당한 그늘이 있었다. 거기서 애들과 함께 식사하기로 했다. 더운 날씨는 아니었지만 강렬한 태양에 목이 말랐다. 뛰고 걸은 멈머들도 마찬가지였다. 먹을 걸 주문하며 물을 사서 나눠먹으려고 했다. 차에 물이 있긴 했지만 마시기에 너무 따뜻했다.
그런데 야외 좌석에 커다란 양동이에 얼음물이 가득 있었다! 역시.. 사람물은 사 먹어야 해도, 개들을 위한 물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는 캐나다와 미국이었다! 받아놓은 물도 방금 떠온 듯 아주 깨끗했다. 멈머들은 그 자리에 철퍼덕 드러누워 시원하게 물을 마셨다. 우리는 개들을 묶어 놓고 햄버거를 주문하러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직원은 밖에 있는 강아지들을 보며 반갑게 인사했고, 이름을 물었다. 처음 가는 곳이라 주문방식이 낯설어 살짝 긴장했는데, 너무도 친절하게 응대해 줘서 마음이 놓였다. 밖에서 강아지들과 먹고 가겠다고 하니, 햄버거를 자리까지 가져다주겠다고 했다.
햄버거를 가져다주며 그 직원은 개들과 인사해도 되는지 물어왔다. "Of course!" 개들은 자신들을 좋아하는 사람을 귀신같이 알아본다. 한들이는 꼬리를 신나게 흔들며 애교를 부렸다. 그가 강아지들 간식을 줘도 되냐고 묻는다. "Sure!" 직원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더니 커다란 간식통과 함께 나왔다. 간식에 눈이 반짝인 멈머들은 평소보다 더 훨씬 말 잘 듣는 착한 개들이 되었다. 그는 강아지들이 너무 착하고 예쁘다고 한참을 쓰다듬다가 안에서 다른 직원이 불러 마지못해 들어갔다. 그 직원은 그 후로도 우리가 뭐 불편한 건 없는지, 잘 살펴 봐주었고, 우린 떠나기 전 같이 사진을 찍자고 요청했다.
그분의 진심 어린 친절은, 무더운 날 길에서 만난 시원한 얼음물 같은 오아시스였다.
아주 오래전, 한들이를 반려하기 전 샌프란시스코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워낙 개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커다란 개들이 주인과 함께 여유 있게 걷고 함께 쉬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길거리 상점 앞엔 강아지를 위한 물그릇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가게마다 '독 파킹(dog-parking)'이 가능한 고리나 기둥이 마련되어 있었다. 개들은 서로 간 거리를 유지한 채 마트 앞에 묶여 있었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출입문만을 바라보며 주인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기다림이 가능한 것도, 그 기다림을 존중하며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도, 모두 신기하게 느껴졌었다.
한들이를 반려하는 지금 그 문화를 직접 체험해 보니 감격스러웠다. 배려는 당연한 게 아니기에, 그 사소한 배려가 더욱 감사했다. 술을 파는 마트 앞에도, 깊은 산속 공원 안에도 강아지들을 위한 물그릇이 놓여 있었다. 작은 생명까지 아끼고 배려하는 그 따뜻한 마음에 울컥울컥 했다. 버거 가게에서의 친절은 그저 대표적인 한 장면일 뿐이다. 거리 곳곳, 생활 곳곳에 반려견을 향한 애정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진짜 개들의 천국 '개나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