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실패해도 난 성공할거야
저는 직장 다니면서 2번의 창업을 했고 한 번은 큰 실패를 하고 문을 닫은 상태이며 두 번째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만약 당신이 은퇴를 앞둔 중년의 직장인 이거나 퇴사 후 창업을 꿈꾸는 직장인이라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이 글의 주인공인 김 부장이 실수한 진실 하나만 알아도 당신은 사업에서 망할 확률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 부장은 요즘 걱정이 태산입니다. 작년에 코로나 19로 회사의 매출은 급감했고 연말 보너스도 받지 못했습니다. 더 심각한 사실은 업무 성과가 뛰어났던 임원들조차도 능력과는 상관없이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습니다.
젊은 시절 얼굴이 잘생긴 덕에 김 부장은 연애 사냥꾼이었습니다. 자유로운 영혼처럼 살다 보니 30대 후반에 결혼을 했는데요. 그 덕분에 두 명의 자녀 모두 아직 초등학생입니다. 이대로 가만있다가는 밥줄이 끊겨 온 가족이 손가락만 빨며 살아야 할 판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솔직히 20년 정도 하니 지겨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겹다기 보단 지쳤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김 부장은 일생일대의 결심을 합니다.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퇴직금을 투자해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사전에 충분한 시장조사와 김 부장 본인의 무형자산인 사업가로서의 능력은 무시하고 전혀 경험이 없는 사업에 성급하게 뛰어든 대가는 참혹했습니다. 프랜차이즈를 알아보던 중 무조건 매출액 대비 수익이 20퍼센트 이상 난다는 프랜차이즈 컨설턴트 말에 현혹당해 음식 장사에 도전하게 됩니다.
식당 사업은 그에겐 정말 생소한 분야였습니다. 남이 해준 음식을 먹기만 했지 식당 아르바이트 경험도 전혀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사업가에 필요한 마케팅, 영업, SNS 활용능력 등도 부족했습니다. 다행히 식당 오픈 후 프랜차이즈 컨설턴트 말처럼 처음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신이 났었죠. 그런데 그 행복엔 유효기간이 있었습니다. 흔히들 ‘오픈 빨’이라고 하지요. 프랜차이즈 식당의 싼 가격에 흥미를 보였던 고객들은 한두 번 맛을 보고는 그 음식에 감동을 느끼지 못하고 발길을 끊었습니다. 김 부장의 가게엔 파리들만 신나서 춤을 춥니다. 김 부장마저 파리떼와 같이 춤추며 그 가게 안에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지요. 얼마나 원통하고 비참하겠습니까?
김 부장은 식당을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기고 다시 취업을 하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러 다녔습니다. 다행히 전 직장에서 알고 지내던 협력회사 사장의 배려로 20년 동안 지겹게 일했던 그 일을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지겨운 그 일을 또 해야 하다니 벌써부터 숨이 턱 하고 막힙니다.
하지만 그 일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그 사실이 김 부장을 더 답답하게 만들었지요. 마치 컴퓨터 전원이 꺼져서 1시간 동안 정성을 들여 작성하던 PPT 보고서 파일이 날아가 처음부터 다시 작성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신들을 속인 죄로 무거운 바위를 산꼭대기 위로 매일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은 시지프스가 연신 ‘좋아요’ 버튼을 눌러대는 모습이 상상이 됩니다.
그런데 왜 김 부장은 이렇게 바보 같은 결정을 내렸을까요?
‘내일의 부’의 저자인 조던 김장섭은 ‘우리 인간의 유전자는 단기적인 예측, 즉, 하루 또는 길어야 1년 정도의 예측만 가능하다’라고 흥미로운 해답을 내놓습니다. 달리 말해, 지금 내 눈앞에서 장사가 잘되는 가게가 있다면 이 가게가 1년 뒤에도, 3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영원히 잘 될 것으로 착각한다는 것이죠. 먼 미래를 내다보는 망원경 대신에 현재와 단기적 미래만 확대해서 보는 돋보기에만 의존한 처참한 결과입니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인 대니얼 카너먼도 김 부장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는 결과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예측하는 것을 ‘계획 오류’라고 이름 붙였는데요. 예비 창업자나 경영자들은 너무나 쉽게 이 계획 오류의 희생양이 된다고 합니다. 이 오류에 빠져서 이익, 손실, 확률을 합리적으로 저울질하기보다는 망상에 가까운 낙관주의에 기초해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죠. 즉, 이익은 부풀리고 비용은 축소해 예측하며, 실수와 오산 가능성을 간과한 채 성공 시나리오를 짠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통계자료를 하나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에서 소규모 사업가가 창업 후 5년 동안 살아남을 확률은 고작 35퍼센트라고 합니다. 한국의 경우는 더 심각합니다. 2020년 중소벤처기업부 보고서에 따르면, 창업 후 5년간 생존할 확률이 29.2%에 불과합니다. 창업 후에 10개 회사 중 7개 회사가 5년 안에 문을 쾅하고 닫는다는 것입니다.
김 부장은 과연 저 통계자료를 처음부터 몰랐을까요? 정확한 통계 숫자는 몰랐더라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창업하면 대부분 다 망한다는 소리는 들었을 것입니다. 흠칫 놀란 김 부장은 네이버 검색을 했겠죠. 수많은 관련 기사가 쏟아졌을 것입니다. 대니얼 카너먼에 따르면, 무미건조한 통계 정보가 개인적 생각과 일치하지 않을 때, 그 통계는 일상적으로 무시된다고 합니다.
김 부장도 섬뜩한 진실과 마주하고는 자신에게 불리한 통계자료를 무시했습니다. 그런데 이 작은 실수 하나가 몰고 온 피해는 한 사람의 인생을 휘청거리게 만들었습니다. 사람을 무시하면 천벌을 받지요. 창업을 결심한 예비 창업자도 자신의 분야에 관련된 통계자료를 무시하면 혹독한 대가를 받게 됩니다.
우리가 제2 제3의 김 부장 케이스가 되지 않기 위해선 김 부장이 몰랐던 섬뜩한 진실을 깨닫고 믿어야 합니다. 계획 오류를 줄여야 합니다. 계획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낙관적인 과신을 피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세상을 실제보다 더 온화하게 바라보고 우리가 세운 목표의 성취 가능성을 실제보다 더 높게 봅니다. 남들은 실패하더라도 나는 그들과 다르다는 낙관적 과신을 버리는 것이 어렵습니다.
어렵더라도 철저한 준비를 통해 내가 가지고 있는 계획과 활동, 자금 동원력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경쟁사 등 외부환경에 관련한 통계나 데이터를 분석하는 신중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창업한 경우라면 반드시 현장 경험을 해야 합니다. 경쟁업체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면서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합니다. 현장에 살아 숨 쉬는 데이터와 통계 자료가 거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이 글은 제 사례와 제 지인들 몇 명의 실제 사례를 혼합하여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저의 창업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저도 첫 번째 창업에서 김 부장처럼 경쟁사와 통계자료를 무시한 채 낙관적 과신으로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두 번째 창업에서도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고 있습니다만, 김 부장과 다른 점은 직장에 다니면서 창업을 하였기에 조금 더 버틸 힘이 있다는 것입니다.
버틸 수 있는 힘도 재능이라고 믿습니다. 버틸 수 있기에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글에서 자세한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