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이 무너지면 생기는 아찔한 일

그날도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회사 퇴근 버스에 몸을 실었었다. 평상시엔 버스에 타자마자 잠을 자는데 그 날은 하루 종일 회사 업무를 처리하느라 애쓴 나에게 뭔가 보상이라도 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꺼내 유튜브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영상을 보며 혼자 낄낄거리고 나니 조금은 마음의 위로가 찾아왔다. 그리곤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들어 버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버스 안이 시끄럽다. 양재역이다. 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리려고 분주히 움직인다. 나도 여기서 내려야 한다는 급한 마음이 들면서 정신없이 가방과 옷을 챙겨 내렸다. 아뿔싸. 스마트폰을 두고 내렸다. 급한 마음이 들자 평상심이 무너지면서 소지품을 꼼꼼히 챙기지 못했다.

평상시에 버스에 타면 바로 잠을 잤다가 양재역에 도착하기 10분 전에 눈이 떠졌다. 그리고 바깥 풍경을 잠시 감상하다가 양재역이 보이기 시작하면 소지품을 챙기면서 내릴 준비를 했었다. 그러나 그 날은 루틴이 무너져서 허둥대다 보니 스마트폰을 두고 내린 것이다.

아내의 전화기로 나의 스마트폰에 수십 통의 전화를 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누가 나의 스마트폰을 가져가면 어쩌지?라는 불길한 마음과 스마트폰 없이 하루를 살아야 하는 불편함을 감내하는 것은 나의 몫이었다. 다행히 다음 날 운전기사님이 나의 스마트폰을 보관했다가 전달해 주었지만 루틴이 무너진 날의 대가는 혹독했다.

작년 구정 때의 일이다. 우리 가족은 구정 연휴에 개인 휴가를 더 내서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었다. 인천 부모님 댁에서 이틀을 보내고 제주도로 떠나는 날이 되었다. 이른 점심을 먹고 비행기 시간이 좀 남아서 잠깐 눈을 붙였다. 그런데 아내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다급하게 나를 흔들어 깨우는 아내의 눈은 날카롭게 나를 째려보았다. 제길. 비행기 탑승 시간까지 겨우 1시간 10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인천 부모님 댁에서 김포 공항까지 1시간은 족히 걸리는데 비행기를 타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부리나케 짐을 챙겨 부모님께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아이들을 데리고 차에 탔다. 마음이 급하니 신호등도 무시하고 싶어 졌다. 아내는 비행기 시간이 다가올수록 운전하는 나의 신경을 건드리는 가슴 아픈 말을 생산해 냈다. 비행기를 놓칠 것 같다는 불안감과 아내의 질타는 평상시 나의 운전 루틴을 빼앗아 갔다. 루틴이 무너지니 마음도 무너졌다. 신호등이 빨간색에서 녹색으로 바뀌자마자 가속 페달을 밟았는데 건널목을 무리하게 건너려는 행인을 보지 못했다. 큰 일 날 뻔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행인도 제주도 비행기도 무사했다. 하지만 인천 부모님 댁에서 김포공항까지 1시간 10분여의 여정은 지금 생각해도 오줌이 지릴 정도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나는 4년 넘게 대한민국 보통 사람들이 좋은 습관을 만들도록 돕기 위해 <습관홈트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참가자들에게 연간 목표와 습관 목록을 심사숙고하여 정하도록 조언하는 일이다. 특히 연간 목표는 우선순위를 정하여 1개만 엄선하고 습관 목록도 3가지 중 최소한 1개는 이 어렵게 정한 연간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정하라고 안내해 주고 있다.

그런데 간혹 초반 열정을 너무 믿고 연간 목표를 1개가 아닌 2개 또는 3개씩 무리해서 정하는 경우를 목격한다. 충분히 그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참가자들이 원하는 미래의 모습은 한 가지가 아닐 것이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고, 직장에서 승진도 하고 싶고, 개인적 꿈을 달성하고 싶고,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고, 어제보다 더 성장하기 위한 자기 계발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것이 뭐가 나쁜가? 인생의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질타받을 일인가? 아니다. 칭찬받아야 할 일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목표를 가지고 살아간다


다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바로 하루라는 제한된 시간이다. 우리의 하루를 재정비하지 않은 채 24시간이란 좁은 방에 이것저것 많은 목표들을 억지로 구겨 넣으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미 새로운 목표 이전에 세웠던 일상들로 하루 24시간이란 방은 발 디딜 틈 없이 혼잡한데 방 정리는 하지 않고 새로운 목표만 구겨 넣기 때문에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바쁜 대한민국의 현대인들은 이미 처리해야 할 일들로 일상이 꽉 차 있다.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하루의 루틴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데 새로운 목표, 그것도 한 개가 아니라 서너 개를 추가한다면 이미 바쁜 우리의 마음은 더 급해진다.


급해지면 하루의 루틴도 무너지기 시작한다. 루틴이 무너지게 되면 중요한 것을 놓치며 살 수 있다. 내가 퇴근 버스에서 잠들었다가 스마트폰을 놓고 내린 것처럼, 비행기를 놓칠까 1시간 동안 똥 줄 타며 운전하느라 행인의 안전을 위협했던 것처럼 말이다.


마음이 급하면 루틴이 무너지고 중요한 것을 놓친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 급하면 중요한 것을 놓친다는 사실이다. 비좁은 하루 24시간이란 방에 다른 목표를 집어넣으면 마음이 급해져서 습관에 실패하는 날이 자주 발생할 것이다. 그러면 좌절감에 낙담할 것이고 평상시 잘 해오던 일들도 엉망진창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좀 더 잘 살아보려고 시작한 일이 우리의 하루 시스템을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새로운 목표를 세운 사람들이 제일 먼저 공들여야 할 것은 시간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나의 하루를 시간대 별로 면밀히 점검해 보면서 시간 가계부를 써 봐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목표를 실천하는데 방해되는 중요하지 않은 일들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목표는 우선순위를 정하여 1개로 작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나는 최근 연간 목표를 4개나 작성한 습관홈트 프로그램 참가자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해 주었다. 여러분들 중에 이제 막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습관을 통해 실천해 나가려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

‘안녕하세요? 연간 목표를 4개나 세우셨는데요. 의지력과 열정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습관 여행 가방에 너무 많은 짐을 넣으셨습니다. 여행 초기엔 에너지와 열정이 넘쳐서 그 무게를 견뎌낼 수 있지만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거나 눈 오는 날에는 그 가방 속 짐들 때문에 포기할 확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너무 많은 목표로 마음이 바쁘면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4가지 목표 중 올해 정말 이것만은 해야 하는 것 1가지만 힘들겠지만 선택하신 후 습관 목록과 연결시켜 보세요. 그리고 나머지 3개 목표는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면 틈틈이 실천하시는데 실패했다고 너무 스스로 몰아세우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난 뭘 해도 안돼’라는 부정적 생각은 하루 루틴이란 공든 탑에 금을 내고 무너뜨리는 범죄자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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