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기술자

3. 좋은 말은 왜 어려울까

by 재학

좋은 말씀은 왜 어려울까. 이해도 안 되고 가슴에 와닿지도 않는 말들을 들어야 하는 고역은 둘째치고 끊임없이 모여라 쉬어라 했다. 하긴 주최하는 사람들은 귀중한 시간을 내어 온 사람들에게 가능하면 많은 것을 주고 싶겠지. 저녁 먹고 겨우 양치할 시간 잠깐 주고 나서 바로 다음 강의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자정 가까이 까지 이어졌다. 강행군이란 말은 이럴 때 하나 보다.

숙소에 오자마자 소등하고 잠자리에 들란다. 그러지 말라 해도 모두 곯아떨어질 지경이다. 발만 대충 씻고 이불을 펴려니 방 구조가 직사각형이다. 네 사람이 옆으로 나란히 누워야겠다. 그것도 바짝 붙어서. 어정쩡 서 있는 것을 서둘러 이불을 펴 줬다. 이럴 때는 내가 먼저 행동하는 것이 편하다. 어디에 누워야 하나? 양쪽 가장자리가 상석인데. 그 중이 윗목은 더욱. 날름 좋은 자리에 눕기는 그렇다. 모두 선택도 못 하고 선택받기를 기다리는 눈치가 역력하다. 이럴 때 역시 먼저 행동해야 한다.

‘먼저 잡니다.’

양쪽이 순하게 자는 사람들이기를 기대하면서 두 번째 자리 이불로 들어갔다. 넷은 그렇게 동시에 누웠다. 그리고 동시에 잠이 든 듯했다. 아니다. 세 번째 즉, 내 왼쪽에 누운 젊은이가 가장 먼저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고단한 하루를 마감하는 듯했다. 그 순간은….

우려를 했던 일(단체 잠자리에서 가장 우려하는)이 벌어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날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오른쪽부터였을까? 동시에 시작했는지 몰라. 혼돈의 밤을 보내고 나서 회상하는 기억은 선명하지 않으니까.

어렸을 때 시골 마을 들판에 방앗간이 있었다. 큰 발동기 한 대와 작은 발동기 한 대가 있었다. 오래된 함석지붕은 듬성듬성 구멍을 만들었다. 햇살이 구멍을 뚫고 그 아래만 비추었다. 그리고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는 발동기는 거대한 괴물처럼 마주 보고 있었다. 발동기만큼 커다란 방앗간 주인은 가끔 괴물을 일깨웠다. 주인이 왼손으로 초크 밸브를 잡고 오른손으로 ㄱ자 지렛대를 꽂아 발동기를 돌리면 씨~쿵 씨 쿵 소리를 내며 돌다 곧이어 쿵쿵 소리를 내며 괴물의 숨소리가 안정되었다. 대부분 시동이 한 번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피식거리다 죽어버리면 중얼거리는 욕 몇 마디 뱉고 다시 시도했다. 바로 그랬다. 그 옛날 발동기가 되돌아왔다. 목젖을 떨며 푸~푸 거리다 한동안 잠잠해진다. 미동도 없이 고요해진다. 뒤이어 입술까지, 발동기 매연 통 뚜껑이 규칙적으로 열리고 닫히는 것처럼 우렁찬 소리가 들려온 것은. 아늑해져 가는 정신을 붙잡으려 애쓰는 순간 순식간에 찾아오는 고요. 나의 정신적 공황을 알아채기라도 한 것처럼. 아마 잘 못 들었을 거야. 아냐, 어쩌다 한 번 실수로 그런 소리를 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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