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28세)
오늘도 교무주임님이랑 약수터를 갔다.
저녁을 먹지 말고 가자고 해서 옷만 갈아입고 다시 나왔다.
약수터 들러 산을 넘으니 영청 마을이다.
이 길을 어떻게 알았지?
조금 가니 수희네가 나온다.
마침 수희 아빠가 쇠죽을 끓이다가 맞아 준다.
저녁 먹으면서 술도 한 잔씩 했다.
어두운 산길을 오면서 교무주임님이,
아들이 시험에 자꾸 떨어진다고,
속이 많이 상한다고 한숨을 쉬신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단다.
밤에 약수터를 자주 가시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오늘이 스물여덟 번째 생일인데, 어떻게 되었든 생일에 잘 먹었다.
1990. 2. 13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