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링컨 차 타 본 여자야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라는 미국드라마가 있다. 처음에는 '차 이름이 링컨이라고?' '링컨 대통령이 타던 차인가?' 차에 대해 관심도 별로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나는, '링컨'이라는 차 이름에 눈길이 갔다.
찾아 보니 이 드라마제목의 의미는 '링컨차 뒷좌석에서 사건을 처리하며 일하는 변호사'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업무가 많은 변호사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주는 차인가 보다.
사실 나도 링컨 차를 타 본 적이 있다. 살면서 가끔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생기기도하니까.
4년 전 큰 아이 대학 졸업식 때문에 미국에 갔을 때 생긴 일이다. 작은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시카고 근처에 있어서 우리는 시카고에 숙소를 잡고 3주동안 머물기로 했다. 그곳에서 졸업식에도 다녀오고, 아이들과 시카고 구경도 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3주동안 타고 다닐 렌트카를 예약했다.
시카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렌트카 회사로 향했다. 저렴한 가격에 혹해서 예약해 놓은 렌트카였지만, 가끔 여행지에서 렌트카를 이용하기에 이번에도 별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약한 차의 영수증을 받아보니, 이것저것 세금과 보험료 등을 잔뜩 붙여놓아 가격이 두 배가 되어 있었다. 외국인이라 바가지를 씌우는 건지 추가 비용이 차 렌트비보다 많아 보였다. 난감했다.
나는 그렇게 많은 비용을 주고 렌트를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 예약을 취소하고 숙소로 향했다. 하지만, 차가 없이 다니려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 예약했던 차보다는 조금 비쌌지만, 이름 있는 렌터카 회사에 적당히 좋은 가격을 주고 소형차 한 대를 예약했다. 우리는 다시 렌터카 회사로 향했고, 계약서를 확인했다. 역시 괜찮은 가격에 예약을 해서인지 세금이 별로 거의 붙지 않았다. 서류 작업을 마치고 우리는 차를 받기 위해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에는 생각보다 차들이 많지 않았다. 담당자는 우리에게 조금만 기다리라는 말을 던지고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차를 찾기 시작했다. 우리가 예약한 차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이곳저곳을 계속 기웃거리던 담당자가 결국 차 찾기를 포기했는지, 우리에게 다른 차의 열쇠를 주며 '그냥 이거 타고 가세요'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우리는 그 차가 우리가 예약한 차가 아니어서 약간 불안했지만, 가져가도 문제없다는 담당자의 자신만만한 말을 믿고 하는 수 없이 차를 받아 숙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남편이 운전을 하면서 계속 중얼거린다.
"이거 무슨 차지? 차가 너무 잘 나가는데? 완전히 다 자동이고. 신기하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차에서 내려 차 외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링컨이라는 차였다. 이름이 링컨이라고? 나는 인터넷에 이 차를 검색해 보았다. 차 가격에 입이 딱 벌어졌다. 거기에다 완전 신형 새 차여서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날부터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우리 차를 보면 꼭 한 마디씩 감탄을 했다 '와~ 차 좋은데~' 그때마다 나는 이 차에 대한 사연을 일일이 길~게 설명해야 했다. 작은 아이 밤톨이는 친구들까지 데려와서는 "우리 아빠가 너희 가는 곳까지 태워 줄 거야"라고 말하며 은근히 좋아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에게 링컨 차는 참으로 부담스러운 차였다. 만나는 사람마다 차에 대한 질문에 일일이 설명해야 했고, 주유비 또한 만만치 않았다. 혹시라도 긁힐까 봐 주차도 신경 써야 했고, 거의 모든 기능이 자동인 차의 사용법을 익히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남편은 매우 신경쓰며 조심스럽게 차를 운전하면서도 신이 나 보였다. 경제적인 중소형 차만 타고 다니던 남편인테 괜히 눈만 높아지는 건 아닌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마음을 바꿔먹기로 했다. 가족여행에서 우연히 타게 된 링컨 차는 어쩌면 우리 부부에게 주어진 작은 선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행운권 추첨하나도 제대로 걸린 적이 없었던 우리 부부에게 우연히 덤으로 주어진 보너스 같은 것이니, 이 차를 타고 다니며 짧은 시간이지만 기분좋은 편안함을 만끽해야지 싶었다. 가끔은 이런 보너스때문에 우리 삶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씩 보태지는 거겠지.
그렇게 난 링컨차를 탄 여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