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뉘

여름, 250613

by 하봄

덥지? 이럴 땐 시원한 곳으로 산책을 가야 해.


더위를 한소끔 식혀야 된다며 부랴부랴 나갈 채비를 하는 너를 따라 산책을 가기로 했다. 물 위를 걷고 싶을 때면 한여름 낮의 숲을 찾는단다. 숲틈 새로 태양이 내려주는 빛줄기를 밟아 볕의 그림자를 살금살금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윤슬 위를 걷는 사람이 되곤 했다. 수풀이 흔들릴 때마다 우리 발밑의 바다는 더 반짝이며 일렁였다.


시원하지? 반짝이는 게 꼭 윤슬 같아. 우리가 개망초 꽃밭을 걸으면 태양과 구름을 밟고 하늘 위를 나는 사람이고, 볕뉘를 따라 걸으면 결국엔 물 위를 걷는 사람인 거야. 다음엔 같이 하늘을 날아보자.


걷고 걷다 아기 햇살이 자꾸 뺨을 간질이며 입을 맞출 때 너는 그 조그마한 햇살마저 가리려 한쪽 팔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마침내 손틈 새로 볕을 가뒀다며 한쪽 눈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 너에겐 짭짜그레한 참외 향이 풍겼다. 그때의 너는 하얀 피부 위로 햇살이 입 맞춘 길을 따라 토독토독 참외 씨앗 같은 주근깨가 박혀있었고, 이마부터 주근깨를 따라 흐르는 땀방울에선 약간의 짭짤함이 느껴졌다. 땀방울이 턱끝으로 흘러내리는 길을 따라 시선을 멈췄을 땐 가지런히 정리된 치아를 보이며 웃는 숨결 새로 달큰한 향이 났다. 내게 늘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던 단짠단짠 뭐 그런 건가 보다.


녹음이 푸거진 바다를 걷던 중 갑자기 신록이 살랑살랑 말을 걸었다. 무수한 수풀 사이에서도 시선을 빼앗는 자그만 풀을 보고 있자니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너 하나만 선명하게 보였던 우리의 첫 만남이 떠올라 고개를 돌렸다.


눈썹을 으쓱하고 빤히 바라보는 네게 풍기던 참외향은 아까보다 조금 더 짭조름해졌고 나뭇잎 새로 비친 작은 빛이 두 뺨에 더해져 하나 둘 일곱 아홉 주근깨가 촘촘히 박혀있었다. 눈동자에 주근깨 소녀가 비치자 늘어난 참외씨 개수만큼 내 마음도 푸르르게 우거지는 순간이었다.

keyword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