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가 있어?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가 있어?"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가 있는 게 아니라 아이가 한번 그렇게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세상이 그렇게 돼 버리는 거야."
최근에 본 <은중과 상연>이라는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이다. 상연의 엄마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었고 은중의 담임이었다. 엄마가 자식인 상연보다 친구인 은중을 더 아낀다고 믿어왔고, 오빠 때문에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 상처로 가득한 마음으로 살아왔던 상연. 마지막회에 죽은 엄마를 보낸 바닷가에 앉아 은중과 나눈 대사의 일부이다.
나의 세상은 어떠했는가. 잠시 보던 드라마를 멈추고 지금까지의 내 삶을 떠올렸다.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그렇게 되어버린 세상이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어찌 보면 나는 어릴때부터 긍정적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래서 내 세상은 늘 긍정적이었다. 힘든 상황도 있었지만, 그런 상황은 포기하거나 피해가려 애썼다. 어릴 적 부모님은 나에게 칭찬을 많이 해 주셨다. 공부를 아주 잘하지는 못했지만 자존심 구길 정도는 아니었다. 주변에 친구들도 많았다. 인복이 많다고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살다 보니 나의 자존감은 점점 높아졌다.
그러나 내가 아는 어떤 분의 삶은 조금 달랐다. 그분은 똑똑하고 날카로운 사람이다. 유난히 예민했던 그분은 엄마에게 자주 혼났다고 한다. 엄마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해서 자라는 내내 엄마를 힘들게 했고, 지금도 여전히 엄마에 대해 투정을 한다. 내가 보기에는 엄마가 그분을 아주 사랑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어쩌면 내가 모르는 사연들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한번 믿어버린 세상으로 인해 나와 그분은 다른 세상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 상처가 여전히 남아 끊어내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그분을 볼 때면 마음이 안쓰럽다.
긍정적이라고 믿었던 나에게도 살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생각을 몰고 갈 때가 있다. 한번 마음이 닫혀진 사람에게는 내 세상으로 들어오는 걸 허용하기가 어렵다. 모든 말과 행동이 삐뚤어져 보여 계속 문밖에 세워놓고 만다. 내가 이렇게 냉정한 사람이었던가, 내가 그렇게 쪼잔한 사람이었던가 부끄럽지만 그 빗장을 여는 일이 여간 힘들 수가 없다.
하지만, 한번 마음을 활짝 열어 준 사람에게는 그 사람이 열 번 실수를 해도 열 번 이해해 보려고 노력한다. 마음을 닫지 않으려고 애를 써가면 이런저런 핑계를 찾아본다. 그렇게 참다가 결국은 문을 닫아버리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극한 상황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한번 그렇게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그 생각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는 게 우리 사람의 마음이다.
생각을 시작하기 전에 일단 멈추어 보자. 부정적인 생각들은 미리 차단시켜 지옥 같은 세상이 나에게 오지 않게 해야 한다. 그 부정적인 생각들이 한번 시작되면 상상력이 가미되고, 돌이킬 수 없는 세상이 나에게 온다. 그 세상에서는 끊으려해도 끊어지지 않는 질긴 줄이 끝도 없이 나를 따라다닌다. 마음은 그 줄을 타고 내려가는 지옥이 된다.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냐고?
왜냐하면 우린 여전히 미성숙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