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5. 장남

by 재학

장남은 아버지의 성향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유약함에다 끈기까지 더해서. 남들은 착하고 성실하다 했다. 손해를 봤으면 봤지 결코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지 않는 선한 마음조차. 선한 시대에는 선함이 통한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선함은 굴러가는 수레바퀴를 방해하는 돌멩이지 않을까? 장남은 돌멩이가 되지 않기 위하여 강함을 갖고 싶어 했다. 원하는 대로 강한 사람이 되었다. 지독한 끈기로 자신의 목표를 이루어 갔다. 장남이 세운 목표 중에 이루지 못한 것이 없다.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 세상은 시간이 갈수록 더 큰 수레바퀴에 올라타야만 했다. 굴러가는 바퀴에서 떨어지면 영원히 낙오된다. 다시 올라타기 위해서는 두 세배는 더 힘든 노력이 필요했다. 장남은 일찍이 그 이치를 깨달았다. 한순간에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을 봤다. 떨어져 간 사람이 다시 올라타는 경우가 거의 없음도. 누군가 손을 내밀어 잡아 주거나 커다란 밧줄을 던져 주거나 그렇지 않으면 강인한 체력으로 스스로 도약하여 올라타거나 해야 했다. 그 중 어느 것도 갖고 있지 않은 장남은 수레바퀴에서 떨어지면 안 되었다.

장남은 어느 순간 삶이 버거움을 느꼈다.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을 알았다. 더 강한 힘을 만들어야 해. 장남은 강한 힘을 주는 것을 찾아 헤맸다. 절에 들어가 산사 체험도 해 보고, 교회도 기웃거렸다. 강함을 주는 것을 찾지 못했다. 장남을 강하게 만들어 주는 힘은 의외로 가까이에 있었다.

한 개 피의 담배와 한 잔의 술.

둘이 함께 한순간은 세상 근심 걱정이 사라졌다. 어깨를 짓누르던 무거움이 두둥실 사라져 버렸다. 어렵게 찾은 힘의 묘약은 두 얼굴을 갖고 있었다. 순진무구한 사람에게는 아주 적은 양으로도 충족을 시켜 줬으나 자신에게 의지함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은 양을 찾게 했다. 1차, 2차로 이어지는 술자리, 어제도 마시고 오늘도 마시고 내일도 마시게끔 이끌어 갔다.

아버지처럼 장남은 유약했다.

한두 잔의 술에 무너질 만큼 신체도 유약했다. 장남이 선택한 강인한 묘약은 독이 되어 돌아왔다. 장남은 용감함보다 바보가 되어갔다. 묘약이 시키는 대로 허물어져 갔다. 갖고 있는 아름다운 자질을 묘약이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문득 묘약의 경고를 의식하고는 했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애써 외면했다. 몇 번의 경고를 그렇게 날려 보냈다. 그리고 어느 날 장남은 보지 않아야 할 것을 본 것처럼 소스라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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