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디자인 칼럼>운동과 식욕의 상관관계
작년부터 간헐적인 코칭을 했던 지인이 있다. 점심 후 1시간 걷기나 출퇴근 사이클링은 기본, 주말에 많은 외부 활동으로 에너지 태우는 것은 확실하게 하는 M님.
이분의 가장 큰 걱정은 당뇨위험군으로 분류된 것이다. 당뇨의 지표로 활용되는 당화혈색소가 안 좋게 나와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위해 식단이나 운동을 열심히 하려 노력하셨다.
M 님이 가장 힘들어하셨던 부분은 바로 '식욕'. 인슐린 저항성이 높은 분들은 기본적으로 단 것에 대한 육구가 높은 편이다. 식사를 하고 난 뒤 올라가는 인슐린의 수치가 높은데 그만큼 큰 폭으로 가짜 식욕이 생기게 된다.
음식 관리를 하면서 '배고픔'을 어쩌질 못해서 식사량을 줄이거나 혹은 넘기는 것을 어려워하셨다. 그래서 음식량을 줄이는 것대신 이를 운동으로 많이 해결해오셨다.
그런데 한 가지 더 큰 문제는 바로 바빠진 일로 인해서 운동을 많이 하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 하루에 한 시간 이상 했던 여러 유산소 운동을 덜 하게 되었는데, 이를 해결하지 못해서 고민 중에 음식량을 살짝 줄이는 것을 하기로 하고 실천해나갔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예전이라면 배고픔이 느껴졌을 시간이라 꾹 참는 노력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배고픔을 별로 안 느끼게 된 것이다. 이제는 몸이 규칙적인 스케줄을 받아들여서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꽤 오랜 시간 동안 규칙적으로 식사를 했음에도 여전히 배고픔을 느끼셨던 터였다.
우리 몸이 단순 기계라면 운동량을 늘리고 먹는 양을 줄이면 수월하게 살을 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몸은 기계더라도 최첨단 인공지능이 탑재되어있다. 그래서 운동으로 초반에는 살이 잘 빠지더라도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게 되면 살이 안 빠지고 오히려 원래 몸무게를 회복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우리 몸이 하루에 소비하는 에너지 중 활동에 부여된 에너지가 전체 소비 에너지의 500kcal가 채 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활동 대사라고 하는데, 우리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누워있지 않은 이상 조금이라도 걷고 움직이고 할 때 24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소비되는 에너지다.
그래서 우리의 하루 총 소비 에너지는 기초대사량 + 활동 대사량의 총합이다. 기초대사량만큼만 음식을 먹으면 살이 빠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각자의 몸마다 정해져 있는 저 에너지 량을 넘어서는 활동(예를 들어 유산소 운동 1~2시간)이 지속되면, 우리 몸은 에너지 소비 계획에 혼선을 느끼고 두 가지 방식으로 위기를 대처한다.
먼저 운동을 제외한 다른 활동을 줄인다. 운동량이 많은 날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지 않나. 웬만하면 걷지 않으려 하고 소파와 혼연일체가 되는 게 자연스럽게 된다. 몸이 활동 대사를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래서 운동에서 소비한 만큼 평소 생활에서의 에너지 소비가 확연히 줄게 된다.
두 번째는 먹는 양을 늘리는 식욕이 늘어나게 된다. 기초대사를 줄이는 것은 우리의 생존력을 위협하니 먹는 총량을 늘림으로써 기초대사량도 보호하고, 새롭게 늘어난 활동에너지 소모를 보충하는 것이다. 그러니 먹는 욕구가 강해진 만큼 장기적으로 다시 원래의 살로 돌아가게 된다.
이러한 원리를 몸으로 경험한 M님과 함께 운동의 방향을 조금 더 확실히 할 수 있었다. 당뇨 위험군의 운동은 방향성이 명확히 '혈당에 맞춰져 있어야 한다. 근육의 크기를 늘림으로써(근력운동) 몸속 혈당 탱크의 크기를 키우고, 과하지 않은 유산소 운동을 식후에 함으로써 식후 혈당이 과하게 올라가는 것을 안정시키는 것.
이 방향으로 가면 대부분의 대사증후군 위험군인 분들도 살이 덜 찌는 체질이 된다. 이걸 모르면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도 살이 덜 빠지는 체질로 가는 것은 매번 실패하는 것이다.
결국 운동으로는 살을 빼는 게 장기적으로 참 어려운 일이다. 운동을 건강을 위해서 하고 살은 음식관리로 해결해야 한다. 주객이 전도된 노력은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