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하루아침에 고칠 수 있는가.
첫인상 불변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당신이 처음 접하는 무언가에 대한 평가가 그 이후에는 웬만하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칙이라는 과학적(?) 단어로 표현될 만큼 처음 결정된 판단의 힘은 무시무시하다.
어렸을 때 시골 잔치에서 돼지를 잡는 모습을 우연히 본 적이 있다. 비명을 지르던 돼지의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빨간 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생겼다. 그때 이후로 20살 때까지 대부분의 고기를 거부하며 살았다. 나도 모르게 잡힌 고기에 대한 강한 인상이 청소년기를 지배할 정도로 강력했던 것이다.
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던 것은 20살 때 제주도에 가서 흑돼지를 도축하는 현장에 갔을 때다. 누구나 흔히 접하는 환경은 아닐 텐데 시작이 있었으면 마무리가 있듯이 나에게도 두 번째 경험이 찾아왔다. 그때의 인상은 '아 별거 아니었네."였다. 그 이후로 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었고, 김밥에서 햄을 빼는 일은 하지 않게 되었다.
어떠한 습관이 만들어질 때는 우리 뇌에서 자극 - 감정 - 행동 - 평가 의 형태로 학습을 하게 된다. 즉
도축과정을 봄(자극)- 공포감(감정)- 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생김(행동- 위험에서 벗어남(평가)
의 방식이 내가 고기를 거부하게 된 기전이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식구들이 엄청나게 귀찮아졌다는 것이었다. 카레를 만들 때도, 김치찌개에서도 김밥을 만들 때도 고기나 햄이 들어가면 거부했다. 본능적으로 부족한 단백질은 밥이나 우유를 많이 먹음으로써 해결했다
우리가 특정한 상황에 대해서 이런 과정으로 학습을 하면, 웬만하면 처음 가졌던 인상을 쉽게 변화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즉 특정한 행동에 대한 가치 평가는 한 번 형성되고 난 뒤에는 쉽게 변화되지 않는 것이다. 이는 뇌의 게으른 성질 때문인데, 특정한 행동이 습관이 되면 구체적인 맥락은 사라지고 '행동 = 특정한 가치'정도만 남기 때문이다. 고기=나쁜 것
굳이 고칠 필요가 없는 습관이라면 그대로 놔둬도 괜찮지만 만약 당신의 나쁜 습관을 없애고 싶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나쁜 습관에 대한 가치 재평가이다. 마치 내가 다시 도축과정을 자발적으로(농촌 봉사 활동에 가서 봄) 보는 과정에서 고기에 대한 가치 평가가 달라졌던 것처럼 말이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다시 본다는 과정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과는 다르다. 마치 음식점에 음식 맛을 보면서 맛있는지 맛없는지를 느끼는 것과 같다. 습관은 자세히 맛보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그 음식에 대한 맛 평가가 예전에 끝났기 때문에.
마치 음식점에 처음 방문한 것처럼, 내가 그 행동을 처음 한 것처럼 보는 것이다. 집을 어지럽히는 습관을 없애고 싶다면, 마치 그 집에 처음 방문하는 것처럼 경험해보는 것이다.
이런 재평가의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되면, 내가 별로라고 경험하는 행동의 보상가치는 줄어들게 되고 행동은 감소하게 된다. 길게도 걸리지 않는다. 30회 정도만 해도 많은 변화를 경험한다.
누군가에게 안 좋은 첫인상을 가졌다면, 그래서 그 인상의 변화시키는 방법은 상대를 다시 잘 관찰하는 것이다. 내가 가진 처음의 인상이 정말 그 사람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인지를 재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처음에는 미쳐 발견하지 못했던, 친절함, 성실함, 유쾌함, 등을 발견하고 다시 보게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