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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라엘라 Mar 01. 2020

ep17. PT는 다이어트의 마지막 방법이었다  

호주에서 PT(Personal Training, 개인 트레이닝)를 할 줄은 몰랐다. PT를 받는다는 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나, 재활이 필요한 환자만 받는 특별한 운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일해서 벌어서 학비를 마련하는 유학생이자 해외노동자였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상황이 아니었기에 트레이너에게 따로 30분에 50달러(5만원), 1시간에 70달러(7만원)를 내면서 까지 하기엔 적잖이 부담이었다. 그리고 요즘엔 유튜브에도 영상이 많으니, 혼자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헬스장에만 가면 주눅이 들었다. 쓸 줄 아는 기구라곤 런닝머신밖에 없었고, 헬스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운동을 할 줄 아는 사람들 같았다. 

 운동을 할 줄 모르니, 당연히 살은 빠질 리 없었다. 기왕 헬스장까지 끊은 김에 제대로 운동해보자는 마음으로 트레이너를 찾아보기로 했다. 


 트레이너는 헬스장에 상주하기도 하지만, 프리랜서로 일하는 한국인 트레이너들도 많았다. 한인 커뮤니티에 접속하면, 운동을 알려주겠다는 트레이너들 중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바로 몇 사람에게 연락을 해봤고, 시간 협의가 가능한 트레이너 한 분과 연락이 닿았다.  나는 호주 브리즈번에서도 기차를 타고 한 시간이나 떨어진 외곽에 살았기 때문에, 수업을 받으려면 1시간 30분은 이동해야했다. 한 시간 수업 받는데 왕복 세 시간이나 걸렸지만, 올해는 꼭 운동을 해서 살을 빼리라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한 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트레이너님을 만난 첫 날.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운동 목표가 뭐냐고 물으셨다.    

"아마추어 대회 출전이요."


 살을 10kg 빼겠다는 것도 아니고, 옷 사이즈를 줄이겠다는 것도 아니고, 아마 적잖이 당황하셨을 것이다. 대회출전은 사실 나도 왜 말했는 지 모르겠다. 기왕 노력하는 김에 빡세게 배울 작정으로 한 말이었을 것 같다. 

 트레이너님은 대회 출전에 맞는 강도로 수업을 해주겠다고 하시곤, 기초 체력부터 다지자고 하셨다. 그 날부터 고강도의 트레이닝이 시작되었다. 운동은 주로 코어(복부 중심) 운동으로 이루어졌다. 플랭크를 하면 왜 그렇게 2분은 천천히 흘러가는 지 야속했고, 내 몸은 왜 내 말을 안 듣는지 답답했다. 스텝박스를 가운데 두고 양쪽을 오가며 버피테스트를 할 때는 침이 새어 나올 지경이었다. 그렇게 운동을 끝내고 기진맥진한 상대로 기차를 타고 한 시간 반이 걸려 집에 돌아왔다.  


 트레이너님은 음식도 조절할 수있게 식단을 짜주셨다. 밥 없이는 살아도 빵 없이는 못사는 나에게는 늘 아랫배가 두둑했고, 사실 이 아랫배가 나오다 못해 바지 단추가 터진 적도 있었다. 운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빵을 먹으면 안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혼자서 바꾸기엔 쉽지 않은 것이었다. 트레이너님이 가르쳐 주실 동안이라도 제대로 따르기로 했다.  처음부터 식사량을 확 줄이지는 않았다. 4끼를 먹으면서 먹는 것에 대한 저항을 줄이면서 식단을 해가자고 하셨다. 일어나자 마자는 삶은 계란 3-4개, 아침, 점심, 저녁은 닭가슴살 100g, 사과 반 개나 고구마 100g, 야채를 먹고 물은 하루에 2L 이상, 허기가 지면 아몬드 7알을 먹으라고 하셨다. 진짜 대회 준비를 시키려고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정확한 식단에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해보기로 했다.  



 음식 무게를 잴 저울을 샀고, 고구마, 사과, 계란, 닭가슴살, 견과류, 채소를 사 왔다. 늘 세일하는 초콜릿이나 과자를 하나씩 사고곤 했는데, 이번에는 전혀 없이 건강한 식단을 꾸려왔다. 
 



식단을 바꾸는 건 굉장히 귀찮은 일이었다.
 

고구마와, 닭가슴살과 계란을 삶고, 닭가슴살은 찢고, 계란과 고구마는 껍질을 까서 한 끼 먹을 중량만큼 소분해야 했고, 채소는 금방 시들기 때문에 양껏 사 올 수 없었다. 1주일에 한 번 장을 보러 가도 되는 걸, 채소를 사러 2-3일에 한 번은 가야 했다. 

한 끼 먹을 때마다 설거지할 그릇이 생겼다.

유혹은 매 끼니마다 찾아왔다. 이거 한 번 안 먹어도 될 텐데라는 생각이 맴돌았고,  준비한 재료 중에 하나라도 빠지면 내일은 그냥 빵 먹을까? 라고 합리화를 시키려고도 했다.  



하지만 버텨내기로 했다. 
일주일에 한 번 치팅데이도 있는 데다가, 지금 무너지면 또 어떻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지 겁이 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힘들어도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식단 조절과 운동 만이 다이어트를 위한 마지막 옵션이라는 절박함이 있었다.  





부지런하고 독하지 않으면  살 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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