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아도, 아무리 못나고 초라해도.
사는 일이 한없이 초라해질 때가 있다. 초라하다는 생각을 하다 보면 이루지 못한 지난 일들은 어느새 스며 나와 발목을 잡고, 명확히 그려지지 않은 미래는 발목 잡힌 마음을 더욱 어두운 곳으로 끌어당긴다.
참 슬픈 일이다. 삶이 완벽하지 않으니 나조차 나를 사랑할 수 없고, 누군가의 사랑을 갈구하기에도 모자란 모양이 참 안쓰럽다. 어느새 떨어지는 눈물은 남에게 보이기조차 부끄러워 울음조차 숨을 죽이다 보면 그 슬픔은 어느새 마음의 안쪽으로 들어와 깊은 얼룩을 남긴다. 누구도 완벽하지 않으니, 누구라도 어쩔 수 없이 한 번쯤은 겪은 일들이겠다. 누구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세상을 떠도는 수많은 위로의 글은 오히려 마음을 닫게 만드는, 그런.
글을 적는 사람으로서,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당신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좋은 글로 당신의 밤을 편안하게 해 주어야 하는데, 책임감 없는 피상적인 이야기들이 아니라 당신의 편안한 밤을 바라는 만큼 예쁘고 소중한 이야기들로 당신의 마음을 다독여야 하는데. 나조차 아름답지 못한 사람인 탓에 당신에게 닿길 바라는 애틋한 마음들은 슬프게도 자주 구겨지고 버려진다.
그럼에도 서툴게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너무도 피상적이지만, 당신은 참 예쁘고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 당신은 ‘당신이 나를 어떻게 알고 그런 말을 하느냐’고 생각할 테지만, 매정하게 부정해보려는 당신마저 이만큼이나 소중히 여기는, 얼굴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여기에 있다. 몰래 아파하는 당신의 슬픔과 공허를 함께 아파하는 사람이 이 글을 적고 있다. 그리고 물론, 손에 닿는 주변에도 당신을 이만큼이나, 아니 이보다 더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약간의 예를 들어볼까. 우리는 살아가며 사랑에 빠진 사람을 더러 마주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지나가는 방향으로 자꾸 눈길을 돌리고, 그(혹은 그녀)가 반경에 있으면 순식간에 고장이 나버리기도 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게는 정말, 참을 수 없이 장난 섞인 말투로 “저 사람이 왜 좋아?” 하고 묻게 되는데, 참 재미있는 것은, 그들의 대답이 참 한결같다는 것. 한결같이 포근하고 반짝이는 표정과 함께.
“음... 그냥, 그냥 좋아.”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걸까, 그냥이라는 심심한 대답과 함께 배시시 웃음을 짓는 일은. 이렇듯,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일은 어떤 이유와 함께 오지 않는다. 어쩌면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라는 것은, 사람을 좋아하고 한참이 지나, 나처럼 짓궂은 질문을 하는 사람과 함께 생겨나는 작은 핑계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이 모든 이야기는 내가 당신을 아끼고 다행스럽게 여긴다는 진심 어린 증명이다. 여전히 괜찮다는 말이 제일 어렵고 무턱댄 위로로 아무 사정도 모르는 이들에게 ‘괜찮음’을 욱여넣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섭지만, 언젠가 한 번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나는 당신을 아끼고, 당신의 슬픔이 마음 아프고, 어딘가에서 이 글을 읽을 당신의 존재를 다행스러워한다. 당신이 보는 당신의 모습이 얼마나 못나고 초라하건 간에, 나는 당신을 이다지도 귀하게 생각한다. 그냥, 그냥 그렇다. 당신의 하루가, 당신의 여러 날이 귀하고 행복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