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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범용의 습관홈트 Aug 28. 2019

회사 출근 버스가 오지 않은 날

 출근하기 위해 회사 버스를 이용한다.


회사 버스를 타기 위해 새벽 6 15분이면 어김없이 집을 나선다. 새벽 3 30분에 일어나 2시간 동안 책을 읽고 글을  다음 출근하는 일이 일상이   10개월이 넘어간다.


그러나 어제 아침은 조금 특별했다.


 전날 CEO 보고 자료를 최종 마무리하느라 퇴근도 늦어서 11시가 넘어서 잠자리에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비록 나와의 약속인 3 30분에 일어나서 새벽 루틴을 실천했지만 유독  피곤함을 느꼈다. 회사 버스를 기다리는데 계속 하품이 나왔다.  입은 하품을 해대는데 마음은 아침 8시부터 예정된 CEO 보고 쏠려있다. 왜냐하면 출근하자마자 급하게 보고서를 수정할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평상시 출근 버스가 오전 7시 15분에 회사에 도착하니 자료 수정에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회사 출근 버스가 아직 오질 않고 있다. 비도 조금씩 내려 쓰고 있는 우산을 살짝  젖혀 혹시라도 버스 기사님이 나를 놓치고 그냥 지나칠까 불안해하며 고개를 내밀고 버스가 오는 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한다. 아직은 조금 여유가 있다. 다음 신호등에는 버스가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오매불망 기다리던 버스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불안해진다.


회사 출근 버스 담당자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 확인하고 전화를  준다고 한다. 그리고 1분 뒤 기사님이 늦잠을 자서 오늘 운행을 하지 않으니 택시 타고 오라고 한다. 택시 타고 오라니. 과거에도 회사 출근 버스가 오지 않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택시를 잡아 보려고 했지만 출근 시간에 택시 잡는 것이 무척 힘들었었다.


빠른 판단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택시를 잡느라 시간을 낭비하느니 조금 시간은  걸리더라도 지하철을 타고 회사 근처 역에서 내린 다음 그곳에서 택시를 타기로 결정했다. 지하철은 생각보다 빨리 나를 목적지에 내려 주었다. 재빨리 밖으로 나와 택시를 탔다. 비도 오고 출근길이라 유난히 차가  막히는 듯했다. 택시가 도로의 울퉁불퉁한 지면을 타고 넘을   심장도 덜컹거렸다. 1 1초가 아까운 시간이었다. 초조한 지 계속 시간을 확인한다.


다행히 택시가 예상보다 일찍 회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부터  자리까지 이제 전속력으로 달리는 일만 남았다. 비가 아직 머리를 적실 정도로 내린다. 그러나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 펼칠 시간적 여유도 심적 여유도 없다. 가방을 손에 들고 언덕길을 뛰어 올라간다. 3분 정도 뛰니 가슴이 헐떡거리고 다리는 힘이 풀려  역할을 못한다.


제기랄.  늙어가는 육체가 얄미워진다. 보안 게이트를 잽싸게 통과한  다시  풀린 다리로 달리기 시작한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니 계단들이 보인다.  칸씩 번개처럼 올라간다.  멀리  자리가 보이고 팀장님과 부서장은 CEO 보고를 위해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헐떡이는 심장을 달래며 재빨리 자료의 수정할 부분을 점검한다. 다행이다. 예정된 시간보다 1 차이로 최종 점검이 완료되었다. 이제 깊은숨을   있게 되었고 아우성치던 심장도 천천히 으르렁거림이 잦아들었다.


그러자 문득 버스 기사님이 생각났다. 오늘 아침은 중요한 보고가 있는 날이라 유독 버스가 오지 않아 당황했었고 버스 기사님을 원망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생각이 스치면서  눈은 책상 앞에 붙어 있는  장의 종이에 시선이 머물렀다.  종이는 바로 나의 습관 달력이었고  종이엔 이렇게 적혀 있다.


타인의 고통에 관심 갖자 라고 1번 외치기




 회사  동료들 40명과 올해 8 5일부터 1 1 습관 100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벌써 24일째 실천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각자 좋은 습관을 1 정해서 100 동안 실천하는 것이다. 그리고 매일 습관에 성공하면 습관 달력에 스탬프를 찍으면 된다.  3 넘게 3개의 습관을 이미 실천해 오고 있다. 하지만 회사 동료와의 프로젝트를 이끌기 위해서 회사에서 실천하는 습관 1개를  추가한 것이다.


그런데   ‘타인의 고통에 관심 갖자’라는 습관 목록을 정하게  것일까?  결정적 계기는 아들러 심리학을 공부하면서부터다.  어린 시절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무서웠고 내가 원하는 일들은 경제적 빈곤으로 좌절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것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 나의 이익에만 집중했어야 했다. 타인의 고통에는 무관심해져 갔다. 그렇게   년을 살아온 것이다.


그러다가 아들러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내가  이렇게 힘들게 세상을 살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삶의 의미를 깨달으면서 행복하게   있는지 조금씩 배우게 되었다. 특히 아들러가 말한 다음의 문장은 나를 크게 흔들었다.


인생의 모든 문제를 극복하는  성공한 사람은 인생의 의미란 타인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며 타인과 협동하는  있다는 점을 충분히 그리고 자발적으로 인식한 듯이 행동한다


버스 기사님도 타인이다. 나의 습관 목록이 눈에 들어오니 버스 기사님의 고통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버스기사님은 늦잠을 잤는지 궁금해졌다. 아침에 전화를 걸었던 회사 출근 버스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시작은 오늘 아침 나의 긴박한 상황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리고 버스 기사님에 대한 나의 생각을 보낸 이메일을 그래도 옮겨 본다.


저는 버스 기사님을 원망하지는 않겠습니다. 분명 버스 기사님도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 믿습니다. 운행이 많아서 피곤하셨는지 아니면 요즘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많으셔서 약주를 하셨는지 분명 이유가 있으실 것입니다. 저는 회사 출근 버스가 있어서  좋습니다. 부족한 잠을 버스에서  수도 있고 바로 회사에 도착할  있는 편리성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기사님께  회사에 도착해서 내리기 전에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러니 버스 기사님이 요즘 과다한 운전으로 힘드신 것은 없는지 스트레스받는 상황은 없으신지 조절 가능하다면 부장님께서 조정해 주시길 요청드립니다. 끝으로 버스 기사님이 오늘 일로 금전적 또는 신변적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조치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5  회사 버스 담당자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버스기사님이 오늘 결행한 사유는 감기약을 먹고 잠을 잤는데 늦잠으로 시간을  맞추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회사 규정상 향후 동일 사항이 발생 않도록 결행에 따른 금전적 페널티가 부과되고 버스를 타지 못한 직원들의 택시비도 기사님이 전부 배상할 것이며  기사에 대하여 안전  결행 방지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고작   있는 일은 오늘 발생한 나의 택시비 6,200원을 청구하지 않는 정도다.


습관을 실천한다고 하루아침에 급격한 변화는 찾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타인의 고통에 관심 갖자’라는 나의 습관이 오늘도 내일도 멈추지 않는다면 언젠간 내가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는 징검다리가  것이라 믿는다.  


오늘 아침엔 출근 버스를 타면서 감기는  나으셨는지 기사님에게 안부 인사를 꼭 건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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