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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안 Oct 06. 2022

엉성한 사람.

그래서 좋은 사람.



 정교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것들이 주는 매력이 있다. 얼기설기, 큰 노력도 들이지 않은 듯 보이는 것들. 뭐 이런 것들이 있나, 싶다가도 듬성듬성 생각나는 이상한 매력.    

 

 그 매력이라는 것은, 재미있게도 단지 유형有形의 것만에 국한된 것은 아닌데, 실제로 만질 수 없는 말이나 음악, 혹은 사람의 성격 같은 것들이 그렇다. 오히려 더욱 사랑스러울 수 있는 것들. 지나가듯 말하는 연인의 다정한 말이나 콧노래, 한 박자 느린 웃음을 터뜨려 또 한 번의 웃음을 주는 누군가의 유쾌한 엉성함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모든 것이 완벽했던 당신의 어느 날보다, 자고 일어나 겨우 눈을 뜨던 모습이나 부스스한 머리카락이 더 기억에 남는 일이 참 웃기다. 두세 시간을 일찍 일어나 열심히 꾸미고 온 날보다 그런 아침과 밤들이 더 생생하다면 당신은 조금 억울해할까. 당신의 심정을 알 수는 없지만 내게는 그 웃긴 일이 참 다행스러웠다. 당신에게 못난 모습을 보여줄까 두려웠던 만큼, 당신의 완벽한 모습만을 사랑하는 못된 짓을 하고 있을까 항상 두려웠으니까.     


 아침부터 바쁜 일이 있던 어느 새벽, 불을 켠 방에 부스스 앉아 눈을 비비던 당신의 모습이 여전히 기억 속에 선하다. 화장기 하나 없이 앉아 피곤하다며 뾰로통하게 입술을 내밀던. 지금도 사진처럼 남은 그 모습에 가슴이 두근거렸던 일을 당신은 이상하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화장을 하고 옷을 골랐던 수많은 날들은 다 어디로 갔느냐고 물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참에 솔직히 말하자면, 나조차도 이해가 잘 가진 않지만, 그날의, 그 새벽의 당신만큼 예쁜 것은 아직도 만나 보질 못했다. 정말 이해가 가진 않지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완벽하지 ‘않아도’ 사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완벽하지 ‘않아서’ 사랑스러운 것들도 정말 정말 많다는 것. 사람의 사람다움, 사랑스러움은 어쩌면 조금씩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용기와 엉성함일지도 모르겠다. 완벽한 줄만 알았던 사람들이 그토록 외롭고 공허해하는 이유도 비슷한 걸까.


 조금 엉성하게 살아도, 아니, 조금 엉성하게 사는 게 좋겠다. 슬픔과 외로움도 조금씩 표현해보고, 우아하지 않더라도 가끔씩은 기쁜 일에 번쩍 뛰어도 보고. 왠지 기분 좋은 저녁에는 좋아하는 음악에 흔들흔들 막춤을 춰 보는 것도 좋겠다. 당신은 그토록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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