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싸구려 유머라도 괜찮다면

유머를 곁들여 말하는 습관

by 이범용의 습관홈트

“알코올 중독자에게 술을 자제하라고 말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설사병에 걸린 사람에게 똥을 자제하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은 일이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발췌한 짧은 문장이다.


얼마나 유머가 넘치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적절한 비유인가? ‘똥’이라는 주제는 유머를 좀 한다는 사람들이 애용하는 조미료임에 틀림없는듯 하다.


그리고 유머는 만국 공통어임을 다시 확인하는 멋진 순간이었다. 독자의 임무를 띠고 박장대소하며 웃을 수 있는 책을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스티븐 킹을 통해 책이 이렇게 유머가 양념처럼 뿌려질 때 사람들의 입맛을 유혹하는 중독성 있는 음식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 삶도 그러하길 오래전부터 꿈꿔왔었다.


우리 삶은 고난의 연속이다. 굳이 삶까지 들춰내지 않고 우리의 하루만 보더라도 그렇다.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학교에 등교하려고, 집안일을 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면서 우리의 하루는 시작된다. 일어나는 순간부터 다시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까지 우리는 참 많은 일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루를 살아간다.


만약 한 시간이 한 마디라면, 하루는 24마디로 구성되어 있다. 난 24 마디를 온전히 검고 어둡게 색칠하고 싶지는 않다. 50분 동안 진지함을 유지했다면 10분은 가볍고 발랄하게 채색하고 싶다. 이런 나의 소박한 욕심은 어쩌면 내가 못 견디게 싫어하는 한 장면에서 기인한 것 같다.


난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욕설과 구타에 시달리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가 속사포로 쏘아 대는 꾸중과 욕설은 어린 나의 귓구멍과 연약한 심장이 소화시키기엔 너무나 끔찍한 잔인함이 묻어 있었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서도 회사에서 회의를 할 때나 집안 어르신들이 정치 얘기할 때 등 누군가 화를 내며 싸우는 장면을 참아내기 힘들어한다.


그래서 나의 싸구려 유머라도 괜찮다면 그 긴장된 상황을 부드럽게 채색하고 싶어 한다. 비록 내 유머는 끔만 성공하고 대부분은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진다)가 되어 따가운 눈총을 받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시간의 마디마디를 발랄하게 채색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은 이유는 내가 만든 해학의 쉼표가 그 다음 새로운 시간의 마디로 이어지는 어느 지점에 윤활유 한 방울을 뿌려 다음 대화는 조금은 부드러워지길 소망하기 때문이다.


유머는 이처럼 인간의 난폭하고 공격적인 성향을 일순간에 무장해제시키는 탁월한 힘이 있다고 믿는다. 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동기부여가인 브라이언 트레이시도 성공의 85%는 인간관계에 달려있으며 훌륭한 인간관계를 만드는 핵심이 바로 ‘웃음’이라고 강조했다.


웃음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너무나 많다. 미국 인디아나주 볼 메모리얼 병원에서는 외래 환자들을 조사한 결과 웃음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의 양을 줄여주고 우리 몸에 유익한 호르몬을 많이 분비하게 하여 '하루 15초 웃으면 이틀을 더 오래 산다.'라고 밝혔다.


미국의 존스홉킨스 병원은 '웃음은 내적 조깅’'이라는 서양 속담을 인용해 웃음의 효과를 소개했다. 웃음은 내적 조깅이라니 참으로 멋스러운 표현이다. 웃음이 내적 조깅의 효과가 있다는 의미는 이렇다. 웃음은 감기를 예방케 하고 치료도 해준다. 웃음은 암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 웃으면 살도 빠진다. 웃음은 상대방에 대한 의심을 녹이며, 편견의 벽을 허물며 편안함을 준다. 심지어 약육강식의 살벌한 동물의 세계도 예외는 아니다.



먹잇감을 구하기 힘든 추운 겨울.


추운 겨울 싸우는 늑대 (출처: 픽사베이)


늑대 두 마리가 배고픔을 못 이기고 신경이 날카로워져 서로 싸움을 시작한다. 긴장감이 늑대 무리 전체로 퍼져 나간다. 그때 늑대의 리더가 이 싸움에 개입한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늑대의 리더가 싸우는 두 늑대를 힘으로 제압할 줄 알았는데 우두머리가 선택한 개입 방법은 다름 아닌 장난이었다.


우두머리는 싸우고 있는 늑대 중에 힘이 센 늑대에게 장난을 건다. 장난을 통해 동료로 향했던 공격성과 난폭함을 잊게 만든다. 이처럼 유머는 늑대의 리더에게도 필요한 덕목이다. 그래서 싸움에 능하지만 난폭한 늑대는 리더가 될 수 없다고 한다.





이젠 유머에 대한 나의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내 하루 속에서 장소가 어디든 나의 싸구려 유머를 팔고 다닌다. 사고 안사고는 상대방의 몫이지만 말이다.


최근 우리 집 아이들 방에서 있었던 일이다. 초등학교 4학년 큰딸과 유치원 7살 작은 딸이 분홍색 색종이를 서로 갖겠다고 싸우고 있었다. 이때 내가 개입하여 화를 내면 두 명 모두 울어 버릴 것이 자명했다. 하지만 그때 내 싸구려 유머가 습관처럼 튀어나왔다.


난 두 딸의 싸움을 말리는 척하며 우연을 가장하여 내 손으로 내 얼굴을 때리는 시늉을 했다. 아이들은 나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금방 웃음을 터뜨렸다. 내 싸구려 몸짓 개그가 우리 세 명을 다시 친구로 만들어 주었다. 이제 더 이상 색종이 색깔은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 장소를 회사로 옮겨 보자.


예전 회사에서의 일이다. 팀장이 갑자기 회의를 소집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갑작스러운 회의를 좋아하지 않는다. 정기적이고 예정된 회의가 아닌 갑작스러운 회의 소집은 폭탄을 머금은 듯한 화약 냄새가 진동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도 팀장은 아시아 지역의 판매를 2배로 늘릴 전략을 짜 오라는 상부의 오더를 받아온 날이었다. 몇 년간 피땀 흘리며 노력해도 안되던 일을 하루 회의를 통해 어떻게 해결책을 만들 수 있겠는가?


회의에 참석한 직원의 얼굴을 잽싸게 스캔해 본다. 입은 삐죽 튀어나왔고 두 눈은 바닥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다. 이 모습을 참지 못하고 팀장이 소리를 버럭 지른다. 그 순간 직장 동료는 하나같이 회의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손에 들고 들어 오는 다이어리에 무언가 끼적거리는 시늉을 한다.



무거운 회의실 분위기(출처: 픽사베이)


침묵은 금인 시간이 도래했다. 그때 누군가는 적막을 깨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팀장만 입술이 부르트도록 떠든다. 그리고 한 명씩 지목하기 시작한다. 다행히 이 지목 놀이는 내 순서의 예측이 가능할 때가 많다. 시계 방향이냐 아니면 반대 방향이냐 기준에 따라서 내 지목 순서가 계산된다. 내 앞의 고참이든 후배든 이미 지겹도록 보고했던 내용 중 한 부분을 자신 없는 목소리로 뱉어낸다.


결국 내 차례까지 왔다. 나의 싸구려 유머가 이번에는 효과를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총대를 다시 고쳐 맨다. “팀장님, 오늘 이 전략만 만들면 일찍 퇴근해도 되는 건가요?” 일단 뱉어 놓고 팀장의 얼굴을 살핀다. “그래. 알았어. 말해봐” 난 팀원들 몇 명과 눈을 맞추고 용기를 내어 이렇게 말을 이어간다. “팀장님이 이 방에 계시면 아이디어가 안 나오니 저희끼리 회의를 해서 퇴근 전까지 올리면 어떨까요?”


이렇게 목적 지향적이고 마음만 조급한 팀장을 강제로 몰아내고 그 다음부터 팀원끼리 회의를 시작한다. 물론 팀장이 회의실을 나가는 순간 억울함과 신세 한탄의 하소연이 몇 분간은 지속이 된다. 그럼에도 팀장이 나간 뒤부터 경직된 회의실 공기는 환기가 되기 시작했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서로의 생각이 교류하는 회의다운 회의가 시작이 될 수 있었다.





딸들의 갈등 속에서도 나의 유머는 피어나고, 회사 동료와의 회의 시간에도 희극적인 시각은 무거운 공기를 몰아내고 거짓말처럼 긍정적 결과를 잉태하곤 한다.


만약 여러분 중 누군가가 우연히 나의 싸구려 유머를 발견하는 날이 온다면, 이렇게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저 가련한 범용이가 이 갈등 상황을 세치 혀로 반전시키는 예술 공연을 하고 있구나, 그러니 내 멋쩍은 웃음으로 응원의 깃발을 흔들어 주자’


내가 ‘유머를 곁들인 말하는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확신하고 생활신조로 삼을 만큼 나에게 영향을 준 사람이 있다. 미국이 낳은 세계적인 신화학자인 조셉 캠밸은 그의 저서 ‘신화와 인생’에서 다음과 같이 나를 응원했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현재 처한 상황을 희극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 여러분은 영적인 거리를 얻게 된다. 결국 유머감각이 여러분을 구원하리라"


얼마나 멋진 말인가? 유머감각이 우리를 구원한다니 말이다. 이처럼 유머는 인간의 공격 심리를 즐거운 언어로써 승화시켜주는 삶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하루 중 얼마나 자주 웃는가? 한 통계에 의하면 미국인은 하루에 열다섯 번 정도 웃고, 한국인은 여섯 번에서 일곱 번 정도 웃는다고 한다.


웃을 일이 없는 요즘이지만, 우리 한국인이 더 많이 웃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감정을 조절하고 ‘유머를 곁들인 말하는 습관’을 통해 여유를 갖고 경직되고 방어적인 우리의 마음을 서로 녹여 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발랄한 색으로 자주 더 많이 채색해 나갔으면 좋겠다.


웃으면 복이 온다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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