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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 Aug 22. 2023

대만산책

독서일기 1 (대만산책 류영하. 이숲. 2022) 

대만산책을 읽고 (이숲 2022 류영하)  


   

코로나가 오기 직전 9박 10일 중국을 다녀왔다.

넓고, 크고, 많다는 것은 말하지 않겠다. 

이건 말해야겠다.

술 종류가 많았다. 

매일 저녁 다른 종류의 술을 마셨다.

(난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 한 두잔, 기분 좋으면 서너 잔까지 갈 수 있다.)

술은 비쌀수록 좋다는 진리는 세계 어디를 가나 맞다.

 여기서도 비싼 술은 맛있었다.

대체로 도수가 높았다. 

한 모금 넘기면 입 안에 감도는 향이 좋았다. 

거기에 음식도 하나같이 입에 맞았다.

(아~, 취두부는 올 때까지 시도해 보지 못했고, 막된장에 대충 버무려 나온 자장면은 절반도 못 먹었다.)


세상에~ 

동남아 가서 고역을 치루었던 고수도 여기서는 입에 맞는다.

(부야오 시앙차이 열심히 외웠는데...)


여행에서 음식 맞으면 성공이다.

나의 첫 중국 여행은 그렇게 성공했다.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다 코로나가 왔고, 중국행은 기약없이 미루어졌다.


대체지를 찾았다.

대만을 가자.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단다.      

대만 여행을 위하여 책을 샀다. 

수 많은 책 중 이 책을 잡았다. 

표지에 보기, 걷기, 먹기, 알기 글씨가 빼곡해서다.

그 많은 글씨 중에 먹기가 가장 많고, 눈에 잘 띄고, 내 눈을 사로잡았다.

이번 여행 주제는 ‘먹기’다.


그런 줄 알았다.

대만 먹거리 소개 책인 줄 알았다. 

많은 사진과(사진이 많은 것은 장점이자 단점이 되었다. 저 멋진 사진이 한 페이지 다 차지하도록 크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책을 다 읽는 끝까지 들었다.)


정치, 경제, 문화, 풍습, 역사, 사람, 의식주 모든 부분을 꿰었다. 

덕분에 대만여행 준비 완료다. 

먹어야 할 음식 이름에 별표를 했다. 

하루 한 가지씩 먹어도 1년은 머물러야 할 것 같다.     




『대만도 일본처럼 바다 건너에 있다는 지리적 이점 덕분에 상상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었다. 

그만큼 정답을 강요받을 기회가 드물었다. 대만 음식에서 그만큼의 상상력을 본다.』(p.p45)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취미 중 하나가 요리다. 

음식을 만들 때 가끔 무아지경에 빠져들 때가 있다.


‘뭘 넣었기에 이렇게 맛있어?’

‘된장 한 스푼, 고추장 약간, 그리고 사랑 듬뿍!’     


요리는 창의적인 작업이다.     


 

『총리격인 행정원장 쑤정찬(蘇貞昌)이 순직한 경찰의 장례식에 참석해서 방명록에 서명했다. 

그는 서명에 사용한 펜을 멀리 던져버렸다. 다시는 이런 슬픈 자리에 오지 않게 해달라는 염원을 표현한 행동, 이런 나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대만인들은 이렇게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을 넘나든다.』(p.p109)     


가벼이, 

산책하듯이 쉬운 책인 줄 알았다.

이렇게 깊은 울림을 던질 줄 몰랐다. 

덕분에 저자가 첫손에 꼽는다는 영화 ‘디 아더스’를 봤다.     



『최선을 다 하는 국숫집 부부와 공원 드립커피 노점 청년의 자세는 모두 유교 최고의 가치인 성(誠)의 실천이었다. 『중용(中庸)』에 성자(誠者)는 천지도(天之道)이고, 성지자(誠之者)는 인지도(人之道)라는 말이 나온다. 최선(완전함)은 하늘의 것이고, 그것을 향해 노력하는 것은 사람의 길이다. 

노력하는 자세가 진리라는 뜻이다.』(p.p133)     


삶을 얼마나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진지하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 준다. 

최선을 다 하지 않고서 나은 결과를 얼마나 바랐는지 부끄러웠다. 

(이 책을 진즉 읽었더라면 승진이 훨씬 빨랐을 건데 ㅠㅠ)        


  

『20세기 초 중국 신문화운동의 지도자이자 정신적으로 대만을 정립했다고 할 수 있는 사상가 후스(胡適)는 “말이나 글로 표현해 내지 못하는 것은 자기 생각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언어와 문자의 중요성을 강조한 주장으로 중국인들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p.p207)     



『객가인이 배척 받은 배경에는 그들의 강한 정체성이 있다. 남과 다르다는 것은 내가 그만큼 남을 타자화한다는 의미이다. 정체성은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배타성을 포함한다. 사람의 성격처럼 너무 뚜렷한 정체성은 위험하다. 다른 정체성과의 충돌을 예고하기 때문이다.』(p.p221)     



책을 한 권 읽은 사람은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보다 더 위험하다.     


그렇지 않아도 무서운 세상, 나까지 무서운 사람이면 안된다. 또 다른 대만 책을 찾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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