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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라엘라 Mar 03. 2020

ep18. 생업을 포기하고 헬스장만 가기로 했다

난 좀 극단적인 편

몸만 살쪘다고 생각했는데, 
내 삶 전체가 삐걱거리고 있었다. 





You Only Live Once
YOLO

나를 조금이라도 겪어 본 사람들이라면, 욜로 라이프와 나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는 걸 알 것이다. 



호주에 살면서 난 늘 바빴다. 호주에서 지낸 첫 1년 동안은 주 6일 동안 일만 하면서 돈을 벌었고, 학교에 가면서는 일과 병행하는 삶을 살았다. 졸업을 한 뒤에도 한국에서 다닌 대학 학자금을 갚기 위해서 세일즈와 유치원 교사 두 개의 일에다가 단기 아르바이트 (숙제 대행, 경기장 청소, 아기 돌보미 등)까지 하며 쉴 틈 없이 지냈다. 그렇게 살아야 마이너스에서 제로로 겨우 올릴 수 있었다. 

 열심히는 사는데, 내 눈에 얻어지는 건 없었다. 누가 차를 거저 준다고 해도, 차 등록비, 보험비, 유지비를 감당할 여유자금도 없었다.  돈이 모이는 거 같으면 큰돈 나갈 일이 꼭 생기곤 했다.  

 그래도 돈 버는 건 비자에 비해 쉬운 일이었다. 벌고 아끼면 되니 말이다. 비자는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유치원 교사로 영주권을 딸 수 있다지만, 매니저급 (평교사는 안된다는 소리다)만 가능했고, 그마저도 곧 사라질 거라고 했다. 호주에서 일할 수 있는 비자는 이제 1년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호주에 살려면 학업을 계속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럼 또 학비 조달에 힘겨운 날들이 눈에 훤했다. 


지금 당장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건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것 밖에 없었다.  









헬스장에서 거울을 보면서 운동을 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를 지켜주는 건 내 몸 밖에 없는데 왜 내 몸을 돌보지 않은 걸까?  

그랬다. 호주에 살면서 친구도, 가족도 멀리 떨어져 있고, 여기서 만난 사람들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이 대부분이었다. 


내 삶의 주인이고 싶었다. 
내 스스로 하는 일들이 늘어났으면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기초 체력이 필요하다는 게 내 결론이었다. 

진짜 열심히 운동 배워서, 운동하는 습관 건강하게 챙겨 먹어야지 라고 다짐했을 즈음, 나는 트레이너 선생님께 PT를 연장할 수 없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한국으로 귀국을 한다고 하셨다.  


운동을 배우는 것 마저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는 무기력함이 몰아쳐왔다. 



"어차피 내가 결정한 계획대로 안될 거라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 하나만 하고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가장 필요하고, 내가 한 만큼 솔직한 결과를 보여주는 운동을 체화시키고 싶었다.  

일을 그만두었다. 
어차피 직장 다니기 편하려고 살았던 지역이라 살던 곳에서 나가기로 했다.







원래 살던 데에서 비행기로 4시간, 시차는 2시간이나 나는 지역으로 이사를 갔다. 
해 뜰 때나 해질 즈음되면 캥거루가 도로에 산책 나올 정도로 조용한 지역이었다. 
(가끔 출몰이 아니고 매일 나타났다) 
 
대자연 속 내 일상은 단조로웠다.

집 앞 연못과, 새벽 풍경이다. 진짜 아무 것도 없다.


일어나면 타월이랑, 운동복 챙겨서 헬스장 갔다가
 닭가슴살에 호밀식빵 한 조각, 냉동 콩으로 식사를 하고

낮잠 한숨 잤다가
간식 한번 먹고
오후 운동하고
저녁 식사하고 

졸리면 자는 
단순한 일상이었다. 

(운동은 온라인 PT 선생님께 배웠다.)

 
편한 싸이클만 타다가, 천국의 계단이라는 계단 기구도 타보고, 런닝머신에서 10km로 달려도 봤다.

할 만했다. 
음식 장을 보면 필요한 닭가슴살, 우유, 바나나 같은 건강해지는 음식들만 샀다. 
과자나 초콜릿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도 않고, 역시 할 만했다. 
당연히 토할 생각은 없았다.





두 달이 흘렀다. 
하루 일과에 운동은 어떻게든 꼭 넣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고,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도 꾸준히 운동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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