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블랙 북
더 블랙 북(블랙 북이라는 영화 따로 있다.)
흑인만 나오는 영화다.(길거리 지나가는 백인 여성 한 명이 언뜻 보인다.)
나이지리아 배경으로 액션과 폭력이 섞여 있다.
영화는 대낮의 도로 한복판에서 일어나는 총격전으로 시작한다.
혼잡한 도로, 정체된 자동차에서 일단의 무장세력이 한 자동차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한다.
자동차에는 요람 속에 아기가 들어 있고, 요람을 든 아빠는 두려움에 차 문을 잠근다.
괴한들이 다가와 자동차에 기름을 붓는다.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곧 불이 붙을 것이다.
납치된 이들은 나이지리아 반부패 운동가의 남편과 딸이다.
곧이어 납치범에게서 전화가 온다.
‘남편과 아이 중 선택하라.’
교수는 울면서 매달린다.
‘아이를 살려 주세요.’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총성이 울린다.
‘남편이 또 다시 아이를 낳게 해 줄 거야.’
감독은 어찌 이리 잔인한지.
영화를 보는 내내 현실이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아무리 억눌러도 또 그만큼의 정의는 남아 있는 법,
비난의 여론을 잠재워야 한다.
부패한 경찰이 억울한 범인을 만들어 내는데 잘못 만들었다.
한때는 부패 세력(장군)의 앞잡이였으나, 손을 씻고 과거를 뉘우치는 삶을 살아가는 전사의 아들을 죽인다.
‘무언가 있다. 내 아들이 그런 일을 할 리 없다.’
그렇게 전사가 불려 나온다.
영화답게 조력자가 있다.
부패를 취재하다 죽은 기자의 딸이 성장하여 기자가 되었다.
그 기자를 죽인 사람이 불려 나온 전사다.
얽혔지만 해석이 쉽게 되는 설정을 했다.
‘그 일을 한다 해도 죄책감을 느끼지 말아요. 미래를 위해 과거는 죽어야만 하니까요.’
아들의 복수를 하는 전사 폴 에디마가(리처드 모페-다미조 분) 어머니의 뒤를 이어 부패를 파헤치는 신문기자 빅 칼루(아데 라오 분)에게 하는 말이다.
미래를 위해 죽여야 하는 과거가 있다면 살려야 하는 과거도 있다.
폴과 빅은 어떤 과거를 지우고 싶었을까?
그리고 우리는
살려야 하는 과거 무엇이 있을까…
참,
영화를 보면서 기껏 찾아낸 진실을 묻어 버리는 것에 더해 팔아 넘기는 편집장을 보며 다음 말이 생각났다.
‘지옥의 가장 암울한 자리는 도덕적 위기의 순간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비되어 있다.’
-댄 브라운. 인페르노-