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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환 Sep 13. 2021

#4. 조국 법무부 장관(2019년 8월)

 조국 법무부 장관 사건은 전환점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신뢰하던 사람들은 뭐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고, 적폐 수사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쪽에서는 윤 총장을 정의의 사도로 여기게 됐다. 이 사건은 워낙 많은 얘기가 나왔고 내용도 방대하다. 한 쪽에서는 조국 백서 또 한 쪽에서 조국 흑서를 낼 정도로 공개적으로 많은 논쟁이 진행됐다.    

 

 이 책에서는 조 전 장관 사건과 관련해서는 몇 가지만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먼저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 도중 검찰이 부인인 정경심 교수를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로 기소한 것이다. 2019년 9월 6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던 날, 지상파 메인 뉴스에 정 교수를 오늘 기소할지도 모른다는 뉴스가 주요하게 보도됐다. 그리고 실제로 그날 자정을 넘기기 전 검찰은 정 교수를 실제로 기소를 했다. 기소를 한 이유는 공소시효가 도래했기 때문이었다. 2012년 9월 7일 자로 표창장이 발부됐는데 사문서 위조 혐의 공소시효인 7년이 만료되는 날이 공교롭게도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 날이었던 것이다. 검찰은 정 교수가 설명 불상자와 공모해 동양대 총장 직인을 무단으로 사용해 동양대 표창장을 만들었다는 혐의로 기소를 했다. 사문서 위조 혐의다. 당시 검찰은 정 교수를 소환 조사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이 피의자를 소환 조사 없이 기소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어떤 일에 사리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한 쪽 주장만 들어서는 안 되고, 잘못이 있다고 지목된 쪽 변명도 반드시 들어야 한다. 그래야 훨씬 객관적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에서는 피의자 소환 조사가 당연한 절차로 여겨진다. 누가 봐도 증거가 명백하고 피의자가 거듭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는 등의 사정이 없는 이상 소환 조사 없이 피의자를 기소하는 것은 매우 비상식적인 일이다.     

 그런데 기소 이후 며칠이 지난 뒤 다른 얘기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정경심 교수가 영화 기생충 나온 것처럼 컴퓨터에 있는 직인 파일을 이용해 2012년 9월 7일 아닌 2013년에 딸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것이다. 위조의 방법도 달라졌고, 시기도 바뀌었다. 실제 검찰은 정 교수에 대한 재판이 열리자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정 교수를 수사를 더 해 보니 사실관계가 달라져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스스로 사실관계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피의자를 소환 조사하지도 않고 기소했다는 것을 고백한 셈이다. 이는 명백한 정치 행위라고 말해도 할말이 없다. 검찰은 표창장 직인이 파일 도용 방식으로 위조가 이뤄졌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 9월 6일에 기소할 필요가 없었다. 사문서 위조가 이뤄진 게 2013년이라 공소시효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이 기소 당시에는 9월 7일에 위조가 이뤄진지 알았다가 계속 수사를 하다 보니 행위가 이뤄진 게 2013년으로 파악했다고 하더라도 기소권 남용이 된다. 검찰은 피의자 소환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객관적 증거를 통해 사실관계가 명확히 확정됐기 때문에 기소를 했다고 밝혔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기소는 대상자에게 벌을 내리기 위해 하는 행위다. 기소라는 중대한 행위를 하면서 당사자 해명도 듣지 않았다가 나중에 '그게 아니었다‘고 말을 바꾸는 것은 독재시대 수사기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결국 한밤의 정 교수 기소는 조 전 장관의 낙마를 위한 검찰의 정치 행위였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여권의 정치권 인사들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여러 경로를 통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은 안 된다는 사인을 보냈다고 말하고 있다. 2019년 9월 9일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을 임명하려 하자 "그렇게 하면 내가 관두겠다“는 메시지도 보냈다는 게 정치권 인사들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9년 9월 3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면 사퇴하겠다고 했는데 확인할 수 있나”라고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에게 물었다. 이 총리는 이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음을 이해해 달라”고 답변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의 메시지에 임명을 철회하면 검찰총장에게 장관 선택권을 주는 잘못된 선례를 남기기 때문에 임명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윤 총장은 조 장관이 임명되자 사퇴 의사를 철회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대검찰청을 통해 청와대 등에 조 장관의 사퇴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 장관 임명과 관련된 메시지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는지는 좀 더 사실관계가 나와 봐야 확실해질 것이다. 윤 총장이 정치적 메시지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면 더 큰 문제이지만, 윤 총장은 인사청문회를 앞둔 후보자에 대대적인 수사를 통해 ‘조국 불가’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줬다. 인사청문회 기간 후보자에 대한 이 정도 수사는 전례가 없다. 선거 출마한 후보자에 대한 검찰 수사로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는 것에 비견될 정도다. 또 검찰은 조국 장관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교수를 수사가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인사청문회 당일 무리하게 기소했다. 정권과 대립할 때 수사를 통해 메시지를 주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검찰은 과거 정치 권력과 게임을 할 때 이런 간접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을 자주 썼다. 과거 정치검찰로 지적되던 검찰의 모습이었다.     


 조국 사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 중 하나는 목표를 먼저 정한 수사라는 의심이다. 바로 표적 수사라는 것이다. 비슷하게 일본에서는 이를 악인 중심형 수사라는 말이 있다. 인간의 행동은 목적을 먼저 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수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한 사람에게 치명상을 가하기 때문이다. 일본 검찰에서는 정치인 등의 수사는 착수하고 해당 인사의 사건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까지 비공개에 부치는 것을 철칙으로 해왔다고 한다. 비공개에 붙여야 사건을 무혐의 처리할 수도 있다. 일단 외부로 사건이 알려지면 검찰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봐주기 수사 등 여러 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사건 초기부터 수사가 알려지고 사건이 중계방송된다. 피의자 소환 조사를 받을 때쯤에는 이미 여론재판은 끝난 경우가 많다. 검찰의 공개적 수사 방식은 집중적인 비판의 대상이 됐다.     

 문재인 정부 첫 법무부 장관이었던 박상기 전 장관의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검찰은 조국 장관 부인의 사모펀드 의혹을 가지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2019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이런 종류의 사건은 제 승인과 결심 없이는 할 수가 없다”고 말해 본인이 수사 착수를 지시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전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조국 전 장관 관련 압수수색이 진행됐던 2019년 8월 27일 윤 총장이 사모펀드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놨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인터뷰에서 “내 기억에 윤 총장은 나를 만난 자리에서는 입시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말을 안 했습니다. 사모펀드 이야기만 했어요. 사모펀드는 다 사기꾼들이 하는 것이다. 내가 사모펀드 관련된 수사를 많이 해 봐서 잘 안다. 어떻게 민정수석이 사기꾼들이나 하는 사모펀드에 돈을 댈 수 있느냐... 그 얘기만 반복했습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같은 인터뷰에서 윤 총장이 조 장관의 사퇴를 노골적으로 요구했다는 취지로 말하기로 했다. 조국 장관 후보자 시절 초창기 언론의 의혹 제기는 사모펀드 의혹, 조 후보자 동생 부부의 위장 이혼 의혹, 딸 의학논문 저자 등록 및 부적절한 장학금 수령, 웅동학원 관련 비리 의혹 등에 집중됐다. 2019년 8월 27일 있었던 검찰의 압수수색도 이에 맞춰서 이뤄졌다. 박상기 전 장관의 말이 사실이라면 검찰은 큰 줄기를 사모펀드 관련 비리 의혹으로 봤던 것 같다. 검찰은 1차 압수수색이 있은 지 1주일 만인 9월 3일 동양대 등에 대한 2차 압수수색에 들어간다. 이른바 표창장 의혹 등으로 논점이 옮겨가는 것이다. 

 구속과 보석, 그리고 긴 법정공방 끝에 2020년 12월 1심 재판부는 정경심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정 교수를 법정구속한다. 입시비리 혐의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모펀드 관련 비리는 무죄를 선고한다. 사모펀드는 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에게 돈을 맡긴 것인데 조 씨의 횡령 등 범죄에 정 교수가 관여한 것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정 교수는 이자를 타기 위해 조 씨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것이다. 조국 전 장관도 1심 재판 이후 SNS 메시지에서 사모펀드 부분이 무죄가 난 것은 다행이라고 언급했었다. 검찰이 수사에 돌입한 계기는 뿌리가 약했던 것이다. 검찰은 대규모 수사팀을 꾸리고 과거 대검 중앙수사부처럼 전문 인력 파견까지 받아 입시 비리 등의 다른 길을 다시 뚫었다. 한 쪽이 무죄가 나오더라도 다른 쪽이 유죄가 나올 수 있도록 보험을 만들어 놨다. 검찰이 타깃을 정하면 빠져 나오기 힘들다는 것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 사건에서도 어김없이 증거인멸이 쟁점이 된다.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인이 정 교수의 집에서 하드 디스크를 교체하고, 사무실인 경북 영주 동양대까지 내려가 PC를 반출했다는 것이었다. 정 교수와 자산관리인이 동양대에 함께 들어가는 CCTV 영상이 언론에 공개됐다. 동양대에서 반출한 PC가 자산관리인 차량 트렁크에 있었다는 내용 등도 모두 언론에 보도됐다. 1심에서 정 교수는 증거인멸 교사에 대해 무죄를 받고 자산관리인은 2심까지 증거인멸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정 교수가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정황은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앞서도 말했지만, 자신의 혐의와 관련된 증거인멸은 방어권 행사로 본다. 다른 사람에게 시키면 범죄 행위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법리적 판단은 상급심의 판단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증거인멸과 관련된 상세한 내용과 관련 사진까지 언론에 상세하게 알려졌다는 것이다. 증거인멸은 구속과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염려를 형사소송법이 구속의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거인멸과 관련된 상세한 사항이 언론에 보도된 경위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언론의 집요한 취재일 수도 있고, 검찰이 관계됐을 가능성도 제긱된다. 보도 경위는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확실한 것은 증거인멸과 관련한 보도는 정경심 교수 구속영장 실질 심사에서 검찰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2019년 10월 증거 인멸 우려 등이 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     

 이 사건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마찬가지로 재판부 인사로 재판부 구성원이 바뀐 게 사건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 재판장이었던 송인권 부장판사는 2019년 12월 정 교수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지 않았다. 앞서 지적했듯이 검찰은 정 교수가 2012년 9월 7일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일단 기소했다가 추가 수사를 통해 일시와 방법을 바뀌었다고 결론 내렸다. 송 부장판사는  "공범, 범행일시, 장소, 방법, 행사 목적 등이 모두 중대하게 변경됐다"며 "동일성 인정이 어려워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보수 진영에서는 정 교수에게 무죄를 내리기 위한 신호라고 주장이 나왔었다. 2020년 2월 재판부가 변경됐고, 정 교수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도 유죄 판단과 중형 선고는 변하지 않았다. 2심까지 정경심 교수의 표창장 위조 사건은 많은 쟁점이 있다. 단순 위조 여부도 중요하지만 법리적으로 봤을 때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 행위, 동양대 PC 압수수색 과정의 위법성 등도 주요하게 다뤄야 될 쟁점 사안이다. 정 교수 측은 1심 재판 당시 위법 증거 수집 등도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강원랜드 취업 청탁 의혹 사건,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의 노조 와해 사건 등은 2심에서 검찰의 위법 증거 수집이 인정되면서 결론이 바뀌었다. 이 사건 주요 행위도 판사에 따라 판단이 달랐다. 최종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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