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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범용의 습관홈트 Nov 28. 2019

우리 팀이 조직문화 발표에서 2등을 했다

취업포탈 인크루트가 직장인 1,2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이 퇴사를 실행한 이유 중 1위는 상사/대표(21%)가 차지했고, 2위는 조직 분위기와 복리후생(13%)이 뒤를 이었다.


직장인들이 수많은 고민 끝에 실제로 퇴사를 감행하게 하는 1위는 짐작대로 인간관계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의외로 조직 분위기와 복리후생이 13%라는 높은 수치로 2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회사가 어떤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회사가 위기 속에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에너지는 조직 문화의 건강함 속에서 피어난다. 그리고 조직문화는 CEO와 경영진의 의지가 무척 중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 3대 CEO인 사티아 나델라가 그의 저서인 ‘히트 리프레시’에서 조직문화에 관해 강조한 말에서도 알 수 있다.


"나는 CEO의 C가 문화(Culture)의 약자라고 생각한다. CEO는 조직문화를 담당하는 큐레이터다. 올랜도에서 내가 직원들에게 말했던 것처럼 회사가 사명을 이루기 위해 듣고 배우고 개인의 열정과 재능을 활용하는 문화를 지녔다면 해내지 못할 일이 없다"

나는 올해 처음 조직문화 담당자로 선정되었다. 그런데 조직문화 담당자는 모두가 꺼려하는 감투다. 왜냐하면 본인 업무 이외에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조직문화가 쉽게 바뀌는 것도 아니고 개인 고과에도 미미한 영향을 준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헛소문 일지 모르겠으나, 조직문화 담당자로 내정된 어느 직원은 육아휴직까지 썼다고 한다.

어쨌든, 나는 2019년 한 해 동안 정말 최선을 다해 내가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짜내 우리 팀의 조직문화 향상에 노력해 왔다. 그리고 지난주에 우리 회사에서 일 년 중 큰 행사 중 하나인 ‘2019 조직문화 우수 사례 발표회’가 사장님 주관으로 열렸다.

우리 팀 발표 컨셉인 농부 복장을 하고


이 행사는 각 팀마다 일 년 동안 조직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고 그 결과 업무 관점 그리고 조직문화 관점에서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발표하는 중요한 행사다. 왜냐하면 각 팀장들은 사장님 앞에서 본인들 팀의 성과를 뽐낼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승진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팀은 전사 50개 팀이 참여한 예선전을 통과한 후 본선 무대에 오른 5개 팀 중 한 팀이었다. 시상은 대상 1팀, 우수상 2팀 그리고 장려상 2팀에게 상금을 지급한다. 우리 팀은 아쉬움은 조금 있었지만 우수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그러나 우리 팀의 조직문화는 작년에 처참했었다. 2018년 조직문화 점수는 전사 최저 수준이었다. 팀 자긍심도 부족했고 원활하지 못한 소통도 낮은 조직문화 점수의 주요 원인이었다.


시계를 조금 더 먼 과거로 돌려보자. 9년 전에 신설된 우리 팀은 경력 사원 위주로 팀을 구성했다. 그렇다 보니 나이도 많고 상대적으로 직급도 높은 편이었다. 요즘은 100명의 고객이 있다면 1,000개의 시장이 있다고 말하는데, 10명의 경력사원이 있는 조직에는 10개 이상의 다양한 문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이 그랬다. 그렇다 보니 다양한 색깔의 조직문화를 하나의  단합된 조직문화로 탈바꿈하는 일은 무척 고되고 지난한 일이었다.

이를 대변하듯, 우리 팀이 신설된 초기에는 이직률도 최고 수준이었고, 팀 행사 참여율도 저조했었다. 기존 회사에서 승승장구하던 경력 사원들이다 보니 우월감도 높아서 팀원끼리 경쟁만 하고 상호 신뢰 및 소통도 부족했다. 그 결과 2018년 조직문화 우수 사례 발표회에서 예선전에서 탈락했다. 작년뿐만 아니라, 우리 팀은 2011년 신설된 후 9년 동안 올해 처음 본선에 진출할 정도로 조직문화는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보고 올해 조직문화 담당자를 하라고 하니 어찌 기쁜 마음이 들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에 팀장님과 머리를 맞대고 조직문화를 향상할 전략을 고민했고 결국 해답은 기본 지키기와 소통이란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바로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우선, 팀 동료들끼리 업무 이외 서로 친해지고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들러 심리학 전문가를 초빙하여 워크숍을 진행했다. 성격 유형 검사도 진행했고, 성격 유형별로 언제 일할 맛이 나는지, 언제 불편한 감정이 드는지 토론 후 발표하게 하면서 우리는 이렇게 서로 모든 면에서 다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매주 수요일마다 영어 동아리 활동을 진행했다. 벌써 8개월째 진행 중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업무 이외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주제(영화, 여행, 취미활동 등)에 관련된 영어 기사를 공유한 뒤 그 주제에 관해 팀원들과 영어로 소통하면서 30분 동안 웃고 떠든다. 그러다 보면 서로의 관심사를 알게 되고 좀 더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1인 1 습관 100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각자 좋은 습관 1개를 정해서 매일 실천하고 습관 달력에 도장을 100일 동안 찍는 프로젝트다. 사장님은 ‘사소하고 작은 일에 성공한 사람만이 더 큰 일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고 자주 강조하셨는데, 사장님의 철학과 일맥상통하는 프로젝트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외에도 동료들의 전화 통화 시 소음으로 업무 몰입도가 떨어지고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아서 ‘전화 예절 지키기’ 캠페인을 실행했다. 슬로건으로 ‘당신의 목소리를 낮추면, 동료의 스트레스도 낮아집니다. 긴 통화는 회의실에서’라고 정했고 헤드 셋을 지급하여 통화 시 소음을 줄이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1인 1 습관 100일 프로젝트는 삼성그룹 사내 방송에 소개되었다. 전화 예절 지키기 및 1인 1 습관 100일 프로젝트는 전사 조직문화 우수 사례에 선정되었고, 벚꽃 사진 콘테스트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 특별상은 우리 팀 신설 후 공식적인 첫 수상이었다. 또한 서로 소통하고 단합된 조직문화는 회사 노사위원회가 주관하고 32개 팀이 참가한 스핀볼 대회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2019년 조직문화 점수는 전년대비 12%나 상승하였다.

조직문화 우수 사례 발표에서 2등을 차지하자, 동료들의 반응도 놀라웠다. 과거엔 우리 팀이 뭘 해도 1회전에서 탈락하거나 수상을 한 적이 없어서 패배주의에 젖어 있었는데, 올해는 동료들의 반응이 180도 달라졌다. 조직문화 발표회가 끝난 뒤 행사장에서 마주한 동료들은 나에게 ‘자랑스럽다. 아깝게 1등 놓쳐서 아쉽다. 수고 참 많았다. 우리 팀도 하면 1등도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등 응원과 격려의 따뜻한 말을 웃으며 건네주었다. 물론 이 모든 영광 뒤에는 사장님과 경영진이 얼마나 조직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하시고 발전시켜 나가려는 강한 의지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 팀장님도 조직문화 담당자인 나의 아이디어를 적극 밀어주시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앞으로 할 일도 많다. 관계 철학자 마르틴 부버에 따르면, 우리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는 2가지가 있다고 한다. 한 가지는 ‘나와 그것’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나와 너’의 관계이다. 나와 그것의 관계는 나를 우위에 두고 상대를 수단으로 생각하며 일정한 거리를 두는 관계를 말한다. 반면에 나와 너의 관계는 나의 전 인격을 기울여 상대와 마주 대하는 관계를 말한다.


우리 팀은 전년 대비 조직문화 점수가 12% 상승했으나 전사 평균 점수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2020년에는 나와 그것의 관계를 나와 너의 관계로 치환하는 한 해가 되도록 분발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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