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맣고 조금은 이상한 재미
요즘에는 일기를 적지 않고 있습니다. 일상 속에 적을 만 한 무언가가 많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일기를 ‘녹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 이것은 조금은 부끄러운 제 ‘영상 일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시작은 대략 이렇습니다. 어느 저녁 즈음에, 대뜸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난 겁니다. “뷰티 인사이드”라는, 매일 얼굴과 체형, 성별 등이 바뀌는 주인공이 자신의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카메라를 켜고 오늘의 모양을 기록하는 모습은 문득 ‘해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요, 조금의 고민 후에 저는 책상에 앉아 핸드폰으로 녹화를 시작했습니다.
비록 매일 얼굴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아직까지의 영상 일기는 꽤나 만족스러웠습니다. 카메라 앞에 앉아 오늘의 삶과 생각들을 되돌아보고, 가끔씩은 그러한 복기復棋 중에 새로운 것들을 깨닫기도 하면서요. 처음에는 “북토크 이전에 입을 움직이는 법을 조금 익혀보려 한다”는 핑계를 붙였지만, 그렇게 오래되지도 않은 지금은 스스로에게 꽤나 솔직해질 수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스스로에게도 숨기고 있던 감정과 생각들이 진솔하게 이어질 수 있다는 일이 삶의 활력을 조금 더하는 것도 같았고요.
이상하게 보일 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작게나마 하고 싶은 일들을 해보는 것도 삶에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입니다. 이 작은 일들이 삶을 구원하거나 새로운 낙원으로 데려다 주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조금의 용기만으로 무언가는 해내는 일은 삶을 사뭇 다른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 일기에는 라면을 끓이다 미래를 생각한 이야기들을 말했습니다. 아무런 교훈이나 재미, 감동도 없는 이야기였지만, 중요한 점은 라면을 먹으며 ‘오늘 일기에는 이 이야기를 해볼까’ 하며 조금은 즐거웠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즐거움은 SNS나 게임 등이 주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결의 것이겠지요. 저는 이것을 삶의 밀도가 높아지는 재미, 라고 표현해보기로 합니다. 혹은, ‘삶을 끌어가는 아주 작은 재미’는 어떨까요. 커다랗지 않아도 소소하고 내밀한, 그렇게 삶을 조금씩 잇게 해 주는 것들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