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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라엘라 Mar 20. 2020

ep24. 피트니스 모델은 누구나 될수없다

맛있는게 너무 많으니까



첫 PT 수업하던 날. 내 체력이 저질이라는 걸 알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맨몸 스쿼트 3세트 만에 숨이 차고 허리는 아프고 허벅지는 타는 듯 욱신거렸다.



선수반 등록만 하면 갑자기 피트니스 모델의 몸으로 조각이 될 것만 같은 환상은 바로 깨기로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할 여유는 없었다. 다리의 얼얼함이 조금 풀리면 다시 다리 근육을 찢어놓는 운동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무리 운동으로 유산소 1시간까지.







다음 시간엔 등을, 팔을, 어깨를 돌아가며 운동했는데 그때마다 운동한 부위가 알이 배고 욱신거리고 아팠다. 그리고 이 모든 운동은 주로 맨몸이거나 20kg 이하의 가벼운 무게로 진행되었기에, 내가 얼마나 운동하는 척만 해왔던가 하는 반성과 함께 지금이라도 제대로 배우게 되어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런데, 운동이 힘든 건 사실 괜찮았다.

그것보다 몇 곱절이나 힘든 식단을 생각하면 말이다.





운동이 끝나면 8시가 넘었고, 강도 높은 운동량 탓에 허기가 졌다. 그리고 마을버스를 기다릴 때마다 신호등 건너편에 아른거리는 '마감세일. 떡 두 팩 3000원'.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 보면 다행히 버스가 왔고, 여러 개의 편의점과, 자판기와, 빵집을 무사히 통과하면 집에 도착했다. 집에 와서 뻑뻑한 고구마로 배를 채우면 내 뇌와 입과 배는 잠잠해졌고, 그제야 잠에 들 수 있었다.


식욕을 누르고 닭가슴살과 고구마를 챙겨 먹는 게 처음도 아닌데, 머릿속은 계속 쫄깃하고 고소하고 매운 음식만 떠올랐다. 깔끔하게 다이어트 식단으로 챙겨 먹어야 한다는 생각과, 스트레스받지 말고 먹자는 생각이 늘 부딪혀 어지러울 정도였다.


식욕 절제를 하면 이런 고통은 자연스러운 현상일까?
아님 내가 인내심이 부족한 걸까?


섭식 장애를 겪어 본 나로서는, 이렇게 까지 음식을 절제하는 게 겁이 났다. 지금이야 운동도 배우고 잡아줄 트레이너님이 있고, 대회라는 목표도 있다지만...

그 이후는?



내 인생은 대회를 위해 사는 게 아닌데, 이런 방식은 분명 폭식과 요요를 가져올 게 뻔했다. 나는 지속이 가능한 방법이 필요했다.


그리고 매 끼니마다 음식으로 머리가 복잡한 나도 싫었다. 한 달이 넘게 음식 생각으로 일상생활에서 집중해야 할 것들이  산만해짐을 느껴지자, 나는 정신병에 걸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로 준비하는 건 아직은 무리라는 판단을 내렸고, 나는 트레이너님께 남은 기간 동안 운동은 배우되, 선수 준비는 포기하겠다고 했다.




약간의 허기짐을 견딜 줄 아는 인내심과,

배고플 때 적당량을 먹는 것.
이거 나만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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