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해서 벌어서 학비를 마련하는 유학생이자 해외노동자였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상황이 아니었기에 트레이너에게 따로 30분에 50달러(5만원), 1시간에 70달러(7만원)를 내면서 까지 하기엔 적잖이 부담이었다. 그리고 요즘엔 유튜브에도 영상이 많으니, 혼자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헬스장에만 가면 주눅이 들었다. 쓸 줄 아는 기구라곤 런닝머신밖에 없었고, 헬스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운동을 할 줄 아는 사람들 같았다.
운동을 할 줄 모르니, 당연히 살은 빠질 리 없었다. 기왕 헬스장까지 끊은 김에 제대로 운동해보자는 마음으로 트레이너를 찾아보기로 했다.
트레이너는 헬스장에 상주하기도 하지만, 프리랜서로 일하는 한국인 트레이너들도 많았다. 한인 커뮤니티에 접속하면, 운동을 알려주겠다는 트레이너들 중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바로 몇 사람에게 연락을 해봤고, 시간 협의가 가능한 트레이너 한 분과 연락이 닿았다. 나는 호주 브리즈번에서도 기차를 타고 한 시간이나 떨어진 외곽에 살았기 때문에, 수업을 받으려면 1시간 30분은 이동해야했다. 한 시간 수업 받는데 왕복 세 시간이나 걸렸지만, 올해는 꼭 운동을 해서 살을 빼리라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한 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트레이너님을 만난 첫 날.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운동 목표가 뭐냐고 물으셨다.
"아마추어 대회 출전이요."
살을 10kg 빼겠다는 것도 아니고, 옷 사이즈를 줄이겠다는 것도 아니고, 아마 적잖이 당황하셨을 것이다. 대회출전은 사실 나도 왜 말했는 지 모르겠다. 기왕 노력하는 김에 빡세게 배울 작정으로 한 말이었을 것 같다.
트레이너님은 대회 출전에 맞는 강도로 수업을 해주겠다고 하시곤, 기초 체력부터 다지자고 하셨다. 그 날부터 고강도의 트레이닝이 시작되었다. 운동은 주로 코어(복부 중심) 운동으로 이루어졌다. 플랭크를 하면 왜 그렇게 2분은 천천히 흘러가는 지 야속했고, 내 몸은 왜 내 말을 안 듣는지 답답했다. 스텝박스를 가운데 두고 양쪽을 오가며 버피테스트를 할 때는 침이 새어 나올 지경이었다. 그렇게 운동을 끝내고 기진맥진한 상대로 기차를 타고 한 시간 반이 걸려 집에 돌아왔다.
트레이너님은 음식도 조절할 수있게 식단을 짜주셨다. 밥 없이는 살아도 빵 없이는 못사는 나에게는 늘 아랫배가 두둑했고, 사실 이 아랫배가 나오다 못해 바지 단추가 터진 적도 있었다. 운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빵을 먹으면 안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혼자서 바꾸기엔 쉽지 않은 것이었다. 트레이너님이 가르쳐 주실 동안이라도 제대로 따르기로 했다. 처음부터 식사량을 확 줄이지는 않았다. 4끼를 먹으면서 먹는 것에 대한 저항을 줄이면서 식단을 해가자고 하셨다. 일어나자 마자는 삶은 계란 3-4개, 아침, 점심, 저녁은 닭가슴살 100g, 사과 반 개나 고구마 100g, 야채를 먹고 물은 하루에 2L 이상, 허기가 지면 아몬드 7알을 먹으라고 하셨다. 진짜 대회 준비를 시키려고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정확한 식단에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해보기로 했다.
식단을 바꾸는 건 굉장히 귀찮은 일이었다.
고구마와, 닭가슴살과 계란을 삶고, 닭가슴살은 찢고, 계란과 고구마는 껍질을 까서 한 끼 먹을 중량만큼 소분해야 했고, 채소는 금방 시들기 때문에 양껏 사 올 수 없었다. 1주일에 한 번 장을 보러 가도 되는 걸, 채소를 사러 2-3일에 한 번은 가야 했다.
한 끼 먹을 때마다 설거지할 그릇이 생겼다.
유혹은 매 끼니마다 찾아왔다. 이거 한 번 안 먹어도 될 텐데라는 생각이 맴돌았고, 준비한 재료 중에 하나라도 빠지면 내일은 그냥 빵 먹을까? 라고 합리화를 시키려고도 했다.
하지만 버텨내기로 했다.
일주일에 한 번 치팅데이도 있는 데다가, 지금 무너지면 또 어떻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지 겁이 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힘들어도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식단 조절과 운동 만이 다이어트를 위한 마지막 옵션이라는 절박함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