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는 왜 내가 공부를 해야하거나 운동을 해야하는지 모른다.
습관 만들기가 강아지 키우기와 똑같은 이유
"필요한 것은 알겠고 하긴 해야겠는데, 해봤자 좋은 결과가 나올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어요. 이전에 비슷한 노력으로 해봤다가 결과가 좋지 않았던 적이 있어요. 왜 이렇게 하기가 싫죠?"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결심을 하고 하루에 1~2시간 정도 노력을 하려고 할 때, 잦은 실패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분명 하면 나에게 좋을 일인데 매일 하는 게 어렵다.
이런 습관 만들기에 실패를 경험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습관은 본능이 만들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가 '본능'이라고 부를 수 있는 뇌의 부위는 실제로 강아지의 뇌 구조와 별반 다를 바 없다.
강아지는 인간과 유사하게 강점을 느끼는 부위가 잘 발달한 반면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대뇌피질이 인간만큼 발달하지 않았다.(물론 강아지가 인간보다 뛰어난 부위도 많다.) 대뇌피질은 미래를 내다보고 추측하며, 본능을 통제하고 의지력을 발휘하는 곳이다. 그래서 좀 더 복잡한 사고를 할 줄 알고 목표를 세우며 목표를 위해서 현재를 참는 힘을 만들어낸다.
강아지는 즐거운 산책을 좋아하지만 러닝머신에서 뛰는 것을 별반 즐기지 않는다. 물놀이는 좋아하지만 샤워는 크게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열심히 놀다 보니 살이 빠질 수도 있지만 다이어트를 해야 할 이유에 대해서 모른다.
강아지가 앉아 일어서 등등 언어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단지 그렇게 함으로써 얻게 되는 간식이나 칭찬과 같은 보상이 있기 때문이다. 강아지가 여러 행동을 주인의 뜻대로나 혹은 자기 마음대로 습관화 시키는 이유는 그렇게 행동을 하는 게 자신의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강아지에겐 그래서 '현재'란 개념이 고정 값이다. 미래라고 해봤자 한 달 혹은 1년 단위의 미래 따윈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만 놀 것처럼 놀고, 오늘만 잘 것처럼 자면서, 오늘 처음 먹는 것처럼 먹는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에, 짧은 시간 내에 보상이 없는 혹은 필요를 못 느끼는 행동은 습관으로 잘 만들지 않는다. 주인이 억지로 만들다간 오히려 나쁜 버릇이 들어버리고 여러 가지 돌발 행동을 하는 강아지가 되어버린다.
인간은 다르다. 현재에 머물지 못하고 보통 과거와 미래에 머문다. 그래서 굳이 그렇게 현재에 머물라는 책들이 많이 나온다. 당장의 것에 집중하는 걸 이성의 뇌가 발달했기 때문에 어려워한다.
이는 미래를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준비하여 생존율을 높이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만든다. 당장의 생존에는 불리하지만 앞으로의 생존에 유리하다고 할 만한 판단을 하는 이유다.
문제는 '습관'을 만드는 게 우리 안의 강아지라는 것이다. 강아지가 금방 보상이 느껴지지 않는 행동에 습관을 만들지 않는 것처럼 인간도 당장 느껴지는 좋은 점이 없으면 습관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대로 바로 당장 느껴지기에 도움이 되는 행동들은 쉽사리 습관으로 만들어버린다. 왜 당신이 유튜브에 중독이 되어 있을까? 유튜브를 끄고 해야 할 복잡하고 힘든 일보단 당장 소소하고 즐거움을 주는 유튜브가 더 좋은 것이다.
강아지가 산책을 나가기 싫어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집 안에서 산책 줄을 매고 돌아다니게 할 것이다. 그리고 산책 줄이 익숙해졌다면 집 밖으로 5분 이하로 나갔다 오는 행동을 반복해 줄 것이다. 물론 간식을 조금씩 주면서 산책을 시작하는 행동 모두에 즐거운 감정을 심어주는 것이 필수다.
그리고 난 뒤 거리를 늘려서 조금씩 밖에 있는 것들을 접하게 하고, 낯선 자극(자동차, 혹은 미끄러운 대리석 바닥, 다른 생명체)에서 보호하려고 노력하면서 점차적으로 산책이 좋은 것이구나 하는 것들을 천천히 훈련해 나갈 것이다. 나중에는 자기가 먼저 산책 줄을 잡고 밖으로 나가자고 할지도 모른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괜히 습관을 만들 때 작게 만들라는 것이 아니다. 작게 만듦으로써 내 안의 강아지가 당장 그 의미를 모르더라도 하는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끔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칭찬을 해주고 맛있는 것 등 평소 좋아하는 것들을 같이 해준다.
그러면 어느 순간 그 안에서 느껴지는 성취감, 스스로부터의 칭찬, 타인으로부터 칭찬 혹은 그로 인해 얻게 되는 돈 등을 힘입어 뇌에 습관의 통로가 만들어지게 된다. 자동적으로 별 노력 없이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습관은 반려동물 교육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정말 반려다. 여러분이 원하든 원치 않든 어쩔 수 없이 죽을 때까지 평생 같이 해야 할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