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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라엘라 Jan 12. 2020

ep8. 워홀가면 무조건 살쪄요

호주 워킹홀리데이

적게 먹고, 토하는 방법으로는

절.대.

요요를 막을 수 없다.



신체 건강, 정신 건강이야 뭐 어찌 되었든 57kg 정도의 체중을 유지하는 것,  그것뿐이었다. 그러다 과식할 때 토하는 걸 까먹기라도 하면 60kg에 간당간당 육박했다.


내게 60kg는 넘지 말아야 할 선과 같았고, 그랬기에 체중계에 더 집착했다. 그리고 몰래 토하는 기술도 하나씩 연구했다. 과하게 먹으면 꼭 30분 안에는 화장실로 갔고, 처음에 먹었던 음식을 기억했다가 그 음식을 다시 변기에서 보면 구토를 멈췄다.



잘못된 습관이 점점 익숙해질 때쯤, 나는 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호주로 인턴쉽을 갈 기회를 얻게 되었다. 출국 준비에는 비자 발급, 신체검사, 영어 공부 이외에도 다이어트가 포함되어 있었다.


외국엔 밥이 없으니 빵으로 식사를 계속하면 분명 살이 찔 것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소식으로 급하게 3kg를 감량,

54kg의 몸을 만들어 출국했다.





음식 천국, 시드니



호주에는 빵과 소고기만 있는 게 아니었다. 먹어야 할 건 너무 많았다.



호주의 아침은 꽤 일찍 시작되는 편이기에 카페나 베이커리는 아침 6시쯤이면 문을 열기 시작한다.

덕분에 아침 출근길에 꼭 빵 하나 물고 갔는데, 기차역에 가는 길에 갓 구워진 빵 냄새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설탕 코팅이 된 페스츄리와 커피한 잔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아침에 사무실에 출근하면 업무 시작 전에 해야 할 것이 있다. 탕비실에 가서 점심 도시락을 넣어놓고, 일하면서 중간중간 마실 차와 간식을 가져오는 것이다. 일하는 중간에 먹을 것이었지만, 앉자마자 비스켓 하나는 이미 입 안에 있었다.

회사 탕비실에 늘 구비되어있던 비스켓. 초코맛을 특히 좋아했음


점심을 먹고 또 오후 시간을 보내다 보면  다섯 시 반 퇴근시간이 된다.


이제 장을 보러 마트로 향한다.

대형 마트긴 하지만 내가 가는 코너는 정해져 있었다. 튀김류를 파는 핫푸드섹션, 베이커리 섹션, 과자 섹션, 초콜릿 섹션만 갔다.


당일 조리해서 판매하는 핫푸드나 빵 종류는 저녁에 가면 반값 할인을 했다. 초콜릿이 꾸덕하게 가득한 머핀 하나에 1달러 (당시 1100원) 정도였고, 감자튀김도 3달러면 맥도널드의 감자튀김에 세 배는 살 수  있었다.

과자와 초콜릿은 매주 번갈아 가며 반값 할인 상품이 있었다. 한 과자당 맛도 다양해서, 하나씩 골라먹는 재미도 있었다.


집에 오면 마트에서 사 온 빵이나 초콜렛이 오늘의 저녁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맛, 저렴한 가격, 요리를 안해도 되는 간편함 이 세박자가 맞아 떨어진 최고의 식사였다.





금요일 저녁엔 사람들과 저녁 식사하는 걸 좋아했다.

특히 록스에 있는 한 펍에서 자주 모였는데, 펍에서 맥주는 두 잔은 기본이었고, 안주는 내가 좋아하는 캥거루 피자와 칩스를 꼭 먹었다.


시드니에 있는 펍. 메뉴에 캥거루 피자가 있음






배는 나왔지만 살이 많이 찐 건 아니야

(현실 부정)




 회식자리가 생겼다.

퇴근 후 뷔페로 갔다.


재킷을 벗고 음식을 가지러 일어나려는데 어딘지 모르게 좀 창피했다. 몸에 딱 붙는 폴라티가 배의 유연한 곡선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배가 부른 상태도 아니고 이제 첫 접시를 가지러 가는 배가 이 정도라니.



정장치마가 점점 조여서 배에 힘을 주지 않으면

치마가 터져버릴 것 같긴 했지만,

 살을 밀어 넣어서라도 치마를 입을 수 있으니

엄청 찐 건 아니라고,

윗배만 좀 나온 거라고 합리화했다.



쫄티가 좀 부담스러우면

넉넉한 블라우스를 입으면 될 일이었다.



 이렇게 찔 줄 알고 3kg이나 빼고 왔잖아?




그리고 그날도 풍족하게 저녁식사를 했다.








그간 먹은 결과는



캐리어를 끌고 집에 들어온 나를 보고 가족들 모두 '헉'했다.

공이 굴러온 줄 알았다나.

.

.

.

말이 좀 과한 것 아니야? 하고 오랜만에 체중계에 올랐다

(사실 60kg는 안 넘을 줄 알았다)

.

.

.

.

.

하지만 내 몸은 솔직했다.

62kg



금기의 60을 넘었다.

.

.

.

54kg에서 출국했는데 5개월 동안 8kg를 붙여온 것이다

.

.

거울을 보니

얼굴은 부어있었고

넉넉하게 입는 원피스는 배 실루엣 보일 정도였다



이걸 또 어떻게 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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