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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라엘라 Mar 19. 2020

ep23. 똑똑하게 트레이너 고르기

깁스하느라 운동을 못하는 동안
운동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한 시간 반 시간을 채운다고 그게 진짜 운동 시간인지도 헷갈렸고, 잘못된 자세로 굳어지는 건 아닌 지 하는 것 말이다. 사고가 난 것도, 자세나 근육에 대한 이해도 없이 그저 무게만 올려보겠다는 생각이 원인이었다.
평생 건강하게 사는 게 목적이라면, 한 번쯤은 전문가에게 운동법을 배워 기본기는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서의 고민은 '배울 거라면, 과연 누구에게 배울 것인가'였다.
트레이너라고 운동을 가르치는 사람은 많은 데 어떻게 한 사람을 콕 골라야 할까?  





먼저, 남자 트레이너 일지, 여자 트레이너 일지 결정해야 했다.


요즘에야 여자들도 운동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필라테스나 요가 강사인 경우가 많고, 여자 헬스 트레이너는 남자 트레이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내가 다니는 헬스장만 해도 여자 트레이너는 한 명이었고 모두 남자다.

나는 여자 트레이너에게 배우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같은 성별이니 몸에 대한 이해도가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자세 교정을 잡을 때도 훨씬 편하게 의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트레이너의 몸이 좋으면 좋겠지만, 나는 선생님이 비수기의 몸(근육이 있지만 지방도 어느 정도 있는 몸)을 가졌으면 했다. 비수기 때 훨씬 회원들을 가르치는 데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은 헬스장의 거리와 기구 상태였다.

나는 헬스장을 내 동선에 가장 최적화된 곳으로 자주 바꾼 편이었다. 집 근처에 있더라도, 내가 평소에 다니는 길에 있어야 했다. 반대방향이면 무시하고 집으로 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다닌 헬스장이 5개나 되었다. (호주에서 2개, 한국에서 3개)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헬스장을 보는 눈도 조금은 생긴듯 했다. 기구 상태가 중요했다. 장인은 장비 탓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처럼 초급인 사람들에게는 아무래도 깔끔하고, 이용하기 편한 기구들이 많을수록 운동할 동기 부여에 큰 부분이었다. 만약, 잡는 부분의 고무 부분이 나가 있다거나, 아령이 녹이 슬어있다면 헬스장에 가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게 변명이자 이유다.




마지막으로 비용과 횟수였다. PT 비용은 진짜 천차만별이었다. 동네 헬스장은 1회 3만 원이라고 광고하는 곳도 있고, 10만 원이 훌쩍 넘는 곳도 있다. 비쌀수록 더 좋고, 쌀 수록 코칭의 질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또 무조건 비용이 1순위가 돼서는 안 될 것 같아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비용 안에서 해결하려고 했다. (나는 자체적으로 1년에 200만 원을 내 계발 비용으로 정하는 편이다. 그리고 배우고 싶은 게 생길 때 카드 할부를 고민하지 않도록 모아둔다. 예산이 초과할 때도 있지만, 내가 설정을 해두고 지출을 하면 후회가 없기도 하다.)   







20kg짜리 원판이 내 발가락에 떨어진 지 한 달이 되던 날, 나는 고민들에 대한 결론을 어느 정도 내리고  헬스장에 PT 상담을 받았다.


 한 곳은 직장과 집 사이에 있는 PT 전문 헬스장. 가깝고 대회 출전을 목표로 하는 곳이었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에 헬스장에만 가도 동기부여는 확실히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남자 트레이너밖에 없다는 점과, 90% 이상이 남성 회원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주 트레이너는 주 5회를 등록해야 한다는 말에 완전히 등록할 고민을 내려놓아야 했다. 한 달에 20회를 받으면, 150만 원에 가까운 PT비용이었기 때문에 여가 활동으로 지불하기엔 너무나 큰 액수였다.   


그리고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강북의 한 헬스장.

여자 트레이너들이 많고, 일반인 여자 피트니스 선수들을 가르친다는 것에서 어느 정도 코칭 실력이 인증된 곳일 것 같았다. 단점은 집에서 거리가 많이 멀다는 것(지하철 환승 + 마을버스)이었지만, 내가 고른 조건에 가장 적합했다.
PT 비용도 선수반, 바디 프로필 반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선수반을 보자마자 등록을 하고 싶어 졌다. 선수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높은 운동 강도와 균형 잡힌 근육이 만들어지겠다 하는 기대감과, 대회라는 단어가 주는 환상이 배우고 싶은 의욕이 강해졌다. 근질근질하도록 운동을 하고 싶은 시기인 지금이 그 타이밍이라고 생각이 든 나는, 주저하지 않았다.

"저 선수반 등록할게요. 대회 1등 몸 만들어 주세요."


수업은 그다음 주부터 바로 시작되었다.  

아넬라 사그라.  워너비 모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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