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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환 Sep 13. 2021

#6.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2019년 11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 수사를 하자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이 서울동부지검에서 속도를 냈다. 또 하나 조 전 장관 관련 후속 수사가 이어진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이다. 이 사건은 울산지검이 수사하고 있었는데 조 전 장관 수사 이후인 2019년 11월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이 넘어간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되는 조치였다. 이 사건은 2018년 6월에 있었던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당시 시장이자 자유한국당 후보였던 김기현 울산시장의 측근 비리 수사를 경찰이 시작한 것이 발단이었다. 야당에서는 2020년 4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되는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이 청와대의 하명을 받고 수사를 시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 1년 8개월 만에 사건은 울산지검에서 검찰총장의 지시로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이 옮겨간다. 민정수석실이 관련된 사건이었다. 조국 전 장관을 겨냥한 수사로 볼 수 있었다.     

 총선을 3개월도 앞두지 않은 2020년 1월 29일 검찰은 송철호 울산시장,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장환석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등을 불법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이 중 송병기 전 부시장, 황운하 전 청장, 한병도 전 수석, 장환석 전 행정관 등은 그 해 4월에 있었던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었다. 나중에는 이 수사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전 장관까지 겨냥한 수사였다는 점도 드러나게 된다. 검찰은 일단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기소 대상자를 골랐다. 여당에서는 황운하 전 청장의 출마를 막기 위한 기획 수사라는 말이 나왔다. 황 전 청장은 기소되면서 공무원 면직이 불가능해졌고, 출마길이 상당히 험난해졌다. 황 전 청장은 검찰의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았고, 검찰은 그를 소환조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소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 주요 간부들과 회의를 열어 이 같은 결정을 주도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황 전 청장 소환 조사 이후 기소 여부를 결정하자고 주장했지만, 윤 총장은 기소를 밀어붙였다. 총선이 임박해 있었고, 추미애 장관이 부임해 수사팀 인사도 예정된 시기였기 때문이다. 백원우 전 비서관과 박형철 전 비서관은 동부지검에서 유재수 감찰 무마 혐의로 기소된 날, 이 사건으로 함께 기소됐다. 송철호 전 시장은 두 번째 소환조사가 예정된 날 기소됐다. 여러모로 봤을 때 일을 매우 서둘렀다. 조사가 충분치 않았는데 검찰 인사, 총선 일정 등 외부적 요인으로 기소 여부와 기소 대상자가 결정된 것이다. 정치적, 정무적 결정을 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 사건의 공소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비공개 결정을 했는데 한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매우 긴 내용인데 주요 범죄 혐의는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2018년 초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경찰에 이른바 하명수사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송철호 울산시장을 만들기 위해 경쟁 후보였던 김 전 시장 측근에 대해 수사를 해서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백 비서관과 송 시장, 황운하 전 청장 등을 기소한다. 이른바 하명수사 혐의다. 두 번째로 송 시장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청와대 인사들이 산재모(母) 병원 예비타당성 검사 결과 발표를 의도적으로 연기해 선거일 직전 발표하게 했고, 이를 통해 선거 민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를 언론에서는 공약지원 혐의라 불렀다. 세 번째 한병도 정무수석이 송 시장이 무난하게 민주당 후보로 만들기 위해 경선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공직을 제안해 선거를 포기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 수석과 임 전 최고위원은 86학번 동기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3기 모임의 구성원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전대협 3기 의장을 지낸 바 있다. 이것은 후보 매수 혐의다. 이 수사와 관련된 인사들은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 등을 받았다.  이 사건에서도 직권남용은 빠지지 않는다.     

 요점을 정리하면, 당내 경선 통과도 장담 못하는 문재인 대통령 친구 송철호를 울산시장을 만들기 위해 청와대에서 공작을 펼치기로 했다는 것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청와대의 계획에 따라 경쟁 후보 관련 수사도 경찰을 통해 하게 만들고, 선거 민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적 결정도 하게 된다. 그리고 당내 경선자를 제거하기 위한 공작도 진행된다. 청와대의 많은 조직과 사람들이 송철호 경선 승리와 울산시장 선거 당선을 위해 한 목적으로 움직였다고 검찰은 본 것이다. 그런데 공소장을 읽어보면 뭔가 좀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가 이렇게 중요한 사람이고,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공작을 하기로 했는데 송 후보가 청와대 인사 중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장환석 청와대 선임행정관이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2017년 10월 청와대 외부 식당에서 송 시장은 송 행정관을 먼저 만나고, 청와대로 가 임종석 비서실장을 만나 자신의 민원사항을 얘기한다. 대통령의 뜻에 따라 핵심 참모들이 나선 일이라면 이 같은 순서는 상식에 맞지 않다. 임종석 실장, 아니면 최소한 한병도 정무수석을 만나 먼저 작전을 논의한 뒤 임 실장과 한 수석이 하급자에게 얘기해 일이 이뤄지게 만드는 것이 상식이다. 실무자를 먼저 만나고 상급자를 만난 것은 전형적인 민원 업무 처리 방식이다. 검찰은 임종석 실장과 송 후보의 만남에서 선거와 관련된 작전 회의가 진행됐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 그래서 임 실장을 기소하지 못했다. 공소장에서는 백원우 비서관과 송 후보 측의 어떤 접촉이 있었는지는 분명하게 나와 있지 않다.     

 검찰은 2020년 총선이 끝난 후에도 수사를 계속 한다. 검찰은 같은 해 5월 송철호 울산시장 측근인 김모 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했다. 하지만 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고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송 시장 쪽에서는 별건 수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충분히 별건 수사를 의심할 수가 있는 상황이었다. 송 시장의 측근 수사는 이후 흐지부지된다.

 검찰은 이어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전 사회정책비서관)을 계속 기소하려 했다. 이미 기소된 장환석 전 행정관의 선임자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경희대를 나와 친정권 검사로 불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이 실장의 기소를 막고 있다는 기사가 여러 차례 나왔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에 대한 기소도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한 기사에는 관련자들의 재판 증언 등을 보고 임 전 실장 등에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검찰 관계자의 멘트도 나왔다. 임 전 실장과 함께 조국 전 장관,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한 기소도 검찰은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검찰은 사건 관련자 1차 처리 이후 1년 3개월이 지난 2021년 4월 이진석 실장을 불구속 기소한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가운데 송철호 시장의 공약 지원과 관련 있다고 본 것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임종석 전 실장, 조국 전 장관, 이광철 민정비서관을 기소하지 못했다.

 검찰은 불기소 결정문에서 이들에 대해 “범행 가담에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적었다. 임 전 실장은 송철호 시장이 당내 경선에서 단독 후보가 될 수 있도록 후보 매수 혐의와 관련 있다는 의심을 받았다. 송 시장의 경쟁자에게 외국 총영사 자리를 제안해 경선 출마를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본인이 부인하고 입증할 수 있는 다른 증거를 찾지 못해 불기소 처분했다. 조국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하명수사에 개입한 의혹을 받았다. 검찰은 조 전 장관까지 이어지는 증언이나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광철 비서관에 대해서도 관련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임 전 실장은 수사 결과가 나온 뒤 SNS를 통해 “이진석 기소는 부당하고 비겁하다. 검찰 주장대로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건이라면 당시 비서관이었던 이진석이 무슨 권한으로 그 일의 책임자일 수 있느냐”며 “검찰 스스로도 그 그림은 아니다 싶어 무리하게 임종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던 것인데, 그럼 임종석을 기소하든지 혐의를 찾지 못했다면 사건을 종결하는 것이 마땅한 순리”라고 말했다. 이어 “이른바 ‘울산 사건’은 명백히 의도적으로 기획된 사건이며, 그 책임 당사자는 윤석열 전 총장”이라고 주장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은 검찰도 수사를 길게 했고, 아직 본격적인 1심 재판도 시작되지 않은 상태다. 검찰이 주장하는 청와대 기획 주장과 청와대 인사들이 주장하는 검찰의 기획 수사 주장이 첨예하게 맞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도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백원우 민정비서관 시절 밑에서 일하던 검찰 수사관 출신 백모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백 씨는 2019년 2월 검찰 수사를 앞두고 숨진 채 발견됐다. 야당에서는 백 씨가 청와대로부터 압박을 받고 이런 선택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백 씨에 대해 “자살을 당했다. 이 정권 들어서 ‘타살성 자살’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 씨가 청와대로부터 진실을 얘기하지 말라는 압박을 받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게 야당이 가진 의심이었다.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백 씨가 백원우 민정비서관의 ‘별동대’라는 보도가 쏟아졌다. 청와대는 반박했다. 청와대는 “직제상 없는 일이라든지 혹은 비서관의 별동대라든지 하는 등의 억측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보도를 반박하면서 백 씨가 다른 행정관과 나눈 대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백 씨는 2019년 11월 24일 울산지검에서 1차 조사를 받은 뒤 다른 행정관에게 "앞으로 내가 힘들어질 것 같다. 그런 부분은 내가 감당해야 할 것 같다"며 “제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할 인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검찰이 백 씨의 개인 비리 정황을 잡아 이를 고리로 검찰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이 개인 비리를 봐 주는 대가로 원하는 진술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여야 정치권이 제기한 의혹 가운데 아직까지 확인된 사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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