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로 '자기 계발을 하는 순간 우울해져요.'가 있을 수도.
상대- 매일마다 자기 계발 관련 강의를 듣고 있어요. 이런저런 자격도 땄고요. 그런데 그런 강의를 듣지 않는 순간 너무 축 처져요. 마치 수면 깊은 아래로 잠기는 느낌이에요. 선생님은 휴일 뭐하시는지 궁금해요."
습관디자인 수업의 말미에, 이런 질문이 들어왔다. 내 대답은 이랬다.
"그냥 늦잠 자다가 일어나서 밥 먹고, 책, 영화도 보고, 더 자거나 아니면 누구 만나러 나가서 놀다가 유튜브 보고 자요."
내가 습관 코칭을 하니 내 평소의 일상도 어떤 특정 습관을 만들어나가는 노력으로 가득 찰 것이라 기대한 걸까. 그래서 질문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에 많이 불안하신가요? 뭔가 답답하시거나."
상대- 네 불안해져요. 그런데 요즘은 딱히 의욕도 없어져서 더 힘들어요. 무언가를 성취할 만한 의욕이 없어서 이 수업도 신청했어요. 요즘 자존감이 떨어지고 있어요.
자존감은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자아존중감으로도 설명 가능한데 내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은 바로 '긍정적 자기 지각'이다. 우리는 언제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지각하는가.
여러분들은 "나는 내가 OO 해서 좋아."라는 저 OO에 어떤 것을 집어넣으시는가.
자존감의 한 개의 축은 바로 자기 효능감이다. 이런 자존감을 자기 효능감이라고 한다. 나는 OO을 하고 있고 이 정도는 성과를 낼 수 있어. 능력은 쉽게 생기지도 않지만 생긴 능력은 쉽게 없어지지도 않는다. 이런 능력을 가진 스스로가 멋지고 좋은 것이다.
자존감의 또 하나의 축은 바로 자기애이다. 스스로의 존재 자체에 대한 사랑이다. 굳이 변할 필요도 없는 나 자신으로서의 사랑. 이는 마치 부모가 한없이 연약한 존재인 아이를 바라보는 시각과도 같다. 당장 돈을 벌어올 능력이 없더라도 사랑스럽다. 심지어 한없이 하루를 힘들게 하더라도 사랑하는 마음과 같다.
이 둘은 서로 적적하게 균형을 가지고 있을 때 가장 좋다. 억지로 자존감이 높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 두 축이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자기 효능감이 높은데 자기애가 낮은 사람은 어떤 상황일까? 마치 질문자처럼 성장을 하지 않는 것 같은, 정체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는 모든 순간이 괴롭다. 스스로를 칭찬할 꺼리를 발견할 수 없다. 당연히 긍정적 자기 지각이 떨어지게 되고 자존감은 땅으로 꺼지게 된다.
이는 높은 성과나 성취를 잘 내는 사람에게서 흔히 발견된다. 엄청난 일중독에 빠져서 성과를 내는 것을 엄청나게 즐기지만 정작 그로 인해 망가지는 스스로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돌보지 않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오히려 하루 종일 야근하고 미친 듯이 일하지 않는 순간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반대로 자기애는 높은데 자기 효능감이 낮은 사람들은 어떨까? 이 사람들은 무언가를 성취해내는 것에 많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일을 해내야 하는 순간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부담감을 가지게 되고 일을 해내는 것을 겁내 하는 스스로를 더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둘이 균형을 맞추게 된다면, 재미있는 일이 생긴다. 서로가 서로에게 시너지가 생긴다. 단단한 자기애가 엄청나게 많은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에서 수많은 '잘하고 있는' 효능을 발견하는데 도움을 준다.
노력을 할 때는 하되 하지 않아도 나는 괜찮다고 이야기를 할 수 있어진다. 그리고 발견한 수많은 효능감이 다시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근거로서 작용한다. 자기애가 단단해진다.
그래서 두 축은 마치 마음의 면역시스템과 같다. 수많은 외부의 자극(항원)을 방어하는 항체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두 축이 균형을 맞추지 않게 되면 여기서 알레르기나 자가면역질환이 생긴다.
균형에 맞지 않은 면역이 스스로를 공격해서 진물을 만들거나 너무 많은 항체들의 과민반응에 가려움과 기관지가 붓는 등의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내 마음의 면역은 너무 낮아도 문제지만 균형이 맞지 않아도 문제가 생긴다.
질문자에게는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의식적인 멈춤을 경험해보면 좋다. 무언가를 하는 시간도 좋지만 평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소모적이라고 생각했던 행동들을 해보는 것이다.
하루 종일 유튜브나 인스타를 해도 괜찮다. 넷플릭스 시리즈를 다 끝내버려도 좋다. 그리고 그런 날을 다시 성과를 내고 성취를 내는 나를 위한 보상으로 삼는다. 이런 보상들은 다시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혹은 건강에 좋으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좋다. 그리고 잘 멈춘 스스로를 아주 크게 칭찬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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