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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라엘라 Feb 11. 2020

ep14. 폭식증은 알려야 고칠 수 있어

물을 마시고, 거울을 자주 본다고 폭식증이 해결이 되는 쉬운 것이었다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물을 사러 슈퍼에 가는 게 잘못인 것 같았다. 
슈퍼마켓에는 음식들의 천국이니까............

사지는 않을 거지만 초콜릿과 과자를 구경은 할 수 있지 않냐며 스낵 코너에 들어선다.
그러면 빽빽히 들어찬 과자와 초콜렛들 사이에 노란 반값 할인표가 눈에 확 들어온다. 
'99 센트면 행복해질 수 있는데...' 라며 초코바를 슬쩍 계산대로 데리고 왔다. 


계산을 하자마자 누가 뻇어먹을까 싶어 후다닥 먹어버리곤, 나는 물만 산 척 집으로 갔다.

집에 와서 거울을 보면 또 나는 초콜렛을 먹었으니 살이 찌겠다는 생각에 우울해진다.
콩알만 한 의지력으로 과연 고칠 수 있을까? 

다이어트랑 성공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합쳐질 수 있는 말일까? 


이번에는 꼭 건강해지고 싶은데...



나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다. 

하지만 내가 있는 곳은 호주였고, 나는 쓰리잡을 하고 있는 바쁜 사람이었고, 차도 없었고, 버는 돈은 모두 학자금 갚는게 더 중요한 시기였다. 

유일하게 여가 생활을 할 수 있는 건 유튜브였다. 
폭식증 사례를 드는 의사의 나오는 영상, 폭식증을 이겨낸 고백 영상, 다큐멘터리 등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유튜브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폭식증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었다. 

50kg대에서 70kg까지 넘나드는 사람의 이야기, 
미국 유학 중에 돈이 없어 값싼 냉동 케이크이나 초콜릿으로 살이 쪘었던 이야기, 
운동을 해도 요요가 와서 아직도 답을 찾는다는 이야기,
예전에 내가 먹었던 둘코락스로 3년동안 날씬함을 유지한다는 이야기 등
까지 여러 사람들이 자기의 에피소드들이 유튜브에 넘쳐났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존재하구나' 

그게 성공이든 실패든 간에 나처럼 

음식을 먹고 살찌는 것에 심각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나도 내 이야기를 직접 밖으로 소리내 본다면,   

더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어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사실 오랫동안 폭식했어. 토하기도 많이 했어. 근데 이제 그런 거 안 하려고. 



용기내어 말은 했지만, 너무 겁이 났다. 

10년을 알고 지낸 친구가 날 떠나진 않을지, 
나한테 미쳤다고 하진 않을지, 

사실 알고 있었는데 모른 척한건지,
수준 미달의 인간으로 보이진 않을지, 




그러나
돌아온 답은 예상 밖이었다. 
"힘들었겠다. 이제라도 잘해봐."




무슨 말을 들을지 조마조마했는데....  
왜 그랬냐는 질문도, 이제 그러지 말라는 다그침도, 절교 선언도 없었다.



세상에나. 그렇게 심플한 대답이라니.


  

별 것 아니라는 듯한 말투의 심플한 위로를 들으니, '쉽게 고칠 수 있는 걸 너무 어렵게 생각했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친구 말대로 "잘"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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