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로 간 다음 해 1월, Rae 할머니 댁에 놀러 가게 되었다. Rae 할머니와는 몇 년간 연락을 이어오던 사이였다. 시드니에 살 때 할머니께서 친손녀처럼 대해주셨고, 영어를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도와주신 고마운 분이시다. 오랜만에 할머니 댁을 방문해 예전에 같이 찍었던 사진들을 보고, 시드니에서 지냈던 이야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갑자기 툭 던지시는 한마디..
"지금에서 조금만 빼면 좋을 것 같아. 한 5kg?."
제대로 뼈맞았다.
보통 할머니들은 살쪄도 통통하다, 복스럽다 라고 하시는데.. 그리고 이 할머니는 외국인이신데도 내가 뚱뚱해 보이는 건가 싶었다.
할머니 댁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이어트를 무조건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번엔 어느 정도 돈을 들여서라도 기필코 빼야 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선택한 다이어트 방법은
고. 주. 파. 다. 이. 어. 트.
(우리나라에서는 쥬비스 다이어트가 가장 유명하다.)
나는 일주일에 6일 동안 8시에 나가서 7시에 들어오는 일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이미 충분히 피곤했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운동을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기계 관리 다이어트는 내가 고생스럽게 해야 할 게 없기 때문에 끌렸다. 게다가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샵이 있었고 사장님이한국사람이었다.
상담을 하러 갔더니 사장님도 이 관리로 다이어트를 성공했고, 효과가 너무 좋아서 운영까지 한다는 말에
바로 결제를 했다.
매주 두 번씩 3개월에 24회 코스에 1200달러.
당시 내 한 달 생활비가 700~800달러였으니, 비용은 꽤 큰돈이었지만, 운동 없이 큰 효과를 볼 수 있단 말에 충분히 투자할만하다고 생각했다.
관리는 간단하다. 한 번에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먼저 비닐천을덮고 땀을 빼고
저주파 물리치료 기계로 진동 자극을준다
그리고 마지막 하이라이트로!
빼고 싶은 부위를 기계로 문질문질 하는 것이다.
지방이 많은 부위에 크림을 바르고 기계로 문지르면, 돌고래 소리처럼 삐- 소리가 나며 지방이 제거되는 (???) 신통방통한 기계였다.
살이 빠지는 게 눈에 보였고, 부지런히 관리를 받았다.
그래서 결과는?
고주파 관리 전과 후
성공적이었다.
Rae할머니는 5kg 정도면 좋겠다고 했지만, 시원하게 10kg 감량에 성공했다.^^
아는 언니도나를 쭉 지켜보더니, 내가 관리가 끝날 때 즈음 같은 샵에 같은 코스로 등록을 했고, 심지어 아는 인도 아주머니도 관리를 시작했다. 이 아주머니는 본인도 효과를 보는 게 너무 신기했던지, 한국 업체와 연락해서 비슷하게 기계를 들이고는 영업을 시작할 정도였으니 내가 보인 결과는 어느 정도 입증된 셈이었다.
인도 아주머니가 오픈한 가게의 홍보전단
사실
기계가 다가 아니었다
하나 숨긴 게 있다.
내가 기계 관리로만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면 아직도 고주파 관리를 맹신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추가적인 부지런한 노력이 있었다.
다이어트 차로 (똥차라고 불림) 굉장히 유명한 (유튜브에 보면 외국인들이 효과 보고 난리인 차다) 티백을 매일 우려먹었고, 밥은 한 톨도 먹지 않았다. 대신 물 위주의 식사(식사라고 할 수 없는)를 했다.
관리받으러 갈 때마다 체중을 쟀기 때문에 전보다는 100g이라도 가벼워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었다.
깨어있으면 먹고 싶은 생각이 드니, 생각하는 걸 죽이고 내리 잠만 잤다.
그렇게 일궈진 다이어트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빼면 뭐하나,
내가 겪은 최대 부작용이 나타났다.
탈. 모. 가 생겨버렸는 걸ㅠ
머리숱이 많아서 걱정해왔는데 이젠 머리를 숙이면 속이 훤히 보이고 머리를 다잡아도 앙상한 상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